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특검 수용 이후 여야 수싸움
"상설특검" vs "별도 특검법 제정"
"쌍특검" vs "부산저축은행 건도 특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적극 수용’ 입장으로 돌아서며 탄력이 붙는 듯했던 대장동 특검이 이번엔 '특검 도입 방식'과 '수사 범위'라는 걸림돌을 만났다. 여야가 “무조건 특검”을 내세우면서도 뒤로는 대선 유불리를 놓고 주판알을 튕기고 있기 때문이다.
특검도입 방식: "상설특검" vs. "별도 특검법 제정"
국민의힘은 개별 입법을 통한 특검법 제정을, 민주당은 이미 제도가 마련돼 있는 상설특검 활용을 주장한다.
민주당은 2014년 도입된 상설특검을 활용하면 특검 가동까지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효율성'을 명분으로 앞세운다. 상설특검법엔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 절차와 수사 기간, 파견 검사 인원 등이 명시돼 있어서 세부 사항을 둘러싼 실랑이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검의 1차 수사 대상은 이재명 후보의 대장동 의혹이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특검의 '속도'를 중시하는 게 자연스럽지만, 김기현 원내대표는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별도의 특검법을 만들어야 한다. 법안을 제출한 지 오래됐다”고 했다.
양당의 속내는 뭘까. 상설특검은 특검 추천 권한을 여야가 나눠 갖게 돼 있다. 민주당이 반대하면 특검 추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반면 국민의힘의 특검법안은 특검 1차 추천 권한을 대한변호사협회에 주기 때문에 민주당의 입김이 덜 작용한다. 국민의힘이 바라는 ‘거친 칼잡이 특검'이 인선될 가능성이 보다 크다. 파견 검사도 상설특검은 5명만 둘 수 있고, 국민의힘 법안에 따르면 30명까지 가능하다. 수사 기간 또한 국민의힘 안(1차 70일+30일까지 연장)이 상설특검(60일+30일)보다 길다.
특검의 공격력을 키워야 하는 국민의힘과 특검의 칼날을 무디게 해야 하는 민주당의 이해 관계가 충돌하는 것이다.
수사범위: "쌍특검" vs.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도 특검"
국민의힘은 ‘쌍(雙) 특검'을 밀고 있다. 이 후보를 겨누는 대장동 의혹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조준하는 고발사주 의혹에 대해 별도의 특검을 동시에 실시하자는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양당 후보의 의혹을 공평하게 다루자는 것이지만, 속내는 대장동 특검 주도권을 국민의힘이 쥐겠다는 것에 가깝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최근 “고발사주 의혹 특검 추천권은 민주당이 갖고, 대장동 특검 추천권은 국민의힘에 넘겨야 한다”고 요구했다. 여기엔 고발사주 의혹에 대해선 특검에서 별 게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기대가 깔려 있다.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대상을 대장동 의혹에 한정하되, 수사 범위를 2011년 부산저축은행의 대장동 시행사에 대한 1,155억 원 불법 대출까지 넓히자고 주장한다. 당시 윤 후보는 불법 대출 사건의 주임검사였다. 이를 고리로 민주당은 윤 후보의 대장동 연루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민주당이 윤 후보가 쉽게 받지 못할 카드를 던짐으로써 특검 도입을 좌초 내지 지연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관측도 있다. 윤 후보는 19일 기자들과 만나 부산저축은행 특검 수사에 대해 “되지도 않는 것을 자꾸 (특검에) 붙이려고 한다”며 거듭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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