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정상회담 앞두고 대만 문제 신경전]
美 대만전쟁억제법, 매년 2조3000억 지원
이스라엘 '아이언 돔' 본뜬 미사일 방어체계
中 "대만에 돈 빌려주고 무기 파는 것" 반발
16일 오전 9시 45분(한국시간)부터 진행될 미중 정상회담의 성패는 최대 현안인 대만 문제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정상의 발언수위에 따라 관계 개선의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다. 물밑에서는 이미 신경전이 치열하다. 미 의회가 대만을 사실상 군사요새로 만들려는 법안을 발의하자 중국은 매몰차게 맞받아치며 역공을 펴고 있다.
“대만은 침몰하지 않는 항공모함이다.” 한국전쟁 당시 더글라스 맥아더 장군은 이렇게 장담했다. 그의 발언이 70년 지나 현실화될 참이다. 미 공화당 상원의원 6명이 지난 4일(현지시간) 공동 발의한 ‘대만전쟁억제법(Taiwan Deterrence Act)’은 2032년까지 매년 20억 달러(약 2조3,600억 원)의 보조금과 차관을 대만에 제공해 미국산 무기와 장비를 구매하도록 했다. 중국에 맞서 대만이 방어역량을 갖추는 데 미국이 발벗고 나선 셈이다.
대만은 전쟁억제법을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에 빗댔다.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대만도 현존 최고의 다층 미사일 방어체계를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최소 1,400여 기의 미사일로 대만을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에는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시험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웡밍센 대만 담강대 국제문제전략대학원장은 15일 “이 법은 대만에 군사조달 자금을 지원함으로써 미국의 이스라엘에 대한 접근방식을 본뜬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무기수출통제법을 개정해 미국 기업들이 대만에 무기를 좀더 수월하게 팔도록 하고 대만과의 군사교류 개선, 대만 군인 대상 전문교육 등의 내용을 담았다. 앞서 9월 미 하원은 2022년 국방수권법을 통과시켜 대만을 내년 환태평양군사훈련에 초청했고, 미 상원은 7월 대만 파트너십법을 통해 주방위군과 협력을 강화하도록 규정했다.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대만의 전략적 가치를 강조하며 중국을 자극했다. 제임스 리시 의원은 “대만 방어는 인도ㆍ태평양 지역 전체를 지키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고, 마이크 크레이포 의원은 “압도적 군사력으로 지역안보를 위협하는 중국 공산당에 맞서 대만에 비대칭 전력과 군사자원을 신속히 공급해 스스로 보호할 능력을 갖추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중국은 법안을 ‘대만간섭법’이라고 비아냥대며 발끈했다. 텅쉰왕은 “미국이 대만에 공급하는 무기는 이윤이 100%가 넘는다”면서 “유럽에는 1,000만 달러, 대만에는 3,000달러에 판다”고 지적했다. 이어 “돈을 빌려주고 물건을 사라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미국은 막대한 이득을 얻을 것”이라며 “대만 독립세력은 법안이 정한 2032년까지 갈 수도 없다”고 장담했다. 그 이전에 중국이 대만을 통일할 것이라는 의미다.
중국은 법안 발의 상원의원들에 대한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았다. 지난 8월 ‘대만에 미군 3만 명이 주둔하고 있다’는 트윗을 올렸다가 지운 존 코닌 의원은 “전쟁 망언자”, 마르코 루비오 의원은 “중국 제재 리스트에 오른 극우파 정치인”이라고 깎아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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