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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눈물의 '나성' 상봉…팬데믹 이산가족 모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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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눈물의 '나성' 상봉…팬데믹 이산가족 모녀의 만남

입력
2021.11.29 04:30
수정
2021.11.29 10:19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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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아미 어셈블'
눈물바다 된 공연장

27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공연장 모습. 4만7,000여 관객이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공연장엔 한글로 '보고 싶었어'라고 적은 하트 모양의 종이를 들고 있는 관객도 있었다. 방탄소년단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2019년 공연을 중단한 뒤 2년 만에 처음으로 이곳에서 공연을 열었다. 독자 제공

27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공연장 모습. 4만7,000여 관객이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공연장엔 한글로 '보고 싶었어'라고 적은 하트 모양의 종이를 들고 있는 관객도 있었다. 방탄소년단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2019년 공연을 중단한 뒤 2년 만에 처음으로 이곳에서 공연을 열었다. 독자 제공

"감사합니다." 27일(현지시간) 오전 8시 미국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해 입국 심사를 받던 직장인 김모씨는 공항 직원이 한국말로 이렇게 인사해 깜짝 놀랐다. 그는 이날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방탄소년단 공연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를 보기 위해 전날 한국에서 비행기를 탔다. 김씨는 "입국심사할 때 '왜 왔느냐?'라고 영어로 물어 '콘서트 보러 왔다'고 답하니 입국 심사관이 당연하다는 듯 '오브 코스(그럼요)'라며 웃어 신기했다"고 전했다.

그룹 방탄소년단이 27일부터 공연할 미국 로스앤젤레스 소파이스타디움 천장 스크린에 뜬 한국어 축하 문구. 이 곳은 미국 프로풋볼 로스앤젤레스 램스와 로스앤젤레스 차저스의 홈구장이다. 내년 슈퍼볼이 이 경기장에서 열린다. 소파이스타디움 사회관계망서비스 캡처

그룹 방탄소년단이 27일부터 공연할 미국 로스앤젤레스 소파이스타디움 천장 스크린에 뜬 한국어 축하 문구. 이 곳은 미국 프로풋볼 로스앤젤레스 램스와 로스앤젤레스 차저스의 홈구장이다. 내년 슈퍼볼이 이 경기장에서 열린다. 소파이스타디움 사회관계망서비스 캡처


27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공연장에 몰린 관객들. 독자 제공

27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공연장에 몰린 관객들. 독자 제공


미국 방송 ABC가 27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방탄소년단 공연 소식을 전하고 있다. 방송 캡처

미국 방송 ABC가 27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방탄소년단 공연 소식을 전하고 있다. 방송 캡처


'나성 상봉' 위드 코로나의 이정표

이날 방탄소년단의 공연은 단계적 일상회복, '위드 코로나'를 확인하는 세계적 이정표였다.

직장에 1주일 휴가를 낸 김씨를 비롯해 해외 아미(방탄소년단 팬)들은 일본 멕시코 영국 호주 캐나다 등에서 비행기를 타고 이날 소파이스타디움으로 집결했다.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으로 2019년 방탄소년단 월드투어가 중단된 뒤 2년 만에 다시 열린 방탄소년단 공연을 보기 위해서다.

팬데믹이 만든 이산가족은 방탄소년단 공연장에서 상봉했고, 직장을 잃은 회사원은 방탄소년단과 아미를 만나 삶의 활력을 되찾았다고 했다. 여러 관객은 이날 '나성(羅城·로스앤젤레스의 한자 음역어) 상봉'이란 문구가 적힌 노란색 배지를 달았다.

