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김한길 겨냥 "아무나 다 중요하냐"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에게 19일 '공개 경고장'을 날렸다. "대통령이 될 사람은 과거의 인연이나 개인적인 친소 관계를 생각하면 안 된다"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윤 후보가 구상한 선거대책위원회 인선안을 2주 가까이 '재가'하지 않았다.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을지도 확답하지 않았다. 이날 오전 "김 전 위원장이 한 발 물러서기로 했다"는 얘기가 김 전 위원장과 윤 후보 주변에서 오르내렸지만, 김 전 위원장은 다시 뒤돌아 앉았다. 윤 후보의 고민이 더 깊어지게 됐다.
'윤석열 오른팔' 만나 불만 터뜨린 김종인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윤 후보의 최측근인 권성동 국민의힘 사무총장을 만났다. 약 15분의 대화를 마치고 사무실에서 나온 권 사무총장의 표정은 밝았다.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이 이미 여러 차례 깊은 대화를 했고, 김 전 위원장이 총괄 선대위원장직을 수락한 거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견은 사소하다"고도 했다.
잠시 뒤 사무실에서 나온 김 전 위원장은 달랐다. 그는 "대통령이 될 사람은 친소 관계로 (인사를) 결정하면 안 된다. 사람이면 아무나 다 중요하냐" 등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김 전 위원장이 겨냥한 건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다. 두 사람과도 손을 잡으려는 윤 후보의 구상에 공개적으로 '반대'를 표한 것이다.
윤 후보가 사람들을 끌어 모아 '용광로 선대위'를 만드는 데 대해 김 전 위원장은 "그 자체가 별로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선대위 운영 과정에서 쓸데없는 잡음이 나면 안 된다. 쓸데없는 회의나 하면 선대위가 효율을 발휘할 수 없다"면서 '슬림한 실무형 선대위'가 낫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갈등 봉합 분위기서 돌아선 김종인… 왜?
이날 오전까지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의 갈등은 '봉합 수순'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국민의힘 3선 의원은 "큰 산은 거의 다 넘고 디테일만 남았다"고 했고, 김 전 위원장 측도 "김 전 위원장이 모두 오케이(OK)를 했다"고 말했다. 상황이 반전된 건 김 전 위원장과 권 사무총장의 만남 이후로, 둘의 대화에서 뭔가가 어긋났을 가능성이 크다.
김 전 위원장이 강한 비토를 놓는 배경엔 '박근혜 트라우마'가 있다는 해석이 있다. 김 전 위원장은 2012년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캠프의 국민행복추진위원을 맡아 경제민주화 공약을 설계했는데, 이에 반대하는 친박계와 갈등을 빚다가 밀려났다.
김 전 위원장이 윤 후보와 김한길 전 대표의 관계를 견제한다는 시각도 있다. 윤 후보는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공작 사건 수사 외압을 폭로한 후 경기 여주지청장으로 밀려났을 때 김 전 대표와 인연을 맺었다. 올해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나 국민의힘 입당하는 과정에서 김 전 대표의 조언을 들었다고 한다.
김 전 위원장의 요즘 행보는 "명실상부한 선대위 원톱을 보장하라"는 시위 성격이 짙다는 뜻이다.
'통합 리더십' 추구하는 윤석열 선택은?
김 전 위원장과의 갈등이 길어지는 건 윤 후보의 리더십에 상처를 줄 수 있다. 이에 윤 후보는 '낮은 자세'를 취하고 있다. 19일 오후 기자들과 만난 윤 후보는 "김병준 전 위원장은 도와준다고 했고, 김한길 전 대표는 고민중"이라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이 '친소 관계 인사'라고 비판한데 대해선 "제가 그분들 안지 얼마 안 된다. 내가 모시려고 한 것"이라고 했다.
윤 후보와 가까운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윤 후보는 뜻이 같은 모든 사람을 모아야 압도적 정권교체를 할 수 있다는 말을 많이 한다"며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의 스타일이 다르지만 손발을 맞춰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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