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5일 국회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를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의 법 제정 권고에 따라 17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관련 법안이 발의된 이후 19대 국회까지 7건의 법안이 발의됐으나 번번이 논의가 좌절됐다. 민주당은 20대 국회에서도 해당 법안을 3건이나 발의했다.
그러나 이후 민주당의 행보는 법 제정에 진정성이 있는지 의심을 살 만하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에 10만 명이 동의해 지난 6월 법안이 국회 심사대상이 됐으나 이달 초 국회 법사위는 만장일치로 차별금지법 제정 청원 심사기한을 2024년 5월로 미뤘다. 이 법안을 ‘동성애 옹호법안’이라고 강변하는 보수 기독교계 눈치를 보느라 반대하는 보수정당은 논외로 하더라도 민주주의와 인권강화를 표방하는 민주당의 명백한 직무유기다.
이날 뒤늦게나마 민주당이 토론회를 연 건 그나마 다행이지만 ‘개최했다’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생산적 토론 없이 논의가 공전된 데는 민주당의 책임이 크다. 무엇보다 공공연히 소수자에 대해 차별 발언을 하는 이들을 참여시킨 것이 문제다. 평소 동성애를 이성애로 바꾼다는 ‘전환치료’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거나 "차별 피해자 주장만으로 누구든 가해자로 전락할 가능성을 남긴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기계적 찬반 균형을 이유로 국회 토론회라는 공론장에 초대받았어야 했는지는 의문이다. 반대 토론자들은 이날 "동성애가 치료 가능하다"거나 "이 법이 국가의 사상통제 수단으로 쓰일 우려가 있다"는 식의 무리한 주장을 펼쳤다.
공교롭게도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인권위 20주년 기념식에서 차별금지법 제정과 관련해 “우리가 인권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 반드시 넘어서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마지못해 국회 토론회를 연 듯한 민주당이나 내내 손 놓고 있다가 임기 6개월을 남겨놓고서야 밀린 숙제하듯 법 제정을 강조한 대통령의 진의를 의심하고 싶지는 않다. 정부와 여당은 속도감 있는 입법 논의와 준비로 이런 의심을 거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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