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보유세, 국민 반대하면 할 수 없다"
"윤석열 손실보상 50조, 당장 논의하자"
"음주운전 잠재적 살인? 다 인정한다"
"공적 영역의 관심이 중요할 거 같은데 어떤 지원이 더 필요합니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30일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에서 만난 청년 스타트업 대표들에게 물은 말이다. 지난 8일 스타트업 간담회에서 8분 정도의 '일장 연설'을 하고 참석자들에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당부하며 쓴소리를 했던 것과 달랐다. 인사말도 생략했고 "공공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창업가들의 발언에 맞장구를 치며 듣는 데에 보다 집중했다.
그의 변화는 옷차림과 머리색에만 그치지 않았다. 그간 목표를 세우면 앞뒤를 가리지 않고 밀어붙이는 '불도저 리더십'이 선명했다면, 정책 경쟁과 대중과의 소통 과정에서 명분보다 실리를 중시하는 유연한 '실용주의자' 면모를 한껏 부각하고 있다. 대선의 최대 승부처인 중도층에 어필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핵심정책 고집 꺾고, 상대후보 공약 수용
이 후보의 최근 모습은 지방자치단체장 시절 정책 관철을 위해 중앙정부와의 충돌도 마다하지 않았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①정책에 대한 고집을 꺾었다. 이 후보는 29일 채널A 인터뷰에서 "증세는 국민들이 반대하면 할 수 없는 것"이라며 대선 공약인 국토보유세 도입을 고집하지 않겠다는 의향을 밝혔다. 모든 토지 보유자에게 국토보유세를 걷어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이 후보는 광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소상공인 50조 원 손실보상' 제안을 수용하고 "관철되면 온전히 윤 후보의 성과로 인정할 테니 논의에 협조해달라"고 역제안했다.
②악플은 찾아서 읽는다. 이 후보는 26일 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자신에 대한 '음주운전 전과자' '잠재적 살인마'라는 '악플'을 소리 내어 읽었다. 그는 "나보고 한 소린데, 어차피 제가 잘못한 것이니까요. 이런 얘기해도 다 인정한다"고 쿨하게 반응했다.
29일 광주에서 열린 전 국민 선대위 회의에선 시민들이 의견을 남긴 포스트잇 메모 중 "맘에 드는 메시지를 고르라"는 사회자의 말에 "이럴 땐 맘에 안 드는 걸 골라야 한다"며 부동산 문제를 지적하는 의견을 골라 읽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기사 댓글에서 칭찬만 찾아 읽는 정치인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반성하는 민주당'→'유연한 민주당'
이는 '이재명의 민주당'으로의 재편 과정에서 자신과 민주당에 대한 기존 이미지를 변화시키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국민 앞에 큰절을 하거나 회의 도중 눈물을 보이면서 '반성하는 민주당'에 머물지 않고 이념과 진영논리에 갇히지 않은 유연한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시도다. 지난 18일 전 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 입장을 철회한 것은 그 신호탄이었다.
이 후보 측근 의원은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여론조사나 집단심층면접(FGI)을 해보면, '이 후보는 덤프트럭 같다'는 이미지가 있어 보다 실용주의적 모습을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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