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도 반대에 석탄 발전 '중단' 아닌 '감축'으로
주요국 실천 의지 의문… 기업도 친환경 정책 촉구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지구 기온 상승폭 1.5도 이내 제한’ 목표 달성에 불충분한 합의로 끝을 맺으면서 이제 기후변화 대응은 또다시 몇몇 강대국들 손에 맡겨진 꼴이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산업화 이래 지구온난화를 초래한 부국들, 또는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하고 있는 ‘인구 대국’들이 기후위기 해결에 앞장서지 않고는, 현재 수준마저도 지켜질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다.
13일(현지시간) 폐막한 COP26에서 200여 개 참가국은 만장일치로 ‘글래스고 기후 조약’을 채택하고 △석탄 발전·화석연료 보조금 단계적 감축 △2025년까지 개발도상국 기후변화 적응 재원 2배 확충 △내년 말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재제출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COP 최초로 석탄 퇴출 필요성을 명시했다는 성과에도 불구, ‘중단’이 아닌 ‘감축’이라는 점에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많다.
당초 COP26의 목표는 ‘석탄 발전 폐지’ 합의였다. 그러나 중국과 인도의 강력한 반대로 무산됐다. 두 나라는 현재 전 세계 탄소배출량 1위와 3위로, 기후 문제와 관련해 강력한 발언권을 갖고 있다. 극소수 나라 때문에 지구온난화 속도 제어에 실패한 셈이다. COP26 의장국인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도 14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총회를 통해 기후위기에 대응할 완전한 해결책이 나온 것은 아니라고 언급했다. 그는 “애석하게도 이것이 외교의 본질”이라며 “우리는 주권국가에 그들이 원하지 않는 것을 하도록 강요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영국과 함께 이번 글래스고 회의를 주도한 미국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올해 1월 취임 즉시 파리기후변화협약에 재가입하며 ‘기후 대응 리더십’ 회복에 나섰지만, 5,500억 달러(약 650조 원) 규모 기후위기 재정이 포함된 인프라 예산안은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대 여론에 부딪혀 좌초할 위기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14일 “지구온난화 그래프를 재앙으로부터 벗어날 만큼 충분히 꺾을 수 있느냐의 문제는 미국, 중국, 인도 등 전 세계를 통틀어 한 움큼밖에 안 되는 정치 지도자들의 영향력에 달려 있는 상황”이라고 일갈했다.
각국 실천 의지에도 물음표가 붙는다. 탄소중립 시점을 10년이나 늦은 2060년으로 상정한 중국은 글래스고에서 탄소배출 감축 속도를 높이는 데는 동의했지만 상세 일정을 제시하진 않았다. 인도도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5배 늘리기로 약속했으나 구체적 계획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COP26 첫 결실인 ‘2030년 삼림 벌채 중단’에 서명한 브라질이 아마존 숲 보존 약속을 지킬지도 의문이다. 영국은 2030년 탄소배출량 68% 감축이라는 획기적 공약을 내놨지만, 반대편에선 북해 가스·석유 개발을 멈추지 않아 환경운동가들에게 제소를 당했다. 알록 샤르마 COP26 의장은 “1.5도 억제 목표를 간신히 지켜냈으나 맥박은 여전히 가늘게 뛰고 있다. 우리가 약속을 신속한 행동으로 옮겨야만 생명이 유지될 수 있다”며 대국들의 실천을 촉구했다.
각국 정부의 실행력이 중요한 건, 기업에 대한 기후 정책을 마련하는 주체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산업 부문의 친환경적 개편을 위해선 제도적 지원과 규제가 필요하다. 해수면 상승으로 수몰 위기에 놓인 카리브해 섬나라 그레나다의 사이먼 스틸 환경장관은 “정부 규제기관이 어떤 조치를 내놓느냐에 따라 글래스고 조약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짚었다.
그럼에도 기후위기에 둔감한 건 기업보다 오히려 정부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비영리조직 세레스의 민디 루버 최고경영자(CEO)는 “전 세계 투자자들과 기업들은 파리협약 목표를 지지한다. 하지만 민간 부문 실천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며 정부의 적극 대응을 주문했다. 존 덴튼 국제상업회의소 사무총장도 “글래스고에서 힘든 타협을 한 각국 정부에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합의 내용 자체를 축하하는 건 아니다”라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에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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