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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 간 후보들은 무엇을 기도했을까

입력
2021.12.02 18:30
수정
2021.12.02 20:02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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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윤석열 줄줄이 교회예배 참석
형식적 퍼포먼스에 어울리지 않는 발언
낡은 종교표밭 다지기 방식은 감동 없어

광주 양림교회에서 예배하는 이재명 후보(왼쪽)와 서울 사랑의교회에서 예배하는 윤석열 후보.

광주 양림교회에서 예배하는 이재명 후보(왼쪽)와 서울 사랑의교회에서 예배하는 윤석열 후보.

윤석열 후보는 대선 레이스를 시작한 후 두 차례 교회를 찾아갔다. 10월 10일 서울 여의도 순복음교회, 그리고 11월 21일에는 서초동 사랑의교회 주일 예배에 참석했다. 크리스천도 아닌 그가 왜 성경책을 들고 예배당을 찾아 기도하고 찬양하는지, 설명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다 안다.

맞다. 퍼포먼스다. 그렇다고 비꼬거나 비난해선 안 된다. 대선 후보가 종교계 표심에 호소하는 건 너무도 당연하다. 설령 자신의 신앙과 다르더라도, 기꺼이 찾아가 적절한 예를 표하고 경청하는 게 옳다. 더구나 손바닥 왕(王)자 파동을 겪은 윤 후보로선 지지기반인 보수 개신교계가 가장 싫어하는 주술의심을 씻기 위해서라도 교회를 반드시 찾아가야만 했다.

하지만 꼭 순복음교회, 사랑의교회여야 했을까. 두 번 다 초대형 교회여야 했을까. 신자 수가 워낙 많고 교계 영향력도 큰 교회니까 어디든 한 번은 가야 했겠지만, 두 번째 예배는 작은 동네 교회 혹은 시골 교회였으면 어땠을까. 변변한 예배당도 없고 신도도 얼마 안 되는 가난한 교회, 그럼에도 사랑과 나눔을 실천했던 소박한 교회를 찾아갔다면 좀 더 많은 것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솔직히 연출 효과 면에서도 그게 훨씬 감동적이었을 것이다.

윤 후보에 비하면 이재명 후보의 교회행은 훨씬 정교했다. 호남지역 방문 중이던 11월 28일 그는 광주 양림교회를 찾았다. 5·18 당시 쫓기던 시민들을 피신시키고, 모금으로 지원했던 교회다. 5·18의 상징적 장소에서 주일 예배를 본 건 확실히 돋보이는 선택이었다. 전두환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으로 홍역을 치렀던 윤 후보와 차별성을 부각하는 데도 성공했다.

아쉽게 느껴진 건 예배 후 발언들이었다. 피해자는 평생 고통 속에 살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가해자는 천수를 누렸다, 이순자씨의 사과가 과연 사과냐, 반인륜범죄는 시효가 없다, 세월이 흘러도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 등등. 이 후보는 강경한 어조로 5·18 가해자에 대한 무관용원칙을 강조했다.

한 줄 한 줄 다 맞는 얘기다. 하지만 경건한 예배를 막 마치고 나온 상태에서, 더구나 옆에 서 있던 목사에게 "말씀에 은혜받았다"고 하면서, 내놓을 메시지는 아니었다고 본다. 차라리 성경이 말하는 용서와 화해, 그러나 결코 용서할 수 없고 분노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 사이에서 느끼는 소회를 잔잔하게 말하는 편이 어땠을지. 저 발언들은 망월동 묘역이나 옛 전남도청 앞에서, 혹은 5·18을 잊지 못하는 광주시민들 앞에서 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다.

후보들의 종교 행보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불교계도 만나고, 가톨릭도 찾아갈 것이다. 조계사야 꼭 한 번은 가야 하고 총무원장 스님도 만나야겠지만, 너무 큰 절만 가지 말고 지방 유세가 있을 때 짬을 내 어느 산사, 이름 없는 선승도 만나보길 권한다. 명동성당이야 안 갈 수 없겠지만, 어떻게든 시간을 내 시골 작은 성당에서 그 동네 노인들과 함께 미사를 보길 권한다. 비록 이 또한 준비된 정치 일정 중 하나겠지만, 이왕이면 그 평온의 시간 동안, 진정으로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있게 해 달라고, 내 편의 대통령이 아닌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 될 수 있게 해 달라고, 적대와 배제 아닌 포용과 소통의 정치를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한반도 평화부터 부동산까지 이 엄청난 문제들을 풀어낼 지혜와 능력을 부디 허락해 달라고 기도했으면 한다.

그리고 종교인과 만나 진솔한 대화를 나눴으면 가급적 말을 아끼길 바란다. 꼭 해야 한다면 격정을 토로하기보다는 평화의 메시지를 내놓는 게 좋겠다. 대형교회 대형사찰, 유명 목사님과 스님들만 만나는 종교계 표밭 다지기는 이제 너무 식상한 레파토리다.


이성철 콘텐츠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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