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준성 구속영장 또 기각
법원 "구속 필요성 소명 부족"
공수처 수사 동력 크게 상실
숱한 의혹 남긴 채 마무리 수순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손준성(47) 검사의 두 번째 구속영장도 3일 기각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마지막 승부수'도 소득 없이 끝나면서 84일간의 대대적 수사는 숱한 의혹을 남긴 채 마무리 수순으로 접어들 공산이 커졌다.
서보민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손준성 검사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이날 새벽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이 필요한 것으로 보이는 반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상당성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지 않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지난 10월 26일 1차 영장 기각 때와 동일한 취지의 기각 사유다.
여운국 공수처 차장 등은 전날 열린 영장심사에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위반에 따른 사안의 중대성을 짚으며 구속 필요성을 피력했다. 공수처는 또 1차 영장 기각 뒤 한 달여 보강수사를 통해 손 검사의 직권남용 혐의를 구체화했는데도, 손 검사가 모르쇠로 일관했다고 강조했다. 공수처의 2차 영장청구서에는 고발장 작성자가 손 검사 휘하 '성모 수사정보2담당관과 임모 검사' 등으로 적시됐다. 1차 영장 때 '성명불상 검찰 공무원'보다는 작성자 범위를 좁힌 것이다. 이는 '성명불상' 표현이 많아 수사가 미진하다는 평가를 받은 것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수처는 그러면서 고발장 작성자 특정보다는 고발장 작성을 가능하게 한 실명 판결문 검색과 유튜브 채널 모니터링 등 검사와 수사관들의 자료 수집 행위를 사안의 본질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의무 없는 일을 지시한 손 검사 행위를 직권남용 위반으로 해석하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취지다.
그럼에도 영장판사는 손 검사를 구속할 만큼 혐의가 소명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보고 손 검사 측의 방어권 보장 필요성 주장에 수긍했다. 손 검사 측은 이날 영장심사에서 "공수처의 무리한 영장청구"라고 반박했다. 변호인들은 영장판사에게 "1차 영장이 기각된 뒤 새로운 사유나 사정 변경이 있었는지 살펴봐달라"고 요청했다.
손 검사 측은 고발장 작성자를 두고도 "여전히 특정되지 않았으며, 1차 영장 때 논란이 된 '성명불상'을 이번에는 달리 표현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가 영장 기각 뒤 보강 수사를 했지만 여전히 혐의를 소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손 검사 측은 또 고발장을 손 검사 휘하 검사가 아닌 다른 사람이 작성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직권남용 혐의는 성립되지 않는다고도 주장했다.
손 검사는 지난해 4월 윤석열 전 총장 직속인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으로 재직하면서, 윤 전 총장 측을 공격하던 범여권 인사 고발장을 미래통합당 측에 건네는 과정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수처는 김웅 당시 미래통합당 후보(현 국민의힘 의원)와 제보자 조성은씨가 고발장과 첨부자료를 텔레그램 메신저로 주고받는 과정에서 기록된 '손준성 보냄' 문구를 단서로 수사에 착수한 뒤, 당시 대검 검사와 수사관 등을 불러 조사했다.
손 검사의 두 번째 구속영장도 기각되며 공수처의 수사 동력은 크게 떨어질 전망이다. 올해 9월 10일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석달간 수사하고도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서 난관에 봉착한 셈이다. 최근 위법 압수수색 논란 등 수사 절차상 하자도 여럿 드러나 수사 동력은 이미 상당 부분 떨어진 상태였다.
법조계 관계자는 "수사의 출발점인 손 검사 구속에 실패하면서 의혹의 정점인 윤석열 전 총장 연루 여부도 못 밝힐 공산이 커졌다"며 "고발 사주 수사를 진두지휘한 김진욱 공수처장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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