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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7조 '슈퍼 울트라' 예산 통과… 이재명·윤석열 모두 한몫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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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7조 '슈퍼 울트라' 예산 통과… 이재명·윤석열 모두 한몫 챙겼다

입력
2021.12.0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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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391회 국회(정기회) 13차 본회의에서 2022년도 예산안에 대한 수정안이 가결되고 있다. 오대근 기자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391회 국회(정기회) 13차 본회의에서 2022년도 예산안에 대한 수정안이 가결되고 있다. 오대근 기자

국회는 3일 본회의를 열고 607조7,000억 원 규모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의결했다. 정부 원안(604조4,000억 원)보다 3조3,000억 원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다. 여야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본예산 규모를 정부 원안보다 늘렸다. 이는 세계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1조 원), 2010년(+7,000억 원) 이후 12년 만이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이재명ㆍ윤석열 대선후보의 공약을 각각 뒷받침하기 위해 ‘돈 풀기 경쟁'에 나선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내년도 예산안에는 ‘이재명표 예산’이 대거 포함됐다. 국회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발행 물량이 6조 원에서 30조 원으로 5배 늘어난 지역화폐 예산(정부 2,403억→최종 6,053억 원)이 대표적이다. 이 후보는 지역화폐 예산을 축소 편성한 기획재정부를 거듭 압박했고, 결국 증액에 성공했다. 이 후보가 인상을 요구한 소상공인 손실보상 하한액 또한 10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5배로 늘었다.

이른바 ‘이재명표 3대 패키지'(전 국민 재난지원금ㆍ지역화폐 확대ㆍ손실보상 확대) 중 이 후보가 자진 철회한 재난지원금을 제외한 나머지 예산이 대부분 반영된 셈이다. 반면 문재인 정부 역점 사업인 ‘한국판 뉴딜’ 관련 예산은 상당 부분 삭감됐다. 노후화된 초ㆍ중ㆍ고등학교 건물을 개축ㆍ리모델링하는 ‘그린스마트 스쿨 조성’ 사업(-1,757억 원), 환경부의 ‘스마트 하수도 관리체계 구축’ 사업(-452억 원) 등이다.

여야는 국회법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인 2일을 맞추려 했지만, 지역화폐와 경항모 예산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지연됐다.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민주당은 3일 수정안을 본회의에 올려 사실상 단독 처리했다. 이재명표 예산 처리에 들러리 서기를 거부한 국민의힘은 수정안에 반대 또는 기권표를 던졌으나, 예산안은 사실상 양당의 합작품이다.

국민의힘은 전체 소상공인 지원 예산이 2조 원(8조1,000억→10조1,000억 원)이나 증액된 데 대해 ‘윤석열표 예산’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한다. 1인당 20만~25만 원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주장한 이 후보와 달리,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두꺼운 지원을 강조해온 윤 후보의 원칙이 예산안에 그대로 반영됐다는 것이다. 2일 여야의 예산안 막판 협상 과정에서 국민의힘은 ①손실보상 하한액 100만 원으로 상향 ②여행ㆍ관광 등 손실보상 제외 업종에 대한 현금 지원을 합의 조건으로 내걸며 민주당을 압박했는데, 이는 윤 후보의 민생 이미지를 강조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됐다. 이에 민주당은 “손실보상 하한 100만 원을 주장한 건 우리”라고 견제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대선을 앞두고 지역 표심에 도움이 되는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대폭 늘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와 무관한 SOC 예산은 4,000억 원 증액(27조5,000억→28조 원)됐다. 정부가 올해 SOC 예산(26조5,000억 원)보다 1조 원 늘어난 규모로 예산을 편성해 제출했는데, 여기서 더 늘린 것이다.

예산안 통과 직전 "균형 없는 선거용 선심성 예산"이라는 반대 토론이 있었지만, 거대 양당을 막지 못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민주당은 전 국민 재난지원금만 앞세우다 처음부터 손실보상과 피해 지원을 위한 예산을 제대로 세우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도 “원래 제출된 정부 예산안이 슈퍼 예산인데도 국회에서 삭감은커녕 오히려 늘려서 슈퍼 울트라 예산으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박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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