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모임 인원 줄고 식당·카페에도 방역패스
연말연시 수요 맞춰 확장 경영하다가 난감
일부 단체 "자영업자 생존권 통제 정책엔 불응"
사적모임 허용 인원을 줄이고 식당·카페에도 방역패스를 적용한다는 정부의 특별방역대책이 발표된 3일, 자영업자들은 당혹감과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조치와 연말연시 모임 수요에 맞춰 확장적으로 가게를 운영해왔는데 하루아침에 예약 취소 전화가 쇄도하고 종업원 감축을 고민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탓이다. 일부 자영업 단체는 즉각 정부 대책에 불복하겠다는 강경 입장을 밝혔다.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주요 도심 음식점들은 이날 오전 정부의 새 방역지침 발표 직후부터 식당 이용이나 예약과 관련한 문의 전화에 응대해야 했다. 수도권은 이번 조치로 이달 6일부터 4주간 사적모임이 가능한 최대 인원이 기존 10명에서 6명으로 줄어든다. 마포구 고깃집엔 "여럿이 나눠서 앉을 수 없느냐" "백신 접종 완료자만 식사할 수 있느냐" 등을 묻는 전화가 쇄도했다. 종로구 한정식집은 예약 인원을 줄이겠다거나 아예 예약을 취소하겠다는 고객 전화가 잇따랐다.
시청 인근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임계학(62)씨는 "한 달 전쯤부터 연말 예약을 받아왔는데 오늘 하루 새 4건이 취소됐다"면서 "주변 회사원들이 주요 고객층인데 이제 회사 차원에서 회식을 자제시킬 거라 큰일"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 식당 출입문엔 '연말 회식 예약 접수 중'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손님 감소 말고도 자영업자의 걱정거리는 많다. 연말 대목에 대비해 직원을 늘린 일이 대표적이다. 한정식집 사장 조모(61)씨는 "하루 40팀 정도 예약이 들어오다가 코로나 상황이 심상치 않으니까 이 중 4분의 1 정도가 취소됐다"면서 "늘어나는 손님에 맞춰 직원 수를 늘렸는데 (정부 조치로)연말 대목에 타격을 입게 생겼다"고 하소연했다.
카페는 방역패스를 어떻게 검사해야 할지 난감해하는 분위기다. 업종 특성상 고객 회전율이 빨라 일일이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광화문 인근 카페 직원 김모(31)씨는 "쿠브(질병관리청 앱)나 종이 증명서로 접종했는지를 확인해야 할 텐데, 점심시간처럼 손님이 많을 땐 확인 전담 직원을 둬야 해서 일손이 부족해질 것 같다"며 "미접종자가 낀 단체 손님은 내보내야 하니 매출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영업계 일각에선 이번 조치를 되돌려야 한다는 격앙된 반응이 나왔다. 정부가 이번 대책이 자영업에 미칠 타격을 감안해 당초 검토했던 야간 영업시간 제한 등은 제외했지만, 이들은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서울 중구 삼계탕집 운영자는 "점심 장사는 메뉴도, 식사 시간도 제한적이어서 저녁 단체 손님을 받아야 인건비라도 건진다"며 "최소 10명까지는 모임을 허락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련 단체들도 앞다퉈 반대 입장을 냈다. 조지현 전국자영업자비대위 공동대표는 "모임 인원을 6명으로 제한한다고 해서 감염 위험이 줄어들 거란 근거가 없다"면서 "자영업자에겐 생계가 달린 일인데 정부가 합리적인 설명이라도 내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대한자영업자연합회는 성명문을 내고 "자영업자의 생존권을 제한하고 통제하는 국가 정책에 반대하며 불응하겠다"며 "이번 조치로 인해 늘어나는 손실이나 가계부채에 대해 정부가 개별적으로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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