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新)한일관계: 협력과 존중의 미래를 향하여’
“국민 간 관계가 양국관계 영향” 인적교류 강조
“불만·성과 남긴 한일협정, 현재 과제 고민해야”
라종일 가천대 석좌교수가 경색된 한일관계를 풀어갈 바람직한 외교 자세로 “이해 못하는 걸 이해하는 능력”을 꼽았다. 역사 문제에 대한 한일 간의 인식차가 현격한 상황에서 ‘역지사지’ 자세를 갖는 게 양국 협력의 단초가 될 것으로 본 것이다.
라 석좌교수는 25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한국일보 주최로 열린 ‘2021 코라시아포럼’에서 ‘한일 관계, 분노와 냉소를 넘어서’를 주제로 특별강연을 맡아 이같이 밝혔다. 라 교수는 김대중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제1차장과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보좌관 등을 역임했고, 노무현 정부 첫 주일 대사를 지냈다.
라 교수는 일본 정계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태평양 전쟁에 대한 일본의 피해자 인식을 거론하며 “일본 사람들이 왜 야스쿠니에 집착하는 건지 이해해야 한다”며 “이해한다고 동조하는 건 아니지만, 이해 못 하는 것을 이해하는 능력 없이는 21세기를 개척해갈 수 없다”고 밝혔다. 일본의 역사 인식에 동조할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외교의 밑바탕이 돼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일본 주요 인사에게 ‘독도 영유권 문제’에 대한 한국 입장을 이해시킨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주일대사 재직 당시 와카미야 요시부미(若宮啓文) 전 아사히신문 주필에게 “한국은 일본 침략에 제대로 저항하지 못한 엄청난 도덕적 부담이 있기 때문에, 독도를 절대로 양보할 수 없다”며 수차례 설득에 나섰다. 와카미야 주필은 고심 끝에 ‘한국의 독도 영유권을 인정하자’는 칼럼을 썼다가 일본 내에서 숱한 비난과 협박에 직면했다.
라 교수는 불편한 과거에도 불구하고, 한일 국민의 우호적 교류가 양국 관계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안중근 의사와 일본인임에도 그를 존경하고 우정을 나눴던 간수 지바 도시치의 일화를 언급하며 “사람과 사람은 이런 일들이 가능하다. 사람과 국가가 같이 가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라 교수는 ‘1965년 한일협정’에 대해 “당시 가장 중요했던 안보·산업화라는 실용적 성과는 있었지만 (위안부 문제 등) 실존적 불만이 남았다”고 진단했다. 그는 “동북아가 냉전 때보다 나쁜 상황을 맞을 수 있는 현 시기에 가장 중요한 게 한일 협력”이라며 “문제를 해결할 정보와 지식을 수집하고, 협력할 수 있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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