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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유형의 사람과 깐부 맺을수록 내 삶의 행복·만족도 '쑥'

입력
2021.12.04 04:3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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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등 7개 유형 친구관계 중
6개 이상 75% "행복" 2개 이하 68%
"삶에 만족한다"는 14%p나 차이

코로나19 이후 대면 만남이 급속하게 줄어들면서 인간관계를 만들어가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10월 넷째 주에 진행한 한국리서치 코로나19 44차 정기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95%는 코로나 발생 이후 모임이나 회식을 취소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응답했다. 한국리서치가 올해 1월 실시한 다른 조사에서도 코로나 이후 가족과의 대면 만남이 줄었다는 응답이 78%, 친구·지인과의 대면 만남이 줄었다는 응답이 93%에 달했다.

관계를 만들어가기 어려운 상황에 더해, 우리나라의 집단 간 갈등상황은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5월 한국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부유층과 서민(91%), 진보와 보수(88%), 기성 세대와 젊은 세대(76%), 남성과 여성(66%) 등 주요 집단별 갈등이 크다는 응답이 매우 높다.

서로 만나기도 어렵고 갈등의 골도 깊은 지금,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 팀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어떤 인간관계를 맺고 사는지 살펴보았다. 인간관계가 다양한 정도가 개인의 행복도에 영향을 주는지, 그리고 관계에 따라 우리 사회 현안에 대한 인식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도 확인해보았다. 본 조사는 지난 10월 29~31일 3일 동안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다양한 친구와 사귈 때 더 행복해져

먼저 다양한 인간관계는 개인의 주관적인 행복도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조사에서는 정치 성향이 진보 혹은 보수인 사람, 성소수자, 페미니스트, 장애인, 채식주의자, 그리고 종교가 다른 사람 등 가치나 정체성이 다양한 일곱 가지 사람의 유형을 제시하고, 각각에 해당하는 친구가 있는지를 물어보았다. 해당하는 친구가 있다는 응답이 6개 이상인 경우, 즉 가치와 정체성이 다양한 사람들과 인간관계를 갖고 있는 사람 중에서는 75%가 ‘나는 행복하다’고 답했다. 또한 73%가 ‘내 삶에 대해 만족한다’고 답했고, 58%는 ‘우리 사회를 신뢰한다’고 답했다. 반면 해당하는 친구가 있다는 응답이 2개 이하인 응답자의 행복도, 삶의 만족도, 우리 사회 신뢰도는 각각 68%, 59%, 48%에 그쳤다.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사람의 행복도와 만족도, 사회 신뢰도가 더 높은 것이다.


우리 국민의 37%, 나와 정치성향 다른 친구 없어

인간관계는 개인의 주관적인 행복도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 이슈에 대해서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앞선 질문을 항목별로 나눠서 살펴보면, 우리 국민 10명 중 4명(37%) 가까이는 나와 다른 정치적 성향를 가진 친구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 성향별로 살펴보았을 때, 자신의 정치적 성향이 진보라고 응답한 사람 중 45%는 정치적으로 보수 성향인 친구가 한 명도 없다고 응답했다. 보수 성향의 응답자 중에서는 37%가 진보 성향인 친구가 없다고 응답했다.

정치 성향이 다른 친구가 없는 사람들에게 미래에는 서로와 친구가 될 수 있는지도 물어보았다. 진보 성향에서는 32%만이 보수 성향 사람과, 보수 성향에서는 29%만이 진보 성향 사람과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응답했다. 나와 다른 정치 성향의 친구가 ‘없다’는 응답이 37%에 달했고, 이들은 향후에도 서로와 친구가 될 ‘의향’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 성향이 다른 친구 있다'는 사람이 정치 관심도와 신뢰도 모두 높아

자신과 정치적 성향이 다른 사람과 친구로 지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정치 관심도와 신뢰도를 비교해 보았다. 정치 성향이 다른 친구가 있는 사람 중에는 77%가 ‘정치에 관심이 있다’고 답한 반면, 정치 성향이 다른 친구가 없는 사람은 58%만이 그렇게 답했다. ‘정치를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응답은 ‘정치 성향이 다른 친구가 있는 사람’에서 70%, ‘정치 성향이 다른 친구가 없는 사람’에서 60%인 것으로 조사됐다. 자신과 정치 성향이 다른 친구가 있는 사람일수록 정치를 대하는 태도가 조금 더 긍정적이었다.

성소수자와는 31%, 페미니스트와는 22%만이 앞으로 친구 될 수 있다고 답해

이번 조사에서 성소수자 친구가 있는 사람은 전체 국민 중 11%로 나타났다. 최근 한국 사회의 화두인 페미니스트의 경우, 전 국민의 15%가 페미니스트 친구가 있다고 응답했다. 최근 2030여성을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채식주의에 대해서는 전 국민의 22%가 채식주의자 친구를 두고 있다고 답했다. 장애인 친구가 있다는 응답은 30%였다. 채식주의자와 장애인을 친구로 두고 있는 사람의 비율은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성소수자와 페미니스트를 친구로 두고 있다는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시각물_여론속여론

시각물_여론속여론


앞으로는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채식주의자 친구가 없는 사람 중 향후엔 채식주의자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58%였다. 앞으로 장애인과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응답한 사람도 63%로 나타났다. 반면 앞으로 성소수자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이보다 훨씬 적은 31%였다. 페미니스트는 어떨까? 오직 22%만이 앞으로 페미니스트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응답했다.


현안 관련 당사자 친구가 있을 때, 관련 정책에 보다 긍정적 태도

친구가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각각의 인간관계가 정치사회 현안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았다. 먼저 성소수자 관련 현안인 성중립 화장실 설치 의무화에 대해 성소수자 친구가 있는 응답자는 51%가 찬성한 반면, 없는 응답자는 32%만이 찬성했다. 양성평등 관련 현안인 여성할당제도 시행 확대에 대해서는 페미니스트 친구가 있는 응답자는 45%가 찬성한 반면, 없는 응답자는 28%만이 찬성했다. 채식주의와 관련해, 공공기관 채식메뉴 제공 의무화에 대해 채식주의자 친구가 있는 응답자는 70%가 찬성한 반면, 없는 응답자는 59%가 찬성했다. 마지막으로 장애인 고용의무제 확대에 대해서도 장애인 친구가 있는 응답자는 41%가 찬성한 반면, 없는 응답자는 33%가 찬성했다. 모든 이슈에서, 관련 당사자 친구가 있는 사람들의 의견이 좀 더 우호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지금까지 조사 결과를 종합해 보면, 본 조사는 “우리는 왜 친구를 사귀어야 할까”라는 질문에 작은 대답을 준다. 우리는 친구를 사귈 때 그 친구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어쩌면 이미 이해하고 있다. 그 결과가 다양한 사회 이슈에 대한 인식의 차이로 이어진다. 그리고 인간관계가 다양할수록 삶의 행복도와 만족도도 높다. 우리는 ‘나와 다른 사람과 더욱 열심히 친구가 되어야 한다.’ 이 사실이 어쩌면 본 조사의 궁극적인 시사점이 아닐까 한다.

전재민 한국리서치 여론2본부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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