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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지 "더 깊어질 30대를 기대해요"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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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지 "더 깊어질 30대를 기대해요" (인터뷰)

입력
2021.12.19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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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지가 '술꾼도시여자들'로 터닝포인트를 맞이했다고 고백했다. IST엔터테인먼트 제공

정은지가 '술꾼도시여자들'로 터닝포인트를 맞이했다고 고백했다. IST엔터테인먼트 제공

정은지의 연기는 늘 파격적이었다. 청순가련한 콘셉트의 에이핑크 멤버이자 메인보컬의 이미지가 강했지만 단숨에 기성복 같은 캐릭터들을 선보였다. '응답하라 1997'에서 아이돌을 사랑하는 거칠지만 순수한 여고생의 이미지로 단숨에 변신했다면 이번에는 성숙한 '언니미'를 뽐낸다.

최근 시즌2를 확정 지은 티빙 '술꾼도시여자들'은 제목 그대로 세 여자의 술 마시는 이야기를 주로 다뤘다. 공개 전까지 작품에 대한 기대감은 크지 않았다. 거창한 대작도, 출연료 수십 억을 호가하는 톱배우도 없었기 때문이다. 작품의 색채도 평이하게만 느껴졌다. 본격 기승전'술' 드라마라는 설명에서 차별화나 특색을 느끼긴 어려웠다. OTT 단독 공개도 진입장벽이 되리라는 우려도 있었다.

정은지가 '술꾼도시여자들'로 터닝포인트를 맞이했다고 고백했다. IST엔터테인먼트 제공

정은지가 '술꾼도시여자들'로 터닝포인트를 맞이했다고 고백했다. IST엔터테인먼트 제공

공개 직후 '술꾼도시여자들'은 모두의 편견을 뒤집었다. 2030세대의 여성들은 환호했고 공감했다. 세 명의 캐릭터가 주는 서사도 각기 나름의 여운을 줬다. 코미디언이 되고 싶었던 방송작가 안소희(이선빈), 고민과 걱정 없이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한지연(한선화), 교사에서 종이접기 유튜버가 된 강지구(정은지)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절로 웃음, 혹은 눈물이 났다.

정은지가 맡은 강지구는 원작과는 살짝 다른 캐릭터다. 원작과 달리 복잡한 사연이 있기에 깊이 있는 연기력이 수반되어야 했다. 표현을 잘 하지 않아 속내가 드러나지 않지만 친구들의 일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빠르게 달려오는 의리파 강지구는 정은지를 만나 사랑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로 완성됐다. 최근 본지와 만난 정은지는 '술꾼도시여자들' 공개 후 쏟아지는 반응에 "희열을 느꼈다"고 밝혔다. 팬들부터 에이핑크 멤버들까지 모두 '술꾼도시여자들' 강지구에 매료됐고 호평을 던지며 정은지 역시 보람을 느꼈다.

사실 정은지는 '술꾼도시여자들'이 이렇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 거라 예상하지 못했단다. 현장에서 즐겁게 촬영하고 진심으로 임했다. 화기애애한 촬영장은 캐릭터의 생동감을 더욱 이끌어내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대사가 적어 편했다고 너스레를 떨었지만 농도 짙은 감정신은 소화하기 어려웠을 터다. 정은지는 극 후반부 몰아치는 서사와 감정에 대해 "부담감이 있었다. 촬영을 다 끝내고 나서 후폭풍이 오더라. 감정 기복이 있었다. 집에 혼자 있는데 눈물이 나오길래 울었다. 감정을 억지로 참으려 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흘려보낸다"며 자신만의 감정 컨트롤 방법을 전했다.

정은지가 '술꾼도시여자들'로 터닝포인트를 맞이했다고 고백했다. IST엔터테인먼트 제공

정은지가 '술꾼도시여자들'로 터닝포인트를 맞이했다고 고백했다. IST엔터테인먼트 제공


정은지 "강지구와 비슷한 성격, 무심하지만 다정"

짧지 않은 연예계 생활 동안 정은지는 자신의 감정을 정제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방어기제가 강한 강지구와 꽤 비슷한 대목이다. 여기에 정은지는 강지구의 '광기'를 덧입혔다. 강지구스러운 언행을 연습했고 캐릭터에 이입했다.

극중 강지구는 일련의 사건으로 세상과 거리를 뒀고 냉소적으로 변화했다. 정은지 역시 강지구와 비슷한 면이 있다고 인정했다. 주변 사람들이 힘들 때 찾게 되는 친구 1순위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정은지도 말을 툭 내뱉지만 기저에는 다정함이 있었다. 실제로 직설적인 편이라는 정은지는 강지구의 모녀 관계에 대해 공감하기도 했다. 딸로서 엄마에게 반항하기도, 또 엄마가 안쓰럽게 느껴지는 여러 순간들이 크게 와닿았다.

