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 방역' 하노이, 타지역 진입자 7일 격리
내수경제 초토화된 호찌민, 유흥시설 재개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사태가 발생한 베트남이 중구난방식 방역 정책으로 더 큰 혼란에 빠지고 있다. 수도 하노이시가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문을 걸어 잠그는 사이, 경제중심지 호찌민시는 오히려 유흥시설을 재개방하며 독자 행동을 시작한 것이다. 남ㆍ북부를 오가며 현지 경영을 해야 하는 한국 기업인들 역시 일관성 없는 방역행정에 난감한 표정이다.
18일 베트남 보건부에 따르면, 전날 베트남은 하루 동안 총 9,849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51일 만에 1만 명대를 다시 돌파한 지난 16일 이후, 감염 지역 또한 증가하는 추세다. 전날만 해도 최대 감염지인 호찌민(1,337명) 등 남부는 물론, 하노이(218명) 등 북부와 안장(527명) 등 메콩삼각주 지역, 유명 관광지 냐짱이 위치한 칸호아성(144명), 닥락성(188명) 등 중부고원 지대까지 감염자가 속출했다.
고조되는 위기에 하노이 인민위원회는 전날 타 지역에서 시로 진입하는 인원들에게 일주일간 시설격리를 명령했다. 당초 1~2단계 저위험 지역에서 백신 접종 완료자의 격리를 면제한 정책을 폐기, 특유의 '봉쇄 위주' 방역 기조로 돌아선 셈이다. 반면 호찌민은 16일부터 저위험 지역에 위치한 클럽과 가라오케(일본식 유흥주점), 영화관과 마사지 가게 등의 영업을 전면 허용했다. 호찌민은 6개월째 비필수 서비스 시설의 영업을 제한 중인 하노이보다 확진자 수가 4~5배 더 많은 곳이다.
베트남 양대 도시의 '극과 극' 방역 기조는 지역별 성향 차이 때문이다. 독립 이전부터 공산당 등 국가기관이 밀집한 하노이의 경우, 북부인 특유의 보수적이고 안정을 최우선시하는 기류가 강하다. 미군정의 과거 수도였던 남부 호찌민은 반대로 개방성이 강하고 집단보다 개인의 선택을 중시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기업들의 공장이 밀집한 북부와 달리, 남부는 관광 및 내수 소비에 대한 의존도도 높다. 남부가 봉쇄로 인한 직접 피해가 더 큰 구조라는 얘기다.
통일성이 결여된 방역정책의 피해는 한국 등 현지 진출 기업인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반년 동안 이어진 전국적 봉쇄 정책의 피해를 수습하기 위해 하노이와 호찌민을 부지런히 이동해야 하는 이들은 기존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다시 상황을 지켜봐야 할 처지다. 호찌민의 한 물류기업 법인장은 "양 도시 보건당국에 기업 활동의 어려움을 호소했으나, '정해진 절차와 규정을 무조건 따르라'는 답만 돌아왔다"며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전무해 연말 연초에 진행해야 하는 주요 계약과 행정 절차 갱신이 가능하기나 할지 걱정이 크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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