돌아온 방탄소년단 공연으로 곳곳에 활기가 돌았다. 로스앤젤레스로 떠나려는 사람들로 그간 인적이 뜸했던 각국의 공항은 모처럼 붐볐고, 공연장 주변 호텔과 식당은 다시 손님으로 북적였다. 미국 CBS는 이 풍경을 'BTS 아미 어셈블'이라고 표현했다. 마블영화 '어벤져스' 마지막 시리즈인 '엔드게임'(2019)에서 뿔뿔이 흩어졌던 영웅들이 다시 모여 역경을 헤쳐나갈 때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가 한 말을 빗대, 방탄소년단과 아미의 극적인 재회를 강조한 것이다. 대중문화지 버라이어티는 "수만 명의 팬들이 콘서트를 보기 위해 야외에서 1마일(1.6㎞) 넘게 줄을 섰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27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방탄소년단의 첫 대면 콘서트를 앞두고 '40대 아미클럽'이라는 동호회의 팬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방탄소년단의 첫 대면 콘서트를 앞두고 '40대 아미클럽'이라는 동호회의 팬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방탄소년단의 대면 콘서트에서 관객들이 태극 문양의 부채 등을 들고 서 있다. 소파이스타디움 사회관계망서비스 캡처

27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방탄소년단의 대면 콘서트에서 관객들이 태극 문양의 부채 등을 들고 서 있다. 소파이스타디움 사회관계망서비스 캡처


"코로나19로 지난해 두 명의 친구 잃어" "직장과 아파트 모두 놓쳐"

아미에게 이번 방탄소년단 공연은 치유의 여정이었다. 지난주 70세 생일을 맞은 서스 스완씨는 한국일보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만나 "특별한 생일 여행으로 시카고에서 비행기를 타고 방탄소년단 공연을 보기 위해 처음으로 가족들과 함께 로스앤젤레스에 왔다"고 말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두 명의 친구를 잃어 큰 슬픔에 빠졌지만, 이번에 용기를 냈다고 한다. 스완씨는 이날 공연에서 가장 좋아하는 방탄소년단 노래 '온'을 따라 불렀다. 미국 '할머니 아미'의 머리카락은 보랏빛으로 옅게 물들어져 있었다. 보라색은 방탄소년단 상징색이다.

플로리다주에서 온 케일라 팔머씨는 이번 방탄소년단 공연을 "팬데믹으로 가장 암울했던 시기를 잘 이겨낸 보상"이라고 표현했다. 팔머씨는 지난해 직장과 살던 아파트를 모두 잃었다. 삶의 기반이 무너진 그에게 방탄소년단의 음악은 든든한 지지대가 됐다. 팔머씨는 "미국의 모든 주와 다른 나라에서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을 봤다. 내가 탄 비행기도, 공연장도 아미들로 가득했다"며 "팬데믹 2년 동안 너무 갇혀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노래하고 춤을 추며 전율을 느꼈다"고 관람 소감을 들려줬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쉐라톤호텔 로비 난간에 방탄소년단 팬인 아미의 방문을 환영하는 내용의 문구가 조명으로 빛나고 있다. 공연장에서 차량으로 10분여 거리에 있는 작은 호텔은 1박 숙박비가 최저 41만 원이었다. 독자제공

미국 로스앤젤레스 쉐라톤호텔 로비 난간에 방탄소년단 팬인 아미의 방문을 환영하는 내용의 문구가 조명으로 빛나고 있다. 공연장에서 차량으로 10분여 거리에 있는 작은 호텔은 1박 숙박비가 최저 41만 원이었다. 독자제공


27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방탄소년단의 대면 콘서트에서 관객들이그룹 응원봉인 '아미밤' 등을 들고 서 있다. 소파이스타디움 사회관계망서비스 캡처

27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방탄소년단의 대면 콘서트에서 관객들이그룹 응원봉인 '아미밤' 등을 들고 서 있다. 소파이스타디움 사회관계망서비스 캡처


아미의 대이동... 진 내년 입대, 다시 국경 빗장 건 팬데믹 영향

미국 교통안전국(TSA)에 따르면 26일 기준 공항 검열 수는 117만 여건으로, 팬데믹 전 2019년 같은 날 대비 90% 수준으로 집계됐다. 28일까지 이어진 추수감사절 연휴에 방탄소년단 공연 등이 겹치면서 사람들의 이동이 크게 는 영향으로 추정된다.

