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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원료로 피부 각질 제거제 개발한 한국콜마 [ESG 클린리더스]

입력
2021.11.28 15:00
수정
2021.11.28 16:5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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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먹으면 입 속이 까끌까끌
과일이 미세플라스틱 대체제로
한국콜마 "연내 제품화 목표"

편집자주

세계 모든 기업에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는 어느덧 피할 수 없는 필수 덕목이 됐습니다. 한국일보가 후원하는 대한민국 대표 클린리더스 클럽 기업들의 다양한 ESG 활동을 심도 있게 소개합니다.

한국콜마 연구원이 서울 서초구 종합기술원에서 연구하는 모습. 한국콜마 제공

한국콜마 연구원이 서울 서초구 종합기술원에서 연구하는 모습. 한국콜마 제공

배의 과육 속에 들어 있는 까슬까슬한 '석세포(石細胞)'로 미세플라스틱을 대체하고, 플라스틱 양을 80%나 줄인 화장품 용기가 국내에서 개발됐다. 원료 회사나 친환경 전문 용기 회사의 얘기가 아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화장품 개발·생산(ODM) 전문 기업 한국콜마가 주인공이다.

한국콜마는 친환경 기술 개발을 통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고 28일 밝혔다. 환경을 생각하는 경영철학과 그 가치를 현실에서 구현하기 위한 끊임없는 실행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것이다. 한국콜마는 ESG에 초점을 맞춘 연구개발(R&D)을 기반으로 글로벌 화장품 시장 트렌드를 주도할 계획이다.

미세플라스틱 대체 위해 친환경 제품 개발 박차

우선 미세플라스틱을 친환경 소재로 대체한 화장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세플라스틱은 피부 각질 제거나 치아 세정에 효과가 있어 화장품과 치약에 사용된다. 그러나 미세플라스틱이 환경 파괴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사회적 인식과 환경을 보호할 대체제가 필요하다는 시장의 요구를 외면할 수 없었다.

서울 서초구의 한국콜마 종합기술원. 한국콜마 제공

서울 서초구의 한국콜마 종합기술원. 한국콜마 제공

한국콜마는 올해 8월 친환경 소재 전문기업 루츠랩과 업무협약을 맺고 미세플라스틱을 대체하는 '배의 석세포 활용 화장품' 개발에 뛰어들었다. 배 석세포는 껍질과 과심에서 추출하는 식물 원료다. 배를 먹을 때 입 안에서 까끌까끌하게 느껴지는 물질로, 각질 같은 이물질 제거에도 효과가 있다.

배즙을 짜고 남은 폐기물에서 쉽게 추출할 수 있어 폐기물을 최소화하고 재료 확보가 쉬운 것도 장점이다. 현재 석세포 원료를 적용한 표본 제형 설계와 피부 세정력 테스트가 마무리돼 연내 제품화가 가시화되고 있다. 한국콜마는 배 석세포를 활용한 제품 상용화를 통해 새로운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은 물론 폐기물 업사이클링 시장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친환경 패키징 기술 개발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한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한국콜마의 궁극적인 목표다. 화장품 업계 전반의 협업을 통해 동반성장을 이끌어내고 나아가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의 경쟁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이에 국내 최대 종합포장재 기업인 동원시스템즈, 플라스틱 소재 제조 분야 선두기업 HDC현대EP와 각각 친환경 화장품 포장재 소재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콜마 스킨케어연구소 한상근 소장은 "배 석세포를 활용한 신규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을 시작으로 스타트업·중소기업과 공동연구를 확대해 뷰티·헬스 산업의 균형성장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화장품 필수 함유 원료도 친환경화

한국콜마는 화장품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계면활성제와 점증제도 친환경 원료로 대체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화학적 합성이 아닌 미생물 및 효소 등을 활용해 친환경 소재를 만드는 '바이오 컨버전(BIO-Conversion)' 기술을 통해서다.

계면활성제는 화장품의 성분들이 잘 배합될 수 있도록 하는 원료다. 점증제는 화장품의 제형을 유지하고 사용감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두 원료 모두 화학 합성 물질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한국콜마는 최근 해양바이오 소재 개발에 특화된 환동해산업연구원과 함께 국내 야생화에서 유래한 생물 계면활성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산업통상자원부의 연구과제를 통해 화학물질 기반 점증제 대체를 위한 친환경 바이오 점증제 개발에도 돌입했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친환경 기술은 인류의 미래를 위해 전 산업이 반드시 갖춰야 할 핵심 역량이 됐고 ESG 경영 실천에도 필수적"이라며 "친환경 미래기술 개발을 통해 글로벌 화장품 시장을 이끌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세계 3대 디자인어워드를 석권한 한국콜마 종이튜브. 한국콜마 제공

세계 3대 디자인어워드를 석권한 한국콜마 종이튜브. 한국콜마 제공


종이튜브 등 지속발전 가능한 생태계 구축

한국콜마가 지난해 국내 최초로 개발한 종이튜브는 친환경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으로서 세계의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종이튜브는 플라스틱 사용이 불가피한 뚜껑을 빼고 본체의 플라스틱 사용량을 80% 줄인 친환경 화장품 용기다. 다 쓴 종이튜브는 절취선을 따라 쉽게 찢어 종이로 분리배출이 가능하다.

종이튜브 개발은 '화장품 용기는 플라스틱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업계의 패러다임을 뒤흔든 혁신으로 평가된다. 미국산업디자인협회가 주관하는 디자인 어워드 IDEA, 독일의 IF 디자인 어워드와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등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에서 모두 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국콜마 패키지연구소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종이튜브뿐 아니라 부품 수를 대폭 줄인 쿠션용기 등 다양한 친환경 포장 기술과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콜마 패키지연구소 김형상 상무는 "플라스틱을 줄여 지구를 보호하자는 아이디어에서 종이튜브 연구를 시작했다"며 "앞으로도 환경보전에 앞장서고 선도하는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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