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판이 혐오로 얼룩졌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선거대책위 핵심 인사들이 여성 혐오·비하 발언을 앞다퉈 쏟아내고 있다. '정당의 이름을 걸고 대통령을 만드는 조직'에서 나오는 발언이라 악영향이 더 크지만, 발언 당사자들은 좀처럼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재명·윤석열 대선후보가 경고하거나 재발 방지를 약속하지도 않는다. "여의도의 시간만 거꾸로 가느냐" "여성·소수자 표심은 버리겠다는 것이냐"는 비판이 무성하다.
"예쁜 브로치" "토리 엄마" 여성혐오 언어들
김병준 국민의힘 선대위원장은 1일 라디오인터뷰에서 육사 출신의 조동연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을 "전투복 위에 단 예쁜 브로치"라고 표현했다. "적절한 비유는 아니다"라고 김 위원장 스스로 전제를 달았을 만큼 위험한 발언이었다.
민주당도 자유롭지 않다. 최배근 선대위 기본사회위 공동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이수정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과 조동연 위원장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나란히 올려두고 "차이는?"이라고 썼다. 두 여성의 외모, 나이를 비교하는 의도로 비칠 개연성이 컸다.
이재명 후보 수행실장인 한준호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7일 이 후보 배우자 김혜경씨와 윤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 사진을 나란히 올리고 "'두 아이의 엄마' 김혜경 VS. '토리 엄마' 김건희"라고 썼다. '출산 여부'를 영부인 자격 기준으로 삼은 것으로 해석돼 논란이 일었다.
문제 돼도 "그런 뜻 아닌데?" 반성 없이 해명만
이들의 발언은 곧장 도마에 올랐지만, 제대로 된 사과는 없었다. 김병준 위원장은 1일 "브로치는 여성만 사용하는 게 아니지 않냐"고 되물어 '발언 물타기'라는 비판을 자초했다. 그는 2일 라디오인터뷰에서 '사과하는 게 낫지 않냐'는 질문을 받고 "아니다. 청년들을 액세서리로 쓰고 있다는 뜻"이라고 거듭 반박했다.
최배근 위원장은 외부로 화살을 돌렸다. 그는 "(조동연·이수정 위원장 외모 비교를 의도했다는 것은) 일부의 오버다. 외모를 비교할 거면 연예인 사진을 올렸을 것"이라고 했다. 한준호 의원은 사흘 만에 사과했지만, 언론에 책임을 돌렸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스스로에겐 관대하고 상대 당에만 엄격했다. 민주당은 김병준 위원장을 겨냥해 "이율배반적인 언행을 책임지라. 겸허히 사과할 줄도 모르느냐"(신현영 대변인)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최배근 위원장을 향해 "정상적 인식과 깊은 성찰을 촉구한다"(김연주 상근부대변인)고 지적했다.
선거 다가오면 더 심해질 텐데… 조치는 '전무'
대선후보와 선대위 인사들의 발언에 실리는 무게는 엄청나다. 공인인 이들이 혐오·차별 발언을 하면, "혐오·차별은 정당하다"는 식으로 악용될 여지가 크다.
그러나 문제라는 것도 모르는 것이 양당의 현실이다. 민주당 선대위 핵심관계자는 "개인의 발언을 통제할 방안은 없다. 각자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실언은 더 잦아질 것이다. 양당 모두 당내 인사들의 SNS 활동을 독려하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선거 때는 이슈에 '빨리' '바로' 대응하는 게 중요해서 구멍이 여기저기서 난다"고 말했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남성 중심 기성 정치인들의 수준 낮은 정치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아무리 합당한 비판이라도 성차별적 비유를 쓰는 순간 합리성을 잃는다는 걸 깨닫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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