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산업용 요소수를 차량용으로 써도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수입한 산업용 요소를 일정 기준을 충족하도록 처리하면 차량용 요소수를 제조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산업용 요소수의 차량용 전환에 대해 "판단 보류"였던 정부 입장이 보름도 안 돼 달라진 것이다. 정부가 업계의 비판을 의식해 차량 안전성을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채 입장을 바꾼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보름도 안 돼 바뀐 결론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은 적절한 처리 공정을 거친 산업용 요소수는 대형과 소형 경유 화물차에 모두 투입해도 된다는 최종 실험 결과를 얻었다고 28일 밝혔다. 차량용 요소수 제조 기준을 충족한 산업용 요소수는 어느 차량에든 써도 된다는 의미다.
환경과학원은 앞서 6~12일 진행한 1차 실험에서 산업용 요소수를 차량용으로 전환하면 배출가스와 알데히드 기준은 충족하지만, 환경이나 차량에 미치는 영향이 검증되지 않아 추가 실험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차량용 요소수 품귀 사태가 심각해지자 산업용을 활용해도 될지 판단하기 위한 실험이었는데, 결론은 "판단 보류"였다.
이후 16~24일 진행된 추가 실험에서 환경과학원은 산업용과 차량용 요소를 2대 8 비율로 섞어 1차 시험 때보다 알데히드 농도가 낮은 시료 2종을 만들었다. 이들을 소형(1톤), 대형(3.5톤) 경유 화물차에 각각 주입해 오염물질 배출 농도를 측정한 결과, 모든 배출가스 규제물질(5개)이 기준 이내였다. 독성물질인 알데히드 배출량도 휘발유차 기준보다 적었다. 경유차는 알데히드 배출 기준이 없다.
환경부는 “요소 함량, 알데히드, 불용해성 물질 등 제조 기준 18개 항목의 적절한 제어 공정을 사용한다면 산업용 요소로 차량용 요소수 품질 기준에 만족하는 제품을 제조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18개 기준에 맞도록 처리한 산업용 요소수는 차량용으로 써도 무방하다는 얘기다.
차 손상되면 누가 책임지나
문제는 정부 스스로 검증이 필요하다고 했던 환경과 차량 영향에 대해 별도 실험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1차 실험 발표 당시 김동진 환경과학원장은 산업용 요소수의 차량용 전환에 대해 "환경적 문제, 차량 안전성 문제, 요소 수급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특히 용도가 다른 요소수를 쓰면 오염물질 저감장치(SCR) 등 경유차 내부 장치들에 손상을 입힐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 추가 실험 이후 환경부는 "18개 기준을 만족한 산업용 요소수는 차량용과 사실상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SCR 안전성 테스트를 별도로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차량용 요소수는 제조 기준이 정해져 있지만, 산업용은 기준이 없어 제품마다 편차가 크다. 이에 산업용 요소를 사용하더라도 차량용 요소수 제조 기준을 맞춘다면 환경이나 차량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아무리 제조 기준을 까다롭게 맞춘다 해도 산업용 요소수의 차량용 전환으로 인한 장기적인 SCR 안전성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며 “정부가 이 부분을 책임지지 않는 한 우려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가 차량용 요소수 제품에 산업용 요소를 활용한 것인지를 별도로 표기하지 않을 거라는 점도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조만간 산업용 요소로 만든 차량용 요소수가 시장에 공급될 전망”이라면서도 “산업용 요소를 얼마만큼 차량용으로 전환할 것인지에 대해선 아직 명확하게 알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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