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남부 아프리카發 입국 제한 조치
WTO 통상장관 각료회의도 전격 연기
유럽 "오미크론 위험도 높음~매우높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김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출현에 전 세계가 다시 국경을 걸어 잠그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가 퍼지고 있는 남부 아프리카 지역 국가를 대상으로 여행객 입국 금지, 격리, 항공편 차단 등 강력한 봉쇄 조치를 선제적으로 내놨다.
26일(현지시간) 미국 행정부는 29일부터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보츠와나, 짐바브웨, 나미비아, 레소토, 에스와티, 모잠비크, 말라위 등 8개국에서 출발한 여행객에 대한 입국을 제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자국민과 영주권자는 제외된다. 캐나다 역시 이들 국가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를 발표했다.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은 오미크론 변이 유입을 막기 위해 남부 아프리카발(發) 입국을 일시 제한하는 데 합의했다. 대상 국가는 남아공, 보츠와나, 에스와티니, 레소토, 모잠비크, 나미비아, 짐바브웨다. 이들 국가에서 출발한 여행객은 보건당국 통제 하에 엄격하게 관리된다. 영국과 러시아도 남부 아프리카발 항공편 차단, 자국민 외 입국 금지, 격리 등 강력한 규제 조치를 시행할 계획이다.
인도, 일본,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국가들과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국가도 속속 남부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입국 제한을 발표했고, 호주는 남아공에서 온 여행객을 의무 격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세계무역기구(WTO)도 30일~다음달 3일 열리는 각료 회의를 전격 연기했다. 오미크론 변이 등장에 따른 각국의 여행 제한 조치를 고려한 결정이다. 이번 회의를 위해 각국 통상장관 100여 명이 WTO 본부가 있는 스위스 제네바에 모일 예정이었다.
오미크론 변이는 이달 11일 보츠나와에서 처음 발견됐으며 현재 남아공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이스라엘, 벨기에에서도 확진자가 나왔고, 홍콩에서는 2차 감염이 발생했을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 뉴스위크에 따르면 25일 기준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 수는 남아공 77명, 보츠나와 6명, 홍콩 2명, 이스엘 1명, 벨기에 1명 등 총 87명이다. 그러나 남아공에서는 의심 환자만 99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날 긴급 회의를 소집해 남부 아프리카에서 새로 발견된 변이에 ‘오미크론’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우려 변이’로 지정했다. 알파, 베타, 감마, 델타에 이어 다섯 번째 우려 변이다. WHO는 “예비 증거에 따르면 다른 변이에 비해 재감염 위험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오미크론 변이는 스파이크(돌기) 단백질에 유전자 변이 32개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우세종인 델타 변이가 16개 돌연변이를 보유한 점을 감안하면 2배나 많다. 바이러스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이용해 숙주 세포로 침투하기 때문에 스파이크 단백질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감염력이 커지고, 백신 효과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날 유럽연합 보건당국인 유럽질병통제예방센터(ECDC)도 오미크론 변이의 전반적 위험도를 ‘높음∼매우 높음(HIGH to VERY HIGH)’ 수준으로 평가했다. ‘낮음(LOW)’에서 ‘매우 높음(VERY HIGH)’까지 구성된 6단계 중에서 최고 단계 바로 아래인 5단계에 해당한다. ECDC는 “오미크론 변이의 전염성과 면역 회피 가능성이 잠재적으로 크다는 점을 고려할 때 EU와 유럽경제지역(EEA) 내 추가 유입과 지역사회 확산 가능성은 ‘높음’으로 평가된다”며 각국에 여행 제한, 부스터샷(추가 접종) 확대 등을 긴급히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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