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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이 흐릿하거나 휘어져 보인다면…

입력
2021.12.02 21:46
수정
2021.12.02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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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실명 질환 황반변성, 40세 이상에서 13.4%

40세가 넘으면 1년에 한 번 정도 안저 검사를 받으면 황반변성과 당뇨병성 망막병증 등 실명 질환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게티이미지뱅크

40세가 넘으면 1년에 한 번 정도 안저 검사를 받으면 황반변성과 당뇨병성 망막병증 등 실명 질환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게티이미지뱅크

황반변성은 당뇨망막변증, 녹내장과 함께 3대 실명 질환으로 꼽힌다. 황반변성은 망막 중심부이자 시세포가 몰려 있는 황반 부위가 손상ㆍ변성되면서 사물이 찌그러져 보이거나 직선이 휘어져 보인다.

황반변성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2016년 14만5,018명에서 2020년 20만1,376명으로 4년 새 38.9% 증가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40세 이상 국민 중 13.4%가 황반변성을 앓고 있다(국민건강영양조사).

탁구공만 한 우리 눈 안에는 망막이라는 카메라 필름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 있다. 이 망막에서 시각 정보를 전기 신호로 바꿔(다시 말해 그림을 그려) 대뇌로 보내주면 우리가 사물을 인식하게 된다.

망막 중심의 황반(黃斑)이 이런 기능의 90% 이상을 맡고 있다. ‘노란색 원반 모양’이어서 이 같은 이름이 붙여진 황반에는 시세포와 시신경이 집중돼 있어 시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황반은 나이가 들면서 질병이 발생하는데 이 가운데 가장 무서운 것이 황반변성이다. 황반변성이 생기면 황반 내의 시세포와 시신경이 죽게 되고 망막층에 산소와 영양 물질을 공급하는 ‘맥락막’이라는 혈관층에서 신생 혈관이 자라게 된다.

이 신생 혈관은 암세포 혈관처럼 자기 영역을 벗어나 망막층까지 뻗어나가 망막세포를 파괴하고 출혈을 일으켜 결국 시력을 앗아간다.

◇10% 차지하는 습성 황반변성 위험

황반변성 가운데 나이 관련 황반변성(AMDㆍ노인성 황반변성)은 건성(비삼출성)과 습성(삼출성)으로 나뉜다.

건성 황반변성은 전체 황반변성의 90%를 차지한다. 망막에 노폐물이 쌓이거나 신경조직이 약해지긴 했지만 신생 혈관 및 출혈이 없다. 상대적으로 천천히 진행되고 시력 예후가 좋은 편이지만, 적절한 검사ㆍ관리를 하지 않으면 습성 황반변성으로 진행돼 시력이 저하될 수 있다.

반면 습성 황반변성은 황반 시신경과 시세포가 죽으면서 망막에 산소ㆍ영양분을 공급하는 맥락막(눈 뒤쪽 혈관 막)에 비정상적인 신생 혈관이 자라거나 황반 세포가 심하게 위축된다.

지동현 성빈센트병원 안과 교수는 “황반변성의 10% 미만이지만 시력 저하가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심각한 편”이라고 했다.

그러나 황반변성 초기에는 증상을 스스로 감지하기 어려워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쉽다. 따라서 사물이 찌그러져 보이거나 직선이 휘어져 보이고, 중심이 잘 보이지 않으면 단순히 노화로 생각해 지나치지 말고 병원을 찾아 빨리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해 시력 손상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습성 황반변성 환자들은 질환이 진행되면서 삶의 질 저하, 사회적 고립, 급작스런 추락 사고, 엉덩이관절 골절 등을 겪을 수 있어 빠른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황반변성은 ‘암슬러 격자 검사’로 자가 진단할 수 있다. 바둑판 무늬처럼 생긴 암슬러 격자를 30~40㎝ 거리를 둔 상태에서 한쪽 눈을 가린다.

이때 정상이라면 바둑판 무늬가 똑바르게 보이지만, 황반에 이상이 생겼으면 격자 선 일부가 끊어지거나 흐려지고 휘어져 보인다.

박규형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교수는 “암슬러 격자 검사가 아니더라도 책을 볼 때 한가운데 글씨가 흐리거나 끊겨 보이면 빨리 병원을 찾아 안저(眼底)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암슬러 격자. 황반변성이면 오른쪽 그림처럼 사물이 휘어져 보인다.

암슬러 격자. 황반변성이면 오른쪽 그림처럼 사물이 휘어져 보인다.


◇악화 늦추는 주사가 표준 치료법

안타깝게도 황반변성을 완전히 완치하기는 어렵다. 황반변성이 악화되는 것을 막고 나빠진 시력을 최대한 개선하는 것이 치료 목표다.

치료법으로는 레이저 광응고술, 광역학 치료, 항체 주사 등 3가지가 있다. 요즘에는 항체 주사가 주로 쓰인다.

항체 주사는 시력 저하 원인인 맥락막에 신생 혈관을 만드는 근본 원인인 혈관 내피 세포 성장 인자 자체를 무력화하는 항체(항VEGF)를 유리체 내에 직접 주사(항VEGF 주사)해 맥락막 신생 혈관을 쇠퇴시키는 것이다.

시력 개선 효과가 크고 부작용이 적지만 시술 후 효과가 오래 지속되지 않아 1~3개월 간격으로 재시술을 받아야 한다.

항VEGF 주사 요법은 신생 혈관 발생과 증식을 억제해 습성 황반변성 악화를 늦추거나 시력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어 현재 표준 치료법으로 자리잡았다.

항VEGF 주사제인 아일리아(성분명 애플리버셉트)는 습성 황반변성 치료제로 항혈관 내피세포 성장 인자(항VEGF)를 주사한다. 마치 두 팔을 뻗은 듯 ‘덫’처럼 생긴 구조를 통해 혈관 내피세포 성장 인자 중합체와 높은 결합 친화도를 가지며 지속성도 길다.

아일리아는 첫 3개월간 매월 주사를 맞은 이후 2개월마다 주사를 놓는 방식으로 치료가 이뤄진다. 기존 1개월에 1회 주사하는 치료제와 동등한 시력 개선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또한 환자 상태에 따라 주기를 조정할 수 있는 ‘T&E(Treat-and-Extend)’ 요법 허가를 받아 16주까지 주기를 연장할 수 있게 됐다.

아일리아 T&E 요법으로 환자의 최대 교정 시력이 평균 9글자 개선됐고, 4주씩 간격을 조정한 환자는 평균 8.4글자 개선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과도한 햇빛 노출, 눈 노화 촉진

황반변성은 빠른 진단과 치료가 예후에 큰 도움이 되므로 예방하려면 질환에 관심을 갖고 조기 발견 노력을 해야 한다.

황반변성을 예방하려면 반드시 금연을 해야 하며,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고 혈압을 적절히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흡연과 고혈압은 망막에 산소를 공급하는 혈액순환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비타민ㆍ루테인 등이 풍부한 신선한 과일과 녹황색 채소, 등 푸른 생선을 충분히 섭취하거나 항산화 영양제를 복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운동은 1주일에 3일 이상 몸에 살짝 땀이 날 정도로 무리 가지 않는 범위에서 하는 것이 좋다.

과도한 햇빛 노출은 눈 노화를 촉진하는 만큼 자외선 강한 날에는 챙이 넓은 모자나 선글라스를 사용하고, 장시간 햇빛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우세준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교수는 “40세 이후에는 1년 한 번씩 안과 검진을 받는 것을 권한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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