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따르는 '교제살인' 대책 촉구한 장혜영
이준석 "남자=잠재적 가해자 프레임 선동" 주장
구조적 범죄 심각성 외면한다는 지적 잇따라
#. 17일 서울 서초구 한 아파트. 한 30대 남성이 함께 살던 애인을 흉기로 수 차례 찌르고 19층 자택으로 끌고 들어가 베란다 밖으로 떨어뜨렸다. 이 남성이 밝힌 살해 이유는 "(여성으로부터) 이별을 통보받아서"였다.
#. 19일에는 서울 중구 한 오피스텔에서 남자친구의 데이트폭력과 스토킹으로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한 30대 여성이 남자친구에 의해 살해돼 숨졌다. 6개월 전 두 사람은 헤어졌지만 이 남성은 "다시 만나달라. 안 만나면 죽인다"고 협박하다 결국 여성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페미니즘이 싫으면 여성을 죽이지 마세요"
장혜영 정의당 의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
최근 잇따라 전해지는 '교제살인'의 끔찍한 비극에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우리 사회의 각성을 촉구하는 글을 2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장 의원은 "헤어지자고 말했다는 이유로 살해당한 여성들의 참혹한 죽음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이 범죄의 이름은 '아파트 살인'이 아니라 '교제살인'이다. 본질을 흐리지 말아주시라"고 교제살인의 심각성을 전했다.
그러면서 "(이런) 세상에서 어떻게 페미니스트가 되지 않을 수 있겠느냐"며 "페미니즘이 싫으면 여성을 죽이지 말고, 안전 보장에 앞장서라"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교제살인' 범죄가 연이어 발생하는 배경에 대한 구조적 비판이자, 함께 대책 마련에 나서자는 호소였다.
'교제살인' 막자는 장혜영 호소, "선동"이라는 이준석
그러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내놓은 반응은 장 의원의 '기대'와는 달랐다.
이 대표는 21일 장 의원의 페이스북 글을 인용한 기사 링크를 공유하며 "선거 때가 되니 또 슬슬 이런저런 범죄를 페미니즘과 엮는 시도가 시작되고 있다"며, "'남성은 잠재적 가해자'라는 프레임은 2021년을 마지막으로 정치권에서 사라졌으면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 의원의 메시지가 '남성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을 부추긴다'는 점에서 "선동"이자, "차별적 담론"이라는 지적인데, 이 대표는 본인의 논리를 강조하기 위해 전남편을 토막 내 잔혹하게 살해한 '고유정 사건'을 예로 들기도 했다. "일반적인 사람은 고유정을 흉악한 살인자로 볼 뿐, 애써 그가 여성이기 때문에 젠더 갈등화하려고 하지도 않고 선동하려고 하지도 않는다"는 주장이다.
또 시작된 안티페미니즘 행보? 장혜영 "하던 버릇 나온다"
하지만 한국 사회의 새로운 구조적 범죄로 떠오르는 '교제살인'을 한 개인의 극단적 일탈에서 비롯된 고유정 사건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 자체가, 교제살인의 심각성을 외면하는 처사라는 비판이 뒤따르고 있다.
이 대표는 5월에도 채널A 'MZ세대, 정치를 말한다' 토론회에서 "강남역이나 이수역 사건 같은 단순 형사사건이 젠더 프레임에 묻힌다", "고유정씨가 전남편을 살해했다고 해서 남자라서 죽었다고 말하나" 등 여성혐오 범죄를 '단순 형사사건'으로 치부해 논란을 빚었다.
장 의원도 역공에 나섰다. 그는 페이스북에 "또 하던 버릇 나오시네요"라며 "젠더갈등 조장하는 일등공신이 이런 소리하면 지나가던 개가 웃습니다"라고 이 대표의 안티 페미니즘 행보가 또다시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성들이 교제살인으로 죽어가는 문제에는 관심 없고, '페미니즘' 네 글자에 꽂혀서 조선인 우물까지 끌고 오는 거, 너무 볼품없다"며 "반유대주의 인종차별 끌고 와봐야 차별금지법 제정하자는 소신 하나 못 지키면서 뭐 그리 혓바닥이 깁니까"라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앞서 장 의원의 메시지를 "선동"이라 비판하며 각종 비유("유대인의 경제활동에 대한 반감,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을 거라는 선동, 전라도 비하 등")를 끌어다 썼지만, 과도한 비약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한편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측은 전 남자친구의 스토킹으로 경찰의 신변 보호를 받던 30대 여성이 살해당한 사건과 관련해 김병민 선대위 대변인 논평을 통해 "국가를 믿었던 국민을 지켜주지 못한 정부, 대통령은 국민들께 사과하고 즉각 재발 방지 조치를 취하라"며 김창룡 경찰청장의 즉각 경질과 사건 담당자 문책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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