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부스터샷을 맞았다. 4월 백신 2차 접종 이후 6개월이 지났다. 미적댔더니 “3차 접종을 할 때”라는 휴대폰 문자메시지가 연거푸 날아들었다. 예약하고 갔는데도 한 시간 넘게 기다렸다. 병원 옆 담장을 따라 100m가 족히 넘는 긴 줄이 늘어섰다. 중국 베이징의 접종소는 또다시 붐볐다.
시노팜 백신을 이왕 두 번 맞았으니 선택의 여지도 딱히 망설일 필요도 없었다. 중국은 석 달 전까지만 해도 “백신 효과가 1년은 간다”며 3차 접종에 시큰둥했다. 하지만 철통방역을 자랑하던 수도 베이징이 코로나에 뚫리자 분위기가 돌변했다. 내년 2월 동계올림픽 경기시설을 최종 점검하러 입국한 전문가 그룹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
방역 강화에 출장은 줄줄이 취소됐다. 친분 있는 지방의 대학 교수는 ‘취재하러 가려는데 시간 되면 술 한잔 하자’는 전화에 “오지 말라”고 손사래를 쳤다. “여기는 확진자가 하나도 없지만 베이징은 그렇지 않다”며 찜찜한 말투였다. 2년 전 한껏 반기던 것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그거 알아요, 콧대 높은 베이징 사람들이 찬밥 취급 받는 게 은근히 고소하다는 거.” 그리고는 다음을 기약했다.
중학생 아들의 목이 약간 부었다. 기침도 안하고 열도 없지만 신경이 쓰였다. 집에 쟁여 놓은 약이 며칠치뿐이라 평소처럼 근처 약국에 갔다. 약사는 “기침이나 감기, 기관지 질환 약은 팔지 않는다”며 “동네병원도 안되고 무조건 종합병원에서 처방을 받아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혹여 코로나 증상을 숨길지 모른다는 이유에서다. 과거 코로나 집단 발병 홍역을 치른 중국 지방도시에서나 볼 법한 통제 방식이다.
중국 백신 접종은 24억 회를 넘었다. 연말 목표로 잡은 접종률 85% 달성이 무난해 보인다. 코흘리개 아이들까지 속도전에 가세했다. 맹렬한 기세와 달리 고작 택배 포장지 양성 반응에 호들갑이다. "위드 코로나는 재앙"이라고 잔뜩 경계하면서 가차없이 지역 전체를 꽁꽁 싸맨다. 접종과 검사 횟수를 폭발적으로 늘려 방역의 만리장성을 쌓는데도 좀처럼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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