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아동학대·학교폭력 대책 제안합니다" 10대들, 대선후보들에 고하다

알림

"아동학대·학교폭력 대책 제안합니다" 10대들, 대선후보들에 고하다

입력
2021.11.17 20:00
9면
0 0

<월드비전 주최 메타버스 토론회>
전국 아동권리대표단, 대통령 후보에 공약 제안
학대 원인 따른 개입, 방관자 효과 눈높이 교육 등
"아동·청소년 목소리 내기 어려운 분위기 바뀌어야"

메타버스 플랫폼 게더타운에서 16일 오후 월드비전 주최로 열린 아동권리대표단 정책토론회에 전국에서모인 10대들이 참여하고 있다. 게더타운 캡처

메타버스 플랫폼 게더타운에서 16일 오후 월드비전 주최로 열린 아동권리대표단 정책토론회에 전국에서모인 10대들이 참여하고 있다. 게더타운 캡처

"학교폭력의 가장 본질적 이유는 '인정 욕구'라고 생각합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폭력이 둘 사이에서 은밀하게 벌어지기보단 학생들이 많은 곳에서 발생하고, 폭력을 정당화하려 동조자를 모아 피해자를 고립시킵니다. 그런 만큼 방관을 막는 것이 학교폭력 해소에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광주 거주 15세 김인서양)

차기 대통령 후보들에 대한 아동·청소년 정책 제안에 당사자인 10대들이 직접 나섰다. 수도권과 강원, 광주, 대구 등에서 모인 10대 18명은 16일 온라인 메타버스(가상세계) 플랫폼 '게더타운'의 원탁에 둘러앉아 대선 후보들에게 전달할 입장문을 채택했다. 시종일관 진지한 분위기에서 아동학대와 학교폭력에 대한 주제 발표와 열띤 토론을 거쳐 얻은 결과물이었다.

이날 정책토론회는 월드비전이 유엔아동권리협약(UNCRC) 비준 30주년을 맞아 주최했다. 행사에 참석한 10대들은 각 지역 아동권리대표단 소속이다. 아동권리대표단은 월드비전이 각 지역 교육청과 함께 아동권리 인식 증진을 위해 운영하는 사업으로, 학교·복지관 등에서 활동에 지원한 아이들로 아동권리위원회를 꾸리고 위원회를 대표하는 대표단을 구성한다. 토론 주제인 아동학대와 학교폭력은 지난달 아동권리위원회 소속 150명에게 '가장 해결이 시급한 문제'를 꼽아 달라고 설문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선정했다.

최종 입장문엔 아동학대와 관련해 △분리보호 아동 특성 및 수요에 따른 유형별 전문보호시설·전문위탁가정 확충 △가해부모 학대 근본 원인에 따른 맞춤형 개입 및 지원대책 마련 △부모와 아동교육분야 종사자 교육 강화의 정책 제안이 담겼다. 학교폭력에 대해선 △학교폭력 방관에 대한 철저한 눈높이 교육 의무 실시 △학교폭력예방법 신고의무 조항 구체화 및 처벌 기준 마련 등이 건의됐다.

"이슈 될 때 '반짝' 말고 꾸준히 귀 기울여 주길"

아동권리대표단 정책토론회를 주도한 대구 수성고 신진하(왼쪽부터), 강원 속초여고 윤다연, 대구 경북여고 서은진양이 16일 메타버스 플랫폼 게더타운에서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게더타운 캡처

아동권리대표단 정책토론회를 주도한 대구 수성고 신진하(왼쪽부터), 강원 속초여고 윤다연, 대구 경북여고 서은진양이 16일 메타버스 플랫폼 게더타운에서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게더타운 캡처

대구 경북여고 서은진양, 수성고 신진하양, 강원 속초여고 윤다연양 등 정책 마련을 주도한 17세 동갑내기 3명은 토론회 직후 게더타운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가졌다.

아동학대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에 대해 진하양은 "정인이 사건에 충격을 받고 조사하기 시작했는데, 들여다볼수록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다연양은 "(당국이) 학대 신고를 받고도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사건을 아예 조사하지 않기도 하는데, 피해자가 의사표현이 어려운 아동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은진양 또한 "가정에서 이뤄진 폭력에 대해 부모가 '훈육이었다'고 변명하면 처벌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면서 "그렇기에 당사자인 아동·청소년이 더욱 의견을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학교폭력에 대해선 다연양은 "중학교 때 다른 반에서 학교폭력이 발생한 적이 있는데, 그 반 학생들이 묵인하는 바람에 사건 자체를 전혀 몰랐다"면서 "방관의 위험성을 절감했다"고 회상했다. 은진양은 "단순히 '방관하지 말라'는 주입식 예방교육이 이뤄지는데 연극, 뮤지컬, UCC 제작 등 학생이 직접 참여해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차기 대선 후보들이 아동학대 및 학교폭력에 지속적 관심을 갖고 당사자 목소리에 귀 기울여 달라는 것이 세 학생의 공통된 당부였다. 진하양은 "특정 사건이 이슈화돼 주목받을 때만 잠시 관심을 갖고 법을 강화하는 식으로 여론을 달래는 모습을 봐 왔다"며 "아동·청소년들이 이렇게 많은 관심과 의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꾸준히 법을 개선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유지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