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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왜 피해자에게 스토킹 증거 원하나...살인범과 셀카 찍을 순 없잖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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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왜 피해자에게 스토킹 증거 원하나...살인범과 셀카 찍을 순 없잖나"

입력
2021.11.26 12:00
수정
2021.11.26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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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 공개된 김병찬 피해자의 유족의 호소
"스마트워치 위치추적 오류뿐만 아니라
경찰이 피해 증거 요구하거나 소극적 대응"
"준비한 흉기로 집 앞에서 기다렸다 살해
증거인멸 정황도 있어"... 계획 범죄 주장

스토킹 피해로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을 살해하고 도주했다가 검거된 김병찬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스토킹 피해로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을 살해하고 도주했다가 검거된 김병찬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전 남자친구로부터 스토킹을 당하다 끝내 살해된 피해자의 동생이 "언니가 평소 '경찰은 증거가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 것 같다'고 답답해 했다"고 성토했다.

피해자의 동생 A씨는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경찰의 소극적 대응을 강력 비판했다.

24일 신상이 공개된 피의자 김병찬은 19일 서울 중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피해자를 살해했다. 피해자는 경찰에게 받은 ①스마트워치를 눌렀지만 위치추적 오류로 경찰은 사건현장으로부터 500m 떨어진 엉뚱한 곳으로 출동했다.

A씨는 이날 "스마트워치가 차라리 지급이 안 됐더라면 언니가 휴대폰 긴급구조신호(SOS)로 정확한 위치를 알릴 수 있지 않았을까"라고 한탄했다. 앞서 9일 피해자가 스마트워치를 집에 두고 와 휴대폰 SOS 기능을 사용했을 땐, 친구들에게 피해자의 정확한 위치가 찍힌 문자와 로드뷰가 발송됐다고 한다. 당시 살해 협박을 받고 있었던 피해자는 그 덕분에 김씨와 분리될 수 있었다.

그는 "경찰은 이제 와서 스마트워치를 점검하고 대응 훈련을 한다""'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의 대응은 유가족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 증거 요구하거나 스토킹 목격해도 '단순 경고'만

서울경찰청이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전 여자친구를 스토킹하고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김병찬(35)의 신상정보를 24일 공개했다. 경찰청 제공

서울경찰청이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전 여자친구를 스토킹하고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김병찬(35)의 신상정보를 24일 공개했다. 경찰청 제공

A씨는 ②경찰이 증거를 요구하며 미온적으로 대처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언니가 수차례 신고했는데 같이 있을 때는 증거를 남겨 놓을 수 없잖나"라며 "그런데 경찰은 증거가 없으면 움직이지 않거나, 어떤 경찰은 '협박이 맞나'고 물어보기까지 했다더라"고 전했다.

심지어 피해자가 서울로 직장을 옮기기 전 부산 경찰에 김씨를 최초 신고했던 기록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고 했다. A씨에 따르면 그 기록에는 김씨가 '목숨을 빼앗겠다'고 위협하다가, '그만하겠다'고 하다가, '협박 안 하겠다는 건 거짓말'이라며 웃었다고 나와 있다.

A씨는 "살인범이 언니 휴대폰을 강제로 뺏어서 주고받은 메시지를 다 지웠다"며 "경찰은 살인범과 언니가 같이 있는 증거나 동영상도 원했지만 언니가 살인범과 셀카를 찍을 수는 없는 노릇이잖나"며 기막혀 했다.

③법원이 접근금지 명령을 내렸을 때도 경찰의 소극적 대응이 계속됐다고 한다. A씨는 "법원이 접근금지 명령을 내렸고 언니가 임시보호소로 거처를 옮길 때 경찰 수사관이 살인범(김씨)이 언니 차에서 자고 있는 걸 봤다""그런데도 경찰은 '접근하지 말라'는 경고만 하고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휴대폰으로 친구들에게 SOS를 보냈던 것도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 이후였다.




유족이 "김병찬의 계획적 범죄"라 주장하는 세 가지 이유

지난달 29일 오전 제주시 연동의 한 주택에서 열린 신변 보호용 인공지능 폐쇄회로(CC)TV 시연회에서 경찰이 신변보호대상자가 CCTV를 통해 침입자를 확인, 스마트워치로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는 모습을 재연하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오전 제주시 연동의 한 주택에서 열린 신변 보호용 인공지능 폐쇄회로(CC)TV 시연회에서 경찰이 신변보호대상자가 CCTV를 통해 침입자를 확인, 스마트워치로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는 모습을 재연하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A씨는 김씨의 '우발적 살해' 주장에도 적극 반박했다. 김씨는 '스마트워치에서 나오는 경찰의 목소리를 듣고 홧김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그러나 "①김씨가 서울에 올라온 18일 흉기와 모자를 구매했고, ②언니 차가 주차돼 있는 걸 확인한 뒤 언니가 집에서 나오길 기다렸다가 여러 차례 찔러서 살해했다"고 정황 증거를 들었다.

그 밖에도 김씨가 카드 대신 현금을 사용한 것, 범행 후 피해자 휴대폰을 강남 한복판에 버리고 자신의 휴대폰은 추적이 어려운 비행기 모드로 전환한 것, 대중교통을 이용해 대구로 도주한 점 등을 들며 ③그가 증거를 인멸하고 위치 추적에도 대비했다고 주장했다.

김씨가 대구에서 혀를 깨물고 자살을 시도했다는 데엔 "생명에 지장이 없는 정도로 안다"며 "(우발적 살해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유족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은 국민청원 통해 호소하는 것뿐"

김병찬에게 스토킹을 당하다 살해된 피해자의 유족이 24일 '김씨를 사회로부터 격리하고, 부실 대응한 경찰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렸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김병찬에게 스토킹을 당하다 살해된 피해자의 유족이 24일 '김씨를 사회로부터 격리하고, 부실 대응한 경찰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렸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A씨는 "만약 우발적 범죄로 인정되면 김씨가 사회에 빨리 나오게 될 것"이라며 "그럼 저희 가족은 다시 두려움에 떨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경찰에 대해서도 "언니는 소극적 대응에도 경찰을 믿었다. 그런데 결국 저희에게 영영 돌아올 수 없게 됐다"고 강조했다.

A씨는 마지막으로 피해자의 동생이자 자신의 오빠가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많은 관심을 바랐다. 그는 국민에게 많은 동의를 받아 사건이 널리 알려지는 것만이 유족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일이라고 말했다.

24일 올린 청원에서 유족들은 ①김씨에게 사형을 선고하거나 사회로부터 완벽하게 격리해야 하고 ②경찰 부실대응의 책임자를 규명해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③스토킹 피해자 보호 체계 개선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빠른 시일 내에 공표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청원은 26일 오전 11시 현재 2만2,000여 명의 청원 동의 인원을 모았다.

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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