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최측근 보좌관 출신 헤페츠
'검찰 측 증인'으로 법정 출석해 진술
"네타냐후, 언론사주와 '직통 관계' 맞다"
뇌물수수와 배임,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베냐민 네타냐후 전 이스라엘 총리가 ‘믿었던 충복’한테 뒤통수를 제대로 맞았다. 현직 시절 최측근으로 꼽혔던 보좌관이 검찰 측 증인으로 법정에 나가 네타냐후의 유죄 입증을 뒷받침하는 진술을 내놓은 것이다. 일단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까지는 없었지만, 추가 증언도 잇따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위기감은 가시지 않는다. ‘이스라엘 사상 최장수 총리’라는 명예의 한 조각이라도 네타냐후가 지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2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의 최측근 보좌관이었던 니르 헤페츠는 이날 예루살렘지법에서 열린 네타냐후의 부패 사건 재판에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했다. 헤페츠의 법정 증언은 당초 지난주 예정돼 있었으나, 네타냐후 변호인 측의 요청으로 1주일 미뤄졌다.
이날 헤페츠는 “네타냐후 총리가 언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해 가진 통제력은 더할 나위 없이 강력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스라엘 대형 통신업체 베제크의 대주주이자 뉴스사이트 ‘왈라’의 사주인 샤울 엘로비치와 네타냐후가 ‘직통 관계’를 맺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다만 직접적 돈 거래 사실을 명시적으로 밝히진 않았다.
그러나 헤페츠의 이날 진술은 매우 의미심장하다는 평가다. ‘네타냐후가 재임 시절 권력을 이용해 일부 언론에 불법 이득을 챙겨주면서 사익을 추구했다’는 검찰 측 주장을 간접적으로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스모킹건은 없었지만, 네타냐후가 암울한 현실에 직면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하레츠도 “헤페츠가 트로이의 목마 역할을 했다”고 표현했다.
헤페츠는 2009~2010년, 2014~2017년 두 차례에 걸쳐 네타냐후와 함께 일했던 핵심 참모다. 결국 네타냐후로선 수년간 한배를 탔던 심복으로부터 사실상 ‘배신’을 당한 격이다. 이스라엘 일간 예루살렘포스트(JP)는 “(법정에서) 네타냐후가 대부분 자신감 있는 태도를 취하려 했으나, 불편해 보였던 건 분명하다”며 “헤페츠와 네타냐후는 잠시 서로를 응시했지만, 감정을 드러내진 않았다”고 전했다.
설상가상으로 향후 불리한 증언은 잇따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JP는 “지금까지의 중요 증인들과 비교해도 헤페츠는 네타냐후와 가장 가까웠던 인물”이라며 앞으로 수주 동안 그의 ‘릴레이 폭로’가 이어질 것이라고 점쳤다. 초반부 재판에선 좀처럼 나오지 않았던 금전 수수, 외압 등의 구체적 내용도 법정에서 ‘증언’ 형태로 공개될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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