현직 아이돌의 '거친 말' 연기, 부담은 NO

정은지가 '술꾼도시여자들'로 터닝포인트를 맞이했다고 고백했다. 티빙 제공

정은지가 '술꾼도시여자들'로 터닝포인트를 맞이했다고 고백했다. 티빙 제공

캐릭터에 깊게 몰입한 덕분일까. 애드리브도 넘쳤다. 현장 안에서 모두가 하나 된 마음으로 자연스러운 애드리브를 주고 받았다. 특히 화제가 됐던 욕설 장면들 중 일부는 정은지의 애드리브였다. 극중 포장마차에서 강지구는 자신을 말리는 강북구(최시원)에게 시원하게 '콱' 쏘아붙인다. 해당 장면을 두고 정은지는 "일부러 포인트를 주는 게 아니라 일상적인 욕을 했다. 이 상황에서 거친 말을 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으로 했다. 그러니 감독님이 놀라셨다. 진짜 욕을 한 줄 아셨다더라"면서 유쾌했던 현장을 회상했다.

현직 아이돌의 거친 말 릴레이는 금세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았다. 유독 차진 정은지의 발음, 악센트 등이 보는 재미를 더했다. 정은지는 욕을 하는 연기에 희열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오히려 사람들이 많은 자리에서 크게 욕을 하니 감정이 들끓었다는 설명이다. 순간에 집중하면서 정말 분노까지 느꼈다는 정은지다.

정은지의 주량은 평균 소주 1병 반 정도다. 강지구와 달리 시원한 소주를 선호한다. 거칠고 투박한, 또 술자리에서 거나하게 들이박는 강지구의 역할을 소화하는 것에 우려는 없었을까. 기자의 질문에 정은지는 "부담감은 없었다. 이제 막 20대가 됐다면 술 담배 폭력적인 성격이 걱정됐을 거다. 하지만 내년에 30대가 된다. 조금 낯설었던 것은 카메라 앞에서 담배를 들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에이핑크인데. 신경이 쓰이긴 했다. 팬들은 이미 '응답하라 1997'로 면역을 많이 키웠다. 저를 강지구 자체로 봐주셨다. 제게 터닝포인트는 바로 지금이다"라고 토로했다.

정은지가 '술꾼도시여자들'로 터닝포인트를 맞이했다고 고백했다. IST엔터테인먼트 제공

정은지가 '술꾼도시여자들'로 터닝포인트를 맞이했다고 고백했다. IST엔터테인먼트 제공


신원호 감독 "'술꾼도시여자들' 배 잡고 웃었다"

'응답하라 1997'을 연출한 신원호 감독은 '술꾼도시여자들'을 본 후 정은지에게 감상을 전했다. 작품에 참여하길 정말 잘했다는 칭찬과 "배 잡고 웃었다"는 애정 어린 응원도 덧붙여졌다.

정은지는 '응답하라 1997'이 있기에 오늘의 정은지가 있다고 짚었다. 그는 "대중이 '응답하라 1997'를 오래 기억해 주셨다. 열심히 살면서 그 경험치가 쌓였고 오늘의 강지구를 만나게 됐다"고 감회 어린 소감을 밝혔다.

세 여자의 케미스트리도 '술꾼도시여자들'이 흥행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다. 한선화 이선빈과 달리 정은지는 늦게 대본을 받았고 어색한 마음으로 시작했다. 셋의 거리감은 특별한 계기 없이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정은지는 "애초에 좋은 사람들이었다. 친구 셋의 케미가 너무 중요했다. 선빈이가 주도를 잘 했다. 막내인데도 잘 끌어줬다. 연기를 하면서 하이톤을 유지하는 게 어려운데 한선화 언니에게 많이 배웠다"고 유대감을 드러냈다.

그간 매 작품마다 연기적 변신을 성공해 내면서 정은지는 아이돌 출신 배우들의 좋은 선례가 됐다. 자연스럽게 앞으로의 활동도 궁금증을 모았다. 정은지는 30대를 앞두고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경험의 폭을 더욱 확장시킬 정은지의 성장이 예견되는 대목이다.

"30대가 된다면 깊이가 달라져서 노래나 연기할 때 많이 보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어요. 계속 노력하고 싶어요. 제 옆에 있는 사람들이 사랑받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하고 싶거든요.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마음 편하게 있길 바라요."

우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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