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윤석열 측근 장제원 사무실 방문
2일 선대위 회의 취소… 잠행 장기화될 듯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와 이준석 대표 간 힘겨루기가 점입가경이다. 전날부터 선거대책위원회 업무 보이콧에 나선 이 대표는 1일에도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외부와의 연락을 차단했다. 부산과 전남 순천, 여수로 이어진 잠행 와중에 윤 후보가 보란 듯이 인증샷을 공개했다.
윤 후보는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그는 취재진과 만나 "이 대표가 부산에 리프레시하기 위해 간 것 같다"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꼬일 대로 꼬여버린 두 사람의 관계를 풀 해법에 대해선 "충청 방문 일정을 마무리하고 생각해보겠다"고만 했다. 선대위 헤게모니를 둘러싼 두 사람의 다툼이 장기화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뜻이다.
'장제원 사무실' 기습 방문한 이준석, 왜?
이 대표 측은 이날 오전 의미심장한 사진을 공개했다. 이 대표가 윤 후보의 측근인 장제원 의원의 지역구(부산 사상) 사무실을 방문한 사진이었다. 이 대표 측은 "격려차 사무실을 방문했다"고 공지했다. 장 의원은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가 지나가다가 들렀다고 하더라"라며 "사전에 조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이 대표가 윤 후보를 향한 '시위' 성격이 크다는 해석이 많다. 윤 후보의 최측근인 권성동 사무총장이 전날 연락 없이 이 대표의 지역구인 서울 노원병 당원협의회 사무실을 찾은 것에 대한 '맞불 작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윤 후보 주변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으로 지목되는 장 의원이 백의종군 선언 후에도 지역구에 없다는 점을 지적하기 위한 의도로 읽힌다.
주도권 다툼 치열… 복잡해진 윤석열
윤 후보는 동요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오후 충남 천안에서 간담회를 마친 후 취재진과 만나 "당으로부터 얘기를 듣기로는 이 대표가 당무를 거부하고 있는 상태가 아니다"라며 "부산에서도 당 사무처에 선거운동 실행 방안 등에 대해 계속 보내오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자신에 대한 불만으로 이 대표가 '파업'하고 있다는 주변의 해석을 부인한 셈이다.
그러면서 이 대표를 적극 달래려고 하지 않았다. 윤 후보는 "무리하게 연락하는 것보다 (이 대표가) 생각을 정리하고 당무에 복귀하면 연락을 취해보겠다"고 했다. 윤 후보 측은 "강 대 강 충돌 때에는 서로 마음을 누그러뜨릴 시간이 필요하지 않느냐"고 했다.
"이준석표 치기 어린 투쟁" 당내 비판도
잠행 시위로 이 대표가 원하는 것은 사실상 윤 후보의 양보다. 윤 후보가 이 대표에게 굽히는 모습을 보인다면, 선대위 전략 수정과 함께 당무우선권을 둘러싼 주도권 다툼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어서다. '미래권력'인 윤 후보와 각을 세우는 모습을 통해 '권력에 할 말을 하는 젊은 지도자'라는 이미지도 확보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 대표의 방식은 대선을 앞둔 제1 야당의 대표로서는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대표는 나이와 상관없이 당의 화합을 이끄는 어른의 자리인데, 대표가 내부 분열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틀째 영호남을 오간 이 대표는 당분간 상경할 계획이 없다고 한다. 2일 예정된 당 선대위 회의도 취소됐다. 대신 이 대표는 측근인 김철근 정무실장·김용태 청년 최고위원 등과 함께 전남 순천에서 천하람 변호사를 만난 데 이어 오후 5시 10분쯤에는 여수의 한 커피숍에서 목격됐다.
이 대표의 잠행 시위로 인해 '윤석열 위기론'이 불거지면서 국민의힘 중진·재선 의원들이 각각 대책회의를 열었지만, 두 사람의 갈등을 봉합할 뾰족한 해법을 찾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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