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및 시민사회 단체들 잇따라 입장문 발표
"사죄 없이 사망" 분노… 재판 노력 물거품에 아쉬움
5·18조사위 "신군부 대상 진실규명 작업 계속할 것"
전두환 전 대통령이 23일 사망하자 5·18 피해자 단체와 시민사회단체들이 잇따라 입장문을 냈다. 12·12 군사반란과 광주민주화운동 무력진압, 군부독재로 점철된 행적에 대한 사과와 반성 없이, 평생 변명과 책임회피로 일관했다는 비판이 주종을 이뤘다.
5·18재단과 5월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는 이날 오전 공동성명서를 내고 "국가 전복과 5·18학살 주범이자 민간인 대학살의 책임자인 전두환이 사과 없이 사망했다"면서 "계속된 거짓말과 왜곡으로 국민과 대한민국 사법부를 기망하면서, 반성과 사죄는커녕 회고록으로 5·18 영령들을 모독하고 폄훼하면서 역겨운 삶을 살았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5월 학살 주범들에게 반드시 책임을 묻고 역사 정의를 바로 세워나가겠다"고 밝혔다.
단체들은 특히 전씨의 사자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사법부 판단이 끝내 내려지지 못했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전씨는 2017년 출간한 회고록에서 고(故)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로 표현했다가 재판에 넘겨져 이달 29일 광주지법에서 2심 결심공판을 앞두고 있었다. 전씨의 사망으로 재판은 공소기각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도 공식 입장을 내고 "전씨의 사망에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면서 "지난 41년간 피해자와 국민 앞에 진실을 밝히고 사죄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변명과 부인으로 일관해 희생자의 고통을 가중시켰다"고 질타했다.
위원회는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 작업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전씨는 위원회의 출석 요구에 줄곧 불응하면서 한 차례도 조사받지 않았다. 위원회는 "법률이 부여한 권한과 책임에 따라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를 지속할 것"이라며 "신군부 핵심인물들은 국민과 역사 앞에 진실을 고백하라"고 촉구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민주노총 등도 전씨 사망에 유감을 표하는 성명서를 내고 전씨 장례엔 국가적 예우를 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른 정부 결정을 강하게 성토한 바 있다. 전농은 "전두환의 죽음으로 끝내지 말고 역사가 진실을 밝히고 끝까지 단죄해야 한다"면서 "국가장이 치러진다면 정부 퇴진운동을 불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노총도 "국장이니 국가장이니 하는 몰역사적인 퇴행으로 시민을 분노시키지 말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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