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대장동 개발 비리와 관련해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 및 천화동인 소유주인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를 배임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해 대장동 핵심 4인방을 재판에 넘기면서 사실상 수사가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윗선이나 로비 의혹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정치권에서 특검이 거론되는 상황을 감안할 때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
윗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서는 애초 검찰 수사 의지가 의심스러웠다. 여론에 떠밀려 수사 20일 만에 성남시청을 압수수색했던 검찰은 핵심인물 신병을 확보한 뒤에도 성남도개공과 민간사업자 간의 배임 혐의를 입증하는 데만 몰두했다. 황무성 전 성남도개공 사장의 사퇴를 압박한 것으로 알려진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은 한 차례도 소환하지 않았다. 2014년 지방선거를 전후해 분양대행업자가 대장동 핵심들에게 건넨 43억 원 가운데 일부가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당시 선거자금으로 흘러갔다는 관계자 진술도 흐지부지됐다. 이 후보가 윗선이라는 의혹이 난무했지만 검찰은 여권 대선 후보 앞에서 진상 규명 자체를 포기한 셈이다.
정치권과 법조계 거물들이 포함된 로비ㆍ뇌물 의혹 수사도 지지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50억 클럽’에 등장하는 인사들 가운데 곽상도 전 의원만 압수수색 했을 뿐 소환조사는 일절 없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대검 중수부 과장 시절 부산저축은행의 대장동 부실대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정황도 검찰은 외면하고 있다.
윗선이나 로비ㆍ뇌물 의혹이 빠진 검찰 수사 결과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물론 정치권이 조속히 합의한다면 특검이 검찰의 미진한 수사를 넘겨받아 대선 전에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이 경우 검찰은 2007년 BBK 수사에 이어 또다시 대선을 앞두고 수사기관 본연의 임무를 방기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대선 후보 앞에서 수사를 멈췄다면 검찰은 권력 견제의 칼을 지닐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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