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세에 통합 혹은 1주택자는 면제
공시가 잡고 양도세도 인하"
與 "극소수 부자·언론 환심 사려 한다"
이재명은 고소득자 보유세 올리는 방향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4일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전면 재검토를 공약했다.
국세청의 올해분 종부세 고지서 발송(22일)을 약 일주일 앞두고 '부동산 세금 폭탄' 프레임에 불을 질러 정권심판론을 자극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종부세율을 인상했고, 올해 납세분에 처음 반영된다.
윤 후보는 "종부세는 납세 대상자 수가 아무리 적다도 해도 문제가 많은 세금"이라며 "종부세를 재산세에 통합하거나 1주택자에 대해 종부세 부과를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부자 감세'라는 비판을 감수하고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부동산 정책에 분노하는 표심을 포섭하겠다는 뜻이다. 공을 넘겨 받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윤석열 "종부세 문제 많아… 전면 재검토"
윤 후보는 14일 "종부세 납부 대상자들에게는 종부세가 그야말로 세금 폭탄"이라며 "내년 이맘때면 종부세 폭탄을 걱정하지 않게 하겠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그는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율을 인하하겠다"면서 "주택을 장기 보유한 고령층이 1가구 1주택자일 때는 주택을 매각하거나 상속할 때까지 종부세 납부를 유예하는 제도 도입도 고려하겠다"고 제시했다.
윤 후보는 정부·여당에 '종부세 폭탄'을 던진 책임을 물었다. "종부세의 근본적 문제는 과세 목적에 대한 정부 인식에 있다"며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고가의 부동산을 소유하거나 다주택을 가진 국민을 범죄자 취급하면서 고액의 세금 부과를 정의 실현처럼 주장한다"고 비판했다.
종부세의 허점도 지적했다. "세금은 현금으로 내는 것"이라며 "1주택 보유자 중에는 수입이 별로 없는 고령층도 있고 코로나 사태로 소득이 정체되거나 줄어든 사람도 많은데, 이런 분들이 어떻게 고액의 세금을 감당하느냐"고 반문했다. "힘들면 팔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양도소득세 때문에 힘들다. 다주택자는 세율이 최대 75%(지방소득세를 포함하면 82.5%)나 된다"고도 썼다.
윤 후보는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등 '집 가진 유권자'의 세금 부담을 전반적으로 덜어 주겠다는 부동산 세제 정책의 큰 방향도 제시했다. 그는 "공시가격 인상 속도를 낮춰 보유세 급증을 막겠다"며 "양도세 세율을 인하해 주택 거래를 촉진하고 가격 안정을 유도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후보 측 관계자는 "집값 불안의 원인을 여당은 과열된 투기, 야당은 과도한 규제로 보고 있어 처방이 아예 다를 수밖에 없다"며 "부동산 정책의 전면 재전환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재명은 '국토보유세' 신설해 상위 10% 세 부담
민주당은 종부세 고지서 발송 이후 민심 이반을 걱정하고 있다. 특히 집값이 급등한 서울 민심을 우려하는 상황에서 윤 후보에게 '허'를 찔린 셈이 됐다.
이에 민주당은 윤 후보 때리기에 나섰다. 민주당 을지로위원장인 진성준 의원은 "윤 후보가 전 국민의 1.7%에 해당하는 집 부자, 땅부자를 위한 종부세 감면론을 제기해 극소수 부자와 기득권 언론의 환심을 사려 한다"고 비판했다. 신동근 의원도 "윤 후보 주장대로라면 부동산 부자들이 부담을 느낄 이유가 없다"며 "부동산을 잡기는커녕 무주택자 등 부동산 취약계층을 잡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재명 후보는 종부세 개편 방향에 대해 명시적인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이 후보는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주택과 토지 등을 갖고 있는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기본소득토지세(국토보유세) 신설을 공약했다. 종부세는 국토보유세에 편입된다. 향후 국토보유세 재원을 바탕으로 기본소득제도를 도입할 방침인데, 이때 하위 90% 가구는 세금을 돌려받는 효과가 있다는 게 이 후보 측 설명이다. 사실상 상위 10%의 보유세를 강화시키는 방안인 셈이다.
이 후보의 구상은 부동산 세제를 강화해 투기 심리를 잠재우겠다는 뜻으로, 큰 틀에선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방향성과는 다르지 않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관계자는 "종부세 부과 대상이 넓어질수록 고가 아파트를 보유한 보수 표심과 정권심판 여론이 똘똘 뭉칠 수밖에 없다"며 "문재인 정부가 실패한 부동산 정책과는 차별화를 꾀해야 지지율을 높일 수 있는 이 후보의 고민이 클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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