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정상회담 최대 이슈 대만 문제 충돌]
바이든, "대만해협 현상변경 시도 강력 반대"
인권문제 광범위 우려...'하나의 중국'은 존중
시진핑, "대만 독립 불장난에 타 죽을 것" 경고
"민주주의는 다양...인권 빌미 내정간섭 말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에서 상당 부분 공존과 협력을 외쳤다. “제로섬 게임을 하지 말자”고도 했다. 하지만 대만 문제를 놓고는 발언의 톤이 확연히 달라졌다. “위험한 불장난”, ‘단호한 조치” 등 서슴없는 표현에서 미국에 결코 밀릴 수 없다는 절박함이 묻어났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 외에 중국의 인권 탄압을 폭넓게 제기하며 압박수위를 높였다.
회담 직후 미 백악관은 보도자료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이 신장, 티베트, 홍콩에서의 중국의 관행은 물론 인권에 대해 더 광범위한 우려를 제기했다”면서 “중국의 불공정 무역과 경제 관행으로부터 미국 노동자와 산업을 보호할 필요성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에 가장 민감한 이슈인 대만과 관련, “대만관계법(1979년), 미중 3개 공동선언, 6개항의 보증(1982년)에 따라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며 “대만해협의 현상을 변경하거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일방적인 시도에 강력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들어 기승을 부리는 중국의 무력시위를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군용기의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 진입 횟수는 지난달 196회를 포함해 올해 들어 700회가 훌쩍 넘었다. 지난해(380회)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와 관련,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ㆍ태평양의 중요성을 논의했고, 이 지역에서 약속을 지키기 위한 미국의 지속적 의지를 전달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대만에 초점을 맞춰 반박했다. 포기할 수 없는 ‘핵심이익’ 대만에 대한 중국의 강경 입장을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대만이 미국에 의존해 독립을 꾀하고 있고, 미국 일각에서는 대만으로 중국을 제압하려 하고 있어 긴장이 고조되는 것”이라며 “이런 추세는 매우 위험하고, 불장난을 하다 타 죽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대만 문제의 핵심은 전 세계에 단 하나의 중국만 있다는 것”이라면서 “대만은 중국의 일부이고, 중국의 완전한 통일은 모든 아들과 딸의 공통된 염원”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대만 독립세력이 도발해 레드라인을 넘어선다면 단호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고도 했다. 인내심을 갖고 평화통일을 추구하겠지만 중국의 노력을 무시한다면 충돌과 파국을 불사하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시 주석은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것에 대해 “문명도, 민주도 풍부하고 다채롭다”면서 “민주주의는 하나의 정형화된 맞춤형 제품이 아니다”라고 맞받아쳤다. 이어 “민주인지 아닌지는 그 나라 국민 스스로 판단하는 것”이라며 “민주를 실현하는 형식이 다르다고 해서 배척하는 건 그 자체로 비민주적”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우리는 상호존중 기반 위에서 인권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지, 인권을 빌미로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하는 것에는 반대한다”고 못 박았다. 바이든 대통령이 내달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통해 중국 공산당과 1인 영도체제를 공박하려는 시점에 맞춰 시 주석이 미리 차단막을 친 셈이다.
미 고위당국자는 “대만 문제를 놓고 양 정상의 토론이 길어졌다”면서 “이는 우리가 기대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의 중국 정책을 지지하는 미국의 관심은 대만의 현상 유지”라면서 “양안 문제에 있어 중국 정부의 행동을 지적했다"고 밝혔다. 대만 문제에 대한 시 주석의 장광설 못지않게 바이든 대통령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당국자는 “중국 인권 문제가 회담에서 수차례 거론됐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솔직하고 분명한 태도를 취했고, 중국이 국제사회 규범에 어긋나는 방식으로 규칙을 변경하려는 시도에 대해 우려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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