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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이자가 2금융보다 비싸고, 고신용자는 역차별... '요지경' 된 대출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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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이자가 2금융보다 비싸고, 고신용자는 역차별... '요지경' 된 대출시장

입력
2021.11.14 22:5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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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대출 조이기 압박에
시중은행 금리가 2금융 웃돌아
예금금리 찔끔 은행은 잇속 챙기기
"금리 인상기 소비자만 피해"

최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서울스카이 전망대를 찾은 시민이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서울시내를 바라보고 있다. 뉴스1

최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서울스카이 전망대를 찾은 시민이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서울시내를 바라보고 있다. 뉴스1

정부의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가 계속되면서 시장의 상식을 깨는 '대출 기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시중은행 대출금리가 제2금융권을 웃도는가 하면, 담보가 있는 주택담보대출보다 '무담보' 신용대출 금리가 더 낮은 경우도 생겼다.

은행들이 대출금리는 계속 올리면서, 예금금리 인상에는 인색한 결과 '예대금리차(예금과 대출 금리의 차이)'는 10년 만에 최고로 벌어졌다. 금리 상승기를 맞아 가뜩이나 부담이 늘어난 금융소비자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①2금융보다 높아진 은행 대출금리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저신용자가 주로 이용하는 2금융권 대출금리가 시중은행보다 더 낮은 현상이 벌어졌다. 새마을금고중앙회의 지난달 말 기준 아파트 담보 주택구입자금대출 금리(서울 기준)는 연 2.82~3.91%였다. 이는 지난 1일 기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변동형·3.31~4.814%)보다 상단이 1%포인트가량 낮은 것이다.

통상 조달금리가 높은 2금융권은 은행권보다 대출금리가 높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대출규제로 시중은행이 가산금리를 올리고 우대금리 혜택은 대폭 깎으면서, 오히려 2금융권 금리를 추월한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마진을 확보하기 위해 우량 차주 위주로 대출금리를 올리면서 이 같은 현상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②주담대가 신용대출 금리 역전

담보를 잡고 빌려주는 주담대 금리가, 담보 없는 신용대출을 웃도는 현상도 생겨났다. 이미 지난달부터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신용대출 금리를 웃돌기 시작했다. 이달 12일 기준 4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 상단은 4.839%인 데 반해 신용대출 금리는 4.76% 수준이다.

한편에선, 고신용자 대출금리는 오르는 반면 저신용자 금리는 내리는 기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는 최근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상품 금리를 최대 3.27%포인트 내린 반면, 고신용자 금리는 올렸다.

카카오뱅크 역시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높이기 위해 올해 들어 신용등급 1·2등급의 신용대출 평균 금리를 1월 2.77%에서 9월 3.52%까지 0.75%포인트나 올렸다. 반면 신용등급 3·4등급과 5·6등급의 경우 같은 기간 0.21%포인트, 0.61%포인트씩 대출금리가 오르는 데 그쳤다. 직장인 A씨는 "신용점수를 잘 관리한 사람이 되레 역차별받는 황당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그래픽=강준구 기자


③역대 최대로 벌어진 예대금리차

이런 와중에 은행들은 예금금리 인상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이미 지난 8월 국내은행의 예대금리차는 2.1%포인트로 2010년 이후 가장 많이 벌어졌다. 시중은행이 대출금리는 최대 5%가량까지 민첩하게 올리는 사이 예금금리는 연 1% 초반대에 머물고 있어서다. 예대금리차가 커진다는 건 은행이 예금자에게 혜택을 덜 주는 대신 대출자에게 더 많은 대가를 받고 있다는 뜻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의 총량 규제 등 정책이 대출시장의 기현상을 불러왔다"며 "기준금리 인상과 맞물려 내년부터 대출금리가 더 가파르게 오르면 기존 차주를 포함한 금융소비자의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코로나19 특수 상황에서 시장 원칙에 반하는 현상들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고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줄이되 생계형 대출 등 대출이 꼭 필요한 사람들의 돈줄까지 조이면 안 되는 불가피성을 고려할 필요도 있다" 지적했다.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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