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우리 고장 특산물 : 통영 굴
'바다의 우유' 제철에 주문 몰려 굴까기 한창
전국 굴 생산량 70% 책임지는 최대 주산지
미 FDA 지정 청정해역으로 해외서도 인기
고령화·이상기후 등 '지속가능성'은 과제로
지난달 29일 경남 통영의 한 박신(굴 까는 작업)장. 수북이 쌓인 굴 더미 사이서 박신여공 38명이 분주히 손을 놀리고 있었다. 노동요 한 곡조 정도 흐를 법한 작업장이었지만, 바다에서 막 건져 올린 굴 향기와 사각사각 껍데기 까는 소리만 가득했다. 이들이 하루 12시간 꼬박 작업해 내놓는 알굴은 1.4톤. 김장철까지 겹친 요즘 전국에서 몰려드는 주문에 대응하느라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이 시간이 흘러가는 곳이다.
전국 굴 생산량의 70%를 책임지는 통영의 겨울이 뜨겁다. 앞바다에선 어선 크레인이 쉴 새 없이 돌며 굴을 건져 올리고, 경매장에선 하루 두 번씩 경매가 붙는다. 그 주변으로는 전국 각지에서 온 수십 대의 트럭이 낙찰된 굴을 실어나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외국인 근로자 인력난, 이상 고온에 따른 굴 폐사 증가 등 올겨울 통영 굴이 식탁에 오르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었다고는 하나, 국내 최대 굴 산지로서의 통영 위상은 흔들림이 없었다.
추운 바닷물 속에서 뽀얗게 피어오르는 모습 때문에, 또 그의 풍부한 영양 덕분에 '바다의 우유'로 불리는 굴의 이곳 이름은 ‘꿀’이다. 경상도 특유의 억양 탓도 있다. 그러나 더 큰 이유는 굴에 대한 통영 어민들의 큰 자부심이다. 일곱 살 때 아버지를 따라 굴 양식 일을 시작한 김영완(49)씨는 "굴맛이 '꿀맛'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고 말했다. 자부심이 크다는 이야기는 그만큼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이야기. 통영 인구 12만 중 2만2,000명이 굴 관련 업에 종사하고 있다.
통영이 ‘굴의 고향’으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 후반부터. 정부가 '굴 증산 5개년 계획'을 통해 전남 여수와 통영 사이 남해안에 ‘굴 벨트’ 구축에 나선 때다. 여러 지역 중에서도 맑은 수질, 잔잔한 바다 등 양식에 유리한 자연조건을 갖춘 통영이 국내 최대 굴 산지가 됐다. 연 생산량 4만5,000톤에 이른다.
올해는 굴 생산에 부침이 많았다. 외국인 인력난에다 이상 고온으로 바닷물도 따뜻했다. 18년째 박신 일을 하는 신옹남(59)씨는 "올해 유독 폐사가 심했고, 굴 알 비만도가 낮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올해 굴 가격은 11월 말 기준 1kg당 1만4,820원을 기록했다. 2년 전 동기(8,427원) 대비 배에 가깝다.
‘통영 굴’ 명성은 국내로 제한되지 않는다. 중국에 이어 굴 생산량 세계 2위의 한국이고, 그 7할이 통영산이다 보니 국제적 명성은 자연스럽다. 특히 중국 연안보다 뛰어난 수질 덕분에 선호도가 월등히 높다. 한산만 등 통영 5개 해역은 일찌감치(1974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지정 해역에 선정됐을 정도로 수질을 인정받은 바 있다. 정삼근 굴수하식수협 유통판매과장은 "과거에는 내수와 수출 비율이 7대 3 수준이었지만, 얼마 전부턴 3대 7로 역전됐다”고 말했다.
통영시는 지속 가능한 굴을 위해 여러 정책을 시행, 추진하고 있다. 미세플라스틱 발생 우려가 있는 스티로폼 부표를 친환경 부표로 교체 지원하고, 굴 껍데기 재활용 시설 건립을 추진 중이다. 천복동 통영시 수산과장은 "통영 굴이 계속 성장할 수 있도록 행정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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