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경위, 피해자 따라 올라가다 돌아 나와
현장 떠난 여성 순경은 배치 7개월 된 '시보'
경찰, 피의자에 스토킹 처벌법 추가 적용
인천의 한 빌라에서 일어난 층간소음 흉기 난동 사건 당시 빌라 밖에 있던 남성 경찰관이 비명 소리를 듣고 빌라 건물로 들어갔다가 현장을 벗어나고 있던 여성 경찰관을 따라 다시 밖으로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여경이 피해자를 두고 현장을 떠난 데 이어, 남경이 곧바로 현장에 합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부실 대응 논란이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23일 인천경찰청에 따르면 남동구 논현경찰서 모 지구대 소속 A순경과 B경위는 지난 15일 오후 5시 5분쯤 남동구 한 빌라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 당시 현장에서 부실 대응을 했다는 이유로 대기 발령 상태다. 2002년 입직한 B경위는 19년간 여러 부서에서 근무했다.
A순경은 당시 빌라 4층 주민 C(48)씨가 빌라 3층에 거주하는 여성 D씨의 목 부위를 흉기로 찌르고, D씨의 딸이 놀라 비명을 지르는 상황에서 사건 현장인 3층을 벗어나 1층으로 내려갔다.
1층에서 D씨의 남편과 대화하던 B경위는 비명 소리를 듣고 3층으로 뛰어올라가는 D씨 남편을 따라 빌라 내부로 진입했으나 계단을 내려오는 A순경과 함께 다시 빌라 밖으로 나왔다. 두 경찰관은 'C씨가 소란을 피운다'는 D씨 가족의 신고를 받고 함께 출동해 D씨 가족을 C씨와 분리 조치한 뒤, 각각 빌라 내부와 외부에 머물렀다. B경위는 구호와 지원 요청을 하기 위해 A순경을 따라 밖으로 나왔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함께 1층으로 내려온 두 경찰관은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열리는 빌라 공동 현관문이 닫혀 뒤늦게 올라갔다. 그 사이 홀로 3층으로 올라간 D씨의 남편은 C씨와 맨손으로 몸싸움을 벌이다가 흉기에 찔려 다쳤고, 중상을 입은 D씨는 아직까지도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권총과 테이저건을 소지한 B경위와 A순경이 현장에 있었다면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는 게 피해자 가족의 주장이다.
A순경은 최근 D씨 가족을 만나 "(범행을) 목격한 순간 구호 요청을 해서 사람을 살려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며 "(1층으로 내려가 119에 출동 요청을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중앙경찰학교에서 8개월간 교육을 마치고 올해 4월 26일 현장에 배치된 시보 신분이었다. 경찰 시보 기간은 1년으로, 이후 정규 임용심사를 거쳐 정식 경찰관으로 임명된다.
2, 3개월 전에 빌라 4층으로 이사온 C씨는 아래층에 사는 D씨 가족과 층간소음 문제로 갈등을 빚었으며 이전에도 112에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살인미수와 특수상해 혐의로 구속한 C씨에게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추가 적용했다. 경찰 관계자는 "C씨를 스토킹 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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