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만난 천하람 변호사가 전한 이준석 심경
당무 보이콧 이유? "대선 질 거란 위기감 때문"
①타깃, 방향성 없고 ②김종인 없는 인선도 문제
"이준석 대표는 자기가 생각하고 있는 위기감이 해결되지 않는 한, 서울로 빈손으로 쉽사리 올라갈 생각은 없어 보였습니다."
무기한 당무 보이콧에 들어간 지 사흘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2일에도 공식 업무에 복귀하지 않고 있다. 왜 급작스레 위력 시위에 나섰는지, 그래서 어떻게 하면 돌아오겠다는 것인지 이 대표가 직접 이야기한 건 없다. 정치적 칩거를 예고하며 날린 "그렇다면 여기까지"(지난달 29일)라는 페이스북 메시지가 전부일 뿐.
그사이 이 대표는 부산과 전남 순천 등을 찾아 국민의힘 인사들을 두루 만났는데, 그중 한 명이 국민의힘 순천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천하람 변호사다. 두 사람은 한 살 차이의 정치 선후배로 절친한 사이로 알려졌다. 1일 오후에는 두 사람이 순천 죽도봉 인근 모 제과점에서 만나는 장면이 취재진에 의해 포착되기도 했다.
보이콧 사흘째... '순천 회동' 천하람이 대신 전한 이준석의 속내
무슨 얘기를 나눴을까. 가장 궁금한 대목은 '이 대표가 왜 당무 보이콧에 나섰는지, 그래서 언제 어떻게 하면 복귀한다는 것인지'다.
"위기감" "빈손으로 올라갈 생각 없다." 천하람 변호사가 내놓은 이준석의 속내다. 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다.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달 30일 밤 이 대표 측에서 먼저 연락해 와 성사됐다고 한다. 천 변호사는 "많은 사람들이 권력투쟁이나 신경전 측면에서 이해하는데, 이준석 대표의 이야기 전체를 요약하자면 위기감. 이대로 가서는 대선에서 이길 수 없다는 위기감이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위기감'의 내용으로 첫 번째, 방향성의 문제를 꼽았다고 한다. "쉽게 얘기하면, 윤석열 선대위가 제대로 된 타깃팅이나 콘셉트 없이 좋은 게 좋은 것이다, 모든 토끼를 잡겠다는 안철수식의 선거전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왜 보이콧? "위기감 때문" ①방향성 없는 안철수식 선거가 문제
이 대표가 구체적으로 예를 든 건 이수정 경기대 교수 영입이었다고 한다. 천 변호사는 "2030 남성은 이준석이 붙잡고 있으니, 이수정 교수를 데려오면 2030 여성도 잡을 수 있겠지 이런 안일한 생각을 갖고 있다 보니 왜 2030 남성들이 이 교수에 대해 비토정서가 있는지에 대해선 알아볼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게 이 대표의 불만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4·7 재보궐 승리로 이끌었던 세대포위론, 아니면 중도확장이나 개혁적 변화의 모습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나 큰 방향성이 있는지에 대한 굉장한 불만 내지는 위기감이 컸다"고도 했다.
두 번째는 인선 문제였다고 한다. "지금의 선대위 인선이 신속하고 정확한 선거캠페인을 하기에 적절한가, 소위 말하는 파리떼나 하이에나 같은 분들이 후보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는 게 아닌가"에 대해 이 대표의 고민이 있다는 것.
②"인선도 문제... 김종인 불발, 윤핵관 향한 불만도 상당"
특히 김종인 전 위원장의 총괄 선대위원장 영입이 불발된 것에 대해서도 "굉장히 불만을 갖고 있었다"고,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후보의 핵심관계자)들이 익명 인터뷰로 당내 갈등을 부추기고 오히려 선거전을 이상한 방향으로 끌고 가는 것에 대해서도 "굉장히 위기감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언제 업무에 복귀한다는 걸까.
천 변호사는 "짧게 말씀드리자면 이준석 대표는 자기가 생각하고 있는 이 위기감이 해결되지 않는 한 서울로 빈손으로 쉽사리 올라갈 생각은 없어 보였다"고 잘라 말했다. 본인의 요구 조건이 관철되지 않으면 당무 보이콧을 거두지 않을 거란 배수진을 친 셈이다.
그래서 언제 복귀? "위기감 해결돼야, 빈손으로 가지 않을 듯"
무언의 요구를 하고 있는 건데, 구체적 조건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대선 승리를 위해서, 어느 정도 최소한 대선을 이길 수 있는 정도로 대표와 후보 당 전체가 같이 잘 해나갈 수 있을 정도의 어떤 조건들이 관철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또 "윤 후보와 이 대표 사이에서 그것을 위한 적절한 의사소통이 되느냐"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 윤 후보와 직접 소통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천 변호사는 "아마 아닌 것 같다. 윤석열 후보도 직접 연락은 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고 있고, 이준석 대표는 휴대전화를 꺼놨지만 동행하고 있는 분들의 전화가 쉴 새 없이 울리는데, 아주 실질적이거나 깊이 있는 의사소통이 있는지는 아직은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천 변호사는 이 대표의 일련의 돌발 행동이 당무 보이콧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이 대표는 김종인 위원장이 원톱을 맡게 되면 본인은 당대표로서 오히려 하방에서 지역 이슈를 챙기고 지방선거를 준비하겠다는 얘기를 기존부터도 해왔다"며 "이 대표는 지금 당대표로서 역할을 나름대로 한다고 그렇게 해석할 수 있는 부분도 있을 것 같다"고 이 대표를 엄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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