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4일 캐나다·미국 출장을 위해 출국했다. 지난 8월 가석방 이후 첫 해외 출장이며, 미국 출장은 2016년 이후 5년 만이다. 재계에선 가석방 이후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이 부회장이 잠행을 끝내고 '뉴 삼성' 만들기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용 "여러 미국 파트너 만날 예정"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7시 45분쯤 김포공항 출국장에 도착했다. 이 부회장은 미국 신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투자를 결정짓는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여러 미국 파트너들을 만날 예정"이라고 답했다.
또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해 미국 모더나 측과 만나느냐라는 질문에는 "그렇다. (모더나 본사 소재지) 보스턴에 갈 것 같다"고 답했다. 이 부회장은 만나기로 한 반도체 고객사가 어디인지 등 추가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출국장으로 들어갔다.
출장 의제는 단연 반도체와 백신
구체적 출장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번 출장의 의제는 단연 반도체와 백신이 될 거란 게 재계의 분석이다. 이 부회장은 첫 일정으로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삼성전자 인공지능(AI) 연구센터를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파운드리 공장 부지 등을 최종 조율하고 모더나 측과 만날 전망이다.
삼성은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 이후 미국에 170억 달러(약 20조 원) 규모 첨단 파운드리 투자계획을 발표했지만, 아직 최종 후보지를 정하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후보지로 4곳을 검토했는데, 현재 텍사스주 테일러와 오스틴 2곳이 가장 유력하다. 이 부회장이 이번에 최종 공장 부지를 낙점할 가능성이 있다.
이 부회장이 "여러 미국 파트너를 만난다"고 말한 점에 미뤄 퀄컴(통신칩 제조사)의 크리스티아누 아몬 최고경영자(CEO) 등 미국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인사들과 회동할 거란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미국에 첨단 파운드리를 지으면 글로벌 ICT 회사를 신규 고객으로 맞을 기회도 커진다.
보스턴을 행선지로 직접 언급한 만큼 모더나 본사 방문도 유력하다. 이 부회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가 위탁생산하는 모더나 코로나 백신의 국내 공급 일정을 두 달가량 앞당기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지난 8월 스테판 반셀 모더나 최고경영자와 화상회의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바이오 산업 전반까지 협력하기로 했는데, 이번에 최고경영자 간 만남으로 양사 관계는 한 단계 더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 먹거리 발굴에 힘 쏟을 듯
재계에선 이 부회장이 가석방 이후 3개월여간의 경영 구상을 마치고 본격 경영행보에 나선 것으로 해석한다. 지난달 25일 고(故) 이건희 회장 1주기 때 "새로운 삼성을 만들기 위해 우리 모두 함께 나아가자"며 각오를 다진 점으로 미뤄,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행보에 전력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이 부회장이 가석방으로 풀려난 지난 8월 반도체·바이오 등 차세대 미래 산업에 역대 최대 규모인 240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가 곧 대규모 인수합병(M&A)에 나설 거란 기대도 나온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삼성의 경영시계가 더 빨라질 걸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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