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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친구'라던 시진핑-바이든… 개인 친분에도 온기는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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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친구'라던 시진핑-바이든… 개인 친분에도 온기는 사라졌다

입력
2021.11.16 20:0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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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시진핑(화면 속) 중국 국가주석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1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시진핑(화면 속) 중국 국가주석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오랜 친구를 만나서 매우 기쁘다.”

1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첫 정상회담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발언 중 하나는 시 주석의 이 같은 ‘첫인사’였다. 화상 회담이었던 탓에 ‘스킨십’은 애초부터 불가능했던 터라, 시 주석이 8년 전 바이든 대통령을 두고 사용했던 이 표현을 또 사용할지는 회담 시작 전부터 초미의 관심사였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오랜 친구’라는 표현은 친근함과 신뢰의 수준을 나타낸다. 시 주석 발언은 두 사람이 2011년 8월 중국 쓰촨성을 함께 방문하는 등 역사를 공유한 점을 반영한다”고 풀이했다. 실제 두 정상의 인연은 짧지 않은 편이다. 처음 만난 건 ‘미국 부통령’과 ‘중국 부주석’이라는, 각국의 2인자로 있던 시절인 10년 전, 중국 베이징에서였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부통령이었던 바이든은 방중 전부터 “시 부주석과의 관계 강화가 주요 목적”이라며 호의를 드러냈다. 시진핑도 5박 6일 일정에 동행하는 등 파격 예우를 보였다. 베이징을 떠나던 바이든이 남긴 “시 부주석은 강하고 실리적인 인물”이라는 평가는 지금까지도 회자된다.

만남은 이듬해에도, 그다음 해에도 이어졌다. 2012년 2월 시진핑의 방미 때 바이든은 “많은 머리숱을 비롯, 시 부주석의 많은 점이 부럽다. 잠잘 시간이 부족할 만큼 일정이 빡빡했는데 (당신의) 스태미나에 감탄했다”고 농담을 건넸다. 미 프로농구(NBA) 경기도 함께 관람할 정도로, 두 사람 사이는 가까워졌다. 당시 중국 내 반(反)시진핑 세력의 쿠데타 가능성을 시진핑에게 귀띔해 준 ‘숨은 조력자’가 바이든이라는 언론 보도까지 나왔다.

2012년 2월 17일 조 바이든(오른쪽) 당시 미국 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사우스게이트의 한 학교에서 학생들이 선물한 티셔츠를 들고 웃음을 짓고 있다. 사우스게이트=AP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2년 2월 17일 조 바이든(오른쪽) 당시 미국 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사우스게이트의 한 학교에서 학생들이 선물한 티셔츠를 들고 웃음을 짓고 있다. 사우스게이트=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양 정상의 친밀감은 2013년 12월 절정에 달했다. 같은 해 3월 ‘중국 1인자’에 오른 시진핑은 방중한 바이든을 “당신은 나의 오래 친구”라며 크게 환대했다. 바이든 역시 시진핑과의 관계를 ‘우정’으로 표현했다. 그동안 미중 관계가 부침을 겪으며 뼈 있는 발언이 오가긴 했어도, 두 사람은 줄곧 유화적 분위기를 이어 왔다. 2015년 7월이 마지막 만남이었으나, 그 이후에도 바이든은 “시진핑 주석과는 1만7,000마일(약 2만7,360㎞)을 여행했다. 나는 그를 꽤 잘 알고 있다”고 말하는 등 각별한 사이임을 강조하곤 했다. 이날 CNN방송은 “시 주석과 바이든 대통령이 화상으로 만났을 때 두 사람은 서로 소개가 필요 없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10년 우정’도 세계 패권을 다투는 국가 간 정상으로 만난 이상, 큰 효과는 없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의 발언은 ‘옛 친구들’의 반가운 해후라기보다는 자국 이익을 앞세운, 표현만 정제된 ‘설전’에 가까웠다. 오랜 친분에서 비롯되는 온기보다는, 최근 냉기로 가득한 미중 관계의 현실이 대화에도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결국 이날 시 주석의 ‘오랜 친구’ 표현은 큰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대화의 물꼬를 트려는 ‘수사(修辭)’로 봐야 한다는 평가가 많다. 중국 내 최고의 미국 전문가로 통하는 스인훙 인민대 교수는 “중국인이 누군가를 오래된 친구라고 부를 땐, 그저 그를 오랫동안 알아왔다는 뜻”이라며 “진정한 친구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니엘 러셀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도 “시 주석이 일부러 해당 발언을 꺼낸 건 대화에서 고지대를 선점하려는 전략의 일환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두 사람의 개인적 인연이 화기애애한 회담 분위기를 이끌어내진 못했다는 얘기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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