아미의 대이동은 북남미뿐 아니라 아시아, 유럽 등에서도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졌다. 캐서린 윌슨씨는 호주에서 비행기를 타고 7,500km를 날아왔다. 윌슨씨는 "팬데믹으로 미국에 사는 딸을 2년 동안 못 봤고, 그 사이 딸이 홀로 결혼했다"며 "남편과 함께 우리 부부는 호주에서, 결혼한 딸은 미국 동부에서 각각 출발해 방탄소년단 공연에서 만났다"고 했다. 그는 "방탄소년단 공연은 단순한 콘서트가 아닌 가족 모임이자 연결의 장"이고 "이 긍정적인 상호작용은 세계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고 의미를 뒀다. 일본에서 온 아키코씨는 "방탄소년단 월드투어가 취소된 뒤 2년 동안 공연이 재개되길 기도하며 손꼽아 기다렸다"며 "여러 문턱이 있었지만, 가족과 친구들의 지원으로 결국 로스앤젤레스에 오게 됐다"고 미국까지 건너온 이유를 들려줬다.

27일(현지시간) 방탄소년단의 콘서트 개막을 앞두고 공연장인 소파이 스타디움 입구에서 '아미' 모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프레즈노에서 왔다는 안젤라(가운데) 사만사(왼쪽), 메간씨. 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방탄소년단의 콘서트 개막을 앞두고 공연장인 소파이 스타디움 입구에서 '아미' 모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프레즈노에서 왔다는 안젤라(가운데) 사만사(왼쪽), 메간씨. 연합뉴스

방탄소년단은 28일과 내달 1, 2일에도 같은 장소에서 공연을 잇는다. 표는 모두 팔렸고, 나흘 동안 회당 약 5만 명 씩 총 20만 관객이 이 공연장을 다녀갈 것으로 추산된다. 팬데믹이 종식되지 않았지만, 그룹의 맏형인 진이 내년 입대를 앞둬 '7명 완전체 무대'를 자주 볼 수 없을 것이란 팬들의 불안이 이번 아미 대이동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면서 일부 국가에서 국경에 빗장을 걸어 방탄소년단의 공연이 열리기 어려워진 상황도 이 공연에 대한 관심의 땔감이 됐다. 날 공연을 본 관객들의 말을 종합하면, 공연장은 말 그대로 눈물바다였다. 리더인 RM이 "BTS, 오피셜리 백"이라고 외치자, 마스크를 쓴 관객들은 참아왔던 울음을 터트렸다. 방탄소년단은 이날 'DNA' '페이크 러브' '라이프 고스 온' 등을 불렀다.


"인생은 짧다" 팬데믹의 교훈

지난 2년 동안 방탄소년단은 영어곡이자 팬데믹 3부작이라 불리는 '다이너마이트' '버터' '퍼미션 투 댄스'로 잇따라 빌보드 정상을 차지했다. 팬덤의 덩치를 키운 방탄소년단은 아시아 가수 최초로 미국 3대 음악시상식 중 하나인 '2021 아메리칸 뮤직어워즈'에서 최근 대상을 받았다. 그레이스 카오 예일대 사회학과 교수는 "팬데믹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인생은 짧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며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보러 여행을 떠나는 게 뭐 어때'라고 생각하며 큰 부담 없이 방탄소년단 공연장을 찾은 것 같다"고 진단했다.

팬데믹 후 처음 열린 방탄소년단 공연장 풍경은 이전과 비교해 180도 달라졌다. 빅히트뮤직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인서 또는 공연 72시간 이내 PCR(유전자 증폭) 검사 음성확인서를 지닌 관객만 입장시켰다. 빅히트뮤직에 따르면 공연장에선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는 안내 방송을 수시로 내보냈다.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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