30세 이상 7명 중 1명꼴로 당뇨병을 앓고 있다(대한당뇨병학회, 2020년 기준). 특히 제2형 당뇨병 환자는 최근 5년 새 27.8% 늘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제2형 당뇨병에 걸리면 심근경색ㆍ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 합병증 위험이 2배가량 높아진다.
미국당뇨협회(ADA)에 따르면 제2형 당뇨병 환자의 3분의 2가 심혈관 질환으로 목숨을 잃고 있다. 매년 11월 14일은 국제당뇨병연맹(IDF)과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세계 당뇨병의 날’이다.
◇혈당 측정, 치료의 첫걸음
혈액 속에 들어온 포도당이 세포로 옮겨져 에너지로 쓰이면서 우리가 움직일 수 있게 된다. 이때 인슐린이 필요하다. 그런데 인슐린 분비에 문제가 생기면 포도당이 혈액 안에 과잉돼 혈당이 높아지고 소변으로 일부 배출된다.
고혈당이 되면 혈관 내피세포가 손상되고 혈액이 끈적끈적해져 혈관 벽에 들러붙는다. 그러면 혈관에 콜레스테롤이 쌓이면서 좁아지는 죽상경화증(粥狀硬化症)이 나타난다.
이런 문제가 누적되면 눈ㆍ콩팥ㆍ신경에 영향을 주는 미세 혈관 합병증부터 협심증ㆍ심근경색ㆍ뇌졸중ㆍ당뇨발(당뇨병성 족부변성) 등 큰 혈관 합병증까지 발생한다.
따라서 당뇨병을 치료하려면 혈당을 규칙적으로 측정해 목표치 안으로 잘 관리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음식을 먹거나 활동을 하면 혈당치는 시시각각 바뀐다. 혈당을 하루에 여러 번 측정해야 고혈당이나 저혈당으로 인해 발생하는 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
혈당 측정은 하루 세끼 식사하는 환자의 경우 아침 식전ㆍ식후, 점심 식전ㆍ식후, 저녁 식전ㆍ식후, 취침 전 등 모두 7회해야 한다. 그런데 하루 7회 혈당 측정이 결코 쉽지 않기에 △인슐린을 맞는 환자는 하루 3회 이상(아침 공복, 식후 최소 2회) △경구약을 먹는 환자는 하루 2회 이상(아침 공복, 식후 최소 한 번) △생활 요법만 진행하면 주 1회 정도 시행하는 것을 권한다.
또한 △처음 당뇨병 진단을 받거나 △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거나 △저혈당이 잘 생기거나 △약을 바꿀 때에는 혈당 변동이 심할 수 있기에 되도록 하루 7회까지 측정하면 좋다.
혈당 측정은 보통 아침 공복과 식후에 하는 것을 권한다. 아침 공복은 기상 직후 5분 정도, 식후는 숟가락을 든 때부터 2시간 뒤를 말한다. 전지은 강동경희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아침 공복 혈당이 80~130㎎/dL, 식후 2시간 혈당이 180㎎/dL 이하이면 혈당 조절이 잘 되는 것으로 본다”며 “고령이거나 여러 질환을 동시에 앓고 있다면 200㎎/dL 이상까지 허용하기도 한다”고 했다.
최근에는 연속혈당측정기가 보급되면서 환자 불편이 많이 줄었다. 바늘이 달린 센서를 피부에 부착하면 1~2주 정도 혈당을 자동 측정한다.
박정환 한양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최근 개발된 제2형 당뇨병 치료제들로 인해 환자 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졌다”고 했다.
SGLT-2 억제제나 GLP-1 수용체 길항제는 심혈관계 합병증이 있거나 위험이 높은 당뇨병 환자의 사망률을 낮췄고, 심부전ㆍ당뇨병성 콩팥병증 합병증이 있는 당뇨병 환자의 사망률을 낮추거나 예방했다. DPP-4 억제제는 저혈당과 체중 증가 위험을 크게 줄였다.
◇심혈관 질환 위험 높으면 ‘저용량 아스피린’ 고려
당뇨병과 심혈관 질환은 자극적이지 않은 식단과 규칙적인 운동 등으로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당뇨병이 있다면 싱겁게 먹는 습관과 금주는 물론, 매일 일정한 시간에 적당량의 음식을 규칙적으로 먹어야 한다.
또 소화 흡수가 빨라 혈당을 높이는 설탕이나 꿀 등 단순 당을 조심해야 한다. 식이섬유를 적절히 섭취해 혈당ㆍ혈중 지방 농도를 낮춰야 한다. 심혈관계 질환 위험을 높이는 동물성 지방과 콜레스테롤은 가급적 줄이고 식물성 기름을 적절히 먹어야 한다.
허성호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심혈관 질환 위험이 매우 높은 당뇨병 환자라면 전문의와 상담해 저용량 아스피린 복용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허 교수는 “유럽심장학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명확한 금기 사항이 없을 때, 심혈관 질환 ‘위험이 매우 높은’ 혹은 ‘위험이 높은’ 단계로 분류되는 당뇨병 환자에게 1차 예방용 저용량 아스피린(하루 75~100㎎) 처방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심혈관 질환이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평소 저용량 아스피린을 먹고 있다면 의사 처방 없이 끊지 말아야 한다.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하면 위약 대비 심혈관 질환 환자가 사망ㆍ심근경색ㆍ뇌졸중 발생 위험을 19% 감소하고, 비치명적인 심근경색 위험도 31%나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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