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관절염, 대퇴골두 무혈관성 괴사, 대퇴비구충돌증후군, 점액낭염 때문?
기온이 떨어지면 근육ㆍ혈관ㆍ신경 등이 위축된다. 또 활동량이 줄고 면역력이 약해져 기존 질병이 악화하거나 숨어 있던 질병이 드러나기도 한다.
실제 날씨가 추워지면 골반이나 엉덩이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어난다. 야외활동과 운동량이 줄고 그만큼 관절이 경직되면서 엉덩이관절에 무리가 오기 쉽기 때문이다.
엉덩이관절(고관절)은 넓적다리뼈와 골반뼈가 만나는 곳으로 척추와 더불어 체중을 지탱하는 우리 몸의 기둥 같은 역할을 한다.
공처럼 둥글게 생긴 넓적다리뼈의 머리 부분(대퇴골두)과 이 부분을 감싸는 절구 모양의 골반골인 비구로 구성된다.
엉덩이관절은 항상 체중의 1.5~3배에 해당하는 강한 힘을 견뎌야 한다. 걷기만 해도 4배, 조깅은 5배, 계단 오르내리기는 8배의 하중이 가해진다.
전상현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사타구니 부위나 엉덩이, 허벅지 쪽으로 뻗치는 통증이 1~2주 이상 지속한다면 엉덩이관절 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고 했다.
◇거동 불가능해지며 다양한 합병증 생겨
엉덩이관절 질환에 노출되면 먼저 무릎ㆍ발목ㆍ척추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악화하면 극심한 통증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고 거동이 불가능해진다.
결국 누워 있는 시간이 늘면서 다양한 합병증에 노출된다. 대표적인 엉덩이관절 질환에는 골관절염, 대퇴골두 무혈관성 괴사, 대퇴비구충돌증후군, 점액낭염 등이 있다.
엉덩이관절 골관절염은 반복적인 사용과 노화가 진행되면서 발생하는 일차성 골관절염과 선천성 이상, 외상, 감염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차성 골관절염으로 나뉜다. 국내에서는 일차성보다는 이차성 환자가 많다.
골관절염이 생기면 넓적다리뼈와 비구가 모두 망가지게 된다. 골관절염은 어떤 치료를 받더라도 진행을 막을 순 없다. 평생 쉴 수 없는 관절이기 때문이다.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사타구니가 시큰거리고, 심하면 가만히 있어도 통증이 온다. 치료는 생활 습관 개선, 운동, 재활, 약물 치료 같은 비수술적 치료와 관절 내시경, 인공관절 등 수술적 치료가 있다.
대퇴골두 무혈관성 괴사도 조심해야 한다. 넓적다리뼈 머리 일부나 전체가 썩는 대퇴골두 무혈관성 괴사는 대퇴골두에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 발생한다. 괴사한 부위는 재생이 불가능하고 뼈가 허물어지면서 사타구니와 대퇴부 안쪽에 심한 통증이 생긴다.
증상은 단계별로 진행한다. 첫 증상은 사타구니와 엉덩이의 묵직한 통증이다. 이후 질병이 진행하면서 병변 측 엉덩이로 서 있거나 무게를 지탱하기 어렵게 되고, 앉았다 일어설 때 또는 다리를 벌리거나 꼴 때 통증이 발생한다. 특히 걸을 때 통증이 심해지면 병변을 의심할 수 있다.
원인은 이유를 알 수 없는 특발성일 때가 많지만 지나친 음주, 스테로이드제제 다량 복용, 엉덩이관절 주위 골절, 잠수병 등이 주원인이다.
외국의 한 역학 조사 자료를 보면 소주로 환산해 1주일에 다섯 병가량 술을 10년 정도 마시면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대퇴골두 무혈관성 괴사에 걸릴 확률이 10배 증가한다.
전상현 교수는 “환자들은 흔히 대퇴골두 무혈관성 괴사를 ‘뼈가 부패하는 병’으로 잘못 이해하고 그대로 두면 주위 뼈까지 썩어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걱정하기도 한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대퇴골두 무혈관성 괴사는 뼈가 국소적으로 죽어 있을 뿐 뼈가 부패되는 것은 아니고 주위로 퍼져 나가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퇴비구충돌증후군은 넓적다리뼈나 비구 모양에 변화가 생겨 비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비구순이 파열되거나 관절 연골이 손상되는 병이다.
발병 초기에는 걷거나 뛸 때는 아무런 증상이 없지만, 앉았다 일어날 때나 차에 타고 내릴 때, 자세를 바꿀 때처럼 특정 동작을 할 때 사타구니 부위에 강한 통증이 짧게 발생한다.
어릴 때부터 축구ㆍ야구ㆍ스케이트ㆍ발레 등 엉덩이관절을 많이 구부리는 운동을 하면 발생하기 쉽다. 발병 초기 엉덩이관절을 반복적으로 과도하게 구부리는 활동이나 운동은 피해야 한다.
반면 엉덩이관절과 허리 주변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은 도움이 된다. 대퇴비구충돌증후군의 진행에 따른 비구순 파열이나 관절 연골 손상 시 관절 내시경을 이용한 수술로 치료할 수 있다.
엉덩이관절 점액낭염은 엉덩이관절 주위에 있는 18개의 점액낭에 염증이 생기는 병이다. 달리기를 자주 하거나 오랫동안 서서 일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과음 피하고 올바른 자세 유지ㆍ근력 운동해야
엉덩이관절 건강을 지키려면 과음을 피해야 한다. 의자에 앉을 때 흔히 하는 다리를 꼬고 앉는 동작도 삼가야 한다.
이 자세는 엉덩이관절이 과도하게 굽고 안으로 모이면서 회전하는 자세로 비구순이나 연골 손상을 부를 수 있다. 또 양 무릎을 붙인 채 바닥에 쪼그리고 앉는 자세나 무거운 물건을 들 때 혼자 드는 것도 피한다.
엉덩이관절이 가장 편안한 자세는 힘을 빼고 의자에 약간 비스듬히 걸터앉는 자세다. 오래 앉아 있거나, 걷고 난 후 사타구니가 뻑뻑하고 시큰한 느낌이 있다면 이 자세를 취해 관절을 쉬게 한다.
엉덩이관절은 항상 큰 하중이 가해지는 만큼 평소 체중을 조절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 잠수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면 잠수 후 충분한 감압을 시행하도록 한다.
전상현 교수는 “엉덩이관절 질환이라고 하면 대부분 인공관절 수술을 떠올리기 쉽지만, 초기에 발견하면 약물·물리 치료, 운동만으로 절반 정도는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고 했다.
엉덩이관절에는 하중을 최소화하면서 많이 움직이는 운동을 하면 좋다. 대표적으로 수중 운동이다. 물속에서는 체중 하중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아쿠아로빅 같은 격렬한 운동도 관절에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실내 자전거 타기도 권장된다. 이때 자전거 안장을 조금 높여 엉덩이관절이 많이 구부러지지 않게 한 뒤 크게 가속하지 말고 부드럽게 페달을 밟는 게 좋다. 자전거를 탈 때 급속히 속도를 높이면 뛸 때처럼 체중의 5배 이상 하중이 가해진다.
수중 운동과 실내 자전거 타기를 하기 힘든 환경이라면 걷기도 좋다. 너무 빠르지 않게 30분~1시간 동안 걸으면 된다.
반면 엉덩이관절을 과도하게 구부리는 동작이 필요한 스케이트ㆍ태권도ㆍ야구 등을 하다가 통증이 생기면 곧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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