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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연의 비극적 퇴장... 이재명, 인사 '검증'도 '보호'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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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연의 비극적 퇴장... 이재명, 인사 '검증'도 '보호'도 못했다

입력
2021.12.04 10:30
수정
2021.12.04 10:5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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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한 사전 검증과 메시지 혼선
사의 표명 후 뒤늦게 보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달 30일 민주당사에서 열린 캠프 공동상임선대위원장 인선 발표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른쪽 공동상임위원장으로 임명된 조동연 서경대 교수.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달 30일 민주당사에서 열린 캠프 공동상임선대위원장 인선 발표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른쪽 공동상임위원장으로 임명된 조동연 서경대 교수.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공동상임위원장으로 영입됐던 조동연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가 사생활 논란 끝에 3일 물러났다. 영입 사흘 만이다. 조 교수는 “제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사퇴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조 교수 과거사를 들추며 비난을 퍼부은 극우 성향 유튜브 채널을 고발했지만, 조 교수와 가족은 이미 큰 상처를 입은 뒤였다.

육사 출신 30대 워킹맘인 조 교수를 영입하고 잔뜩 힘을 줬던 이 후보는 인사 실패로 상당한 오점을 남기게 됐다.

부실한 사전 검증과 메시지 혼선

민주당은 조 교수 사퇴의 책임을 일부 유튜버 등의 과도한 관음증에서 찾으려 했다. 그러나 민주당 책임도 작지 않다.

선대위 간부는 선출직이나 공직자가 아니다. 이미 법적으로 마무리된 조 교수의 사생활 논란이 공동상임위원장 결격 사유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민주당의 책임은 '조 교수를 왜 영입했느냐'보다는 '비(非)정치인을 영입해 놓고 왜 보호하지 못했느냐'에 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 등 조 교수 영입에 관여한 극소수 인사는 사생활 논란을 대략적으로 알고 있었다고 한다. 가부장적인 시각에서 보면 흔쾌히 수용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선대위에 제대로 공유하지 않았고, 이는 메시지 혼선으로 이어졌다.

조 교수 사생활 의혹이 제기된 지난 1일 이 후보 선대위는 논평을 내고 “전혀 사실이 아니며, 강력한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전면 부인했다. 조 교수는 이튿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너무 송구하고 죄송스럽다”며 의혹 내용을 사실상 인정했다. 민주당이 ‘거짓 해명’을 했다는 논란까지 포개져 사태가 더 커진 측면이 있다.

이는 민주당이 '보여주기 식 인재 영입'에 치우쳤던 탓이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논평을 내고 “대선을 앞두고 마음이 급한 민주당이 졸속으로 외부 엘리트들을 영입해 상임선대위원장이라는 허울뿐인 자리에 앉히려다 이런 사달이 난 것”이라고 꼬집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국회 당대표실 앞에서 조동연 공동 상임선대위원장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오대근 기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국회 당대표실 앞에서 조동연 공동 상임선대위원장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오대근 기자


조 교수와 가족 지켜주지 못한 민주당

조 교수를 깔끔하게 물러나게 하지도, 확실히 지켜주지도 않은 민주당의 애매한 태도도 여파를 키웠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2일 조 교수의 거취에 대해 “국민의 판단을 좀 지켜보도록 하겠다”고 했다. 원론적인 발언이었지만, 이는 '이 후보가 조 교수를 지킬 생각이 없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백혜련 민주당 최고위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사생활 논란 관련 팩트 체크가 필요할 것 같다”면서도 “국민적 정서(반감)가 강하기 때문에 (사퇴를) 고려할 수밖에 없지 않나 한다”고 했다.

조 교수의 사생활과 어린 자녀의 신상이 강용석 변호사 등 유튜버 등을 통해 같은 날 저녁부터 본격적으로 까발려졌다.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법률지원단 양태정 변호사가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유튜브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의 법인과 운영자 강용석 변호사, 김세의 전 MBC 기자를 공직선거법상 후보자비방,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법률지원단 양태정 변호사가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유튜브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의 법인과 운영자 강용석 변호사, 김세의 전 MBC 기자를 공직선거법상 후보자비방,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교수가 겪은 정신적 고통은 2일 올린 페이스북 글에 생생히 나타난다. “열심히 살아온 시간들이 한 순간에 더럽혀지고 인생이 송두리째 없어지는 기분입니다. (…) 다만 아이들과 가족은 그만 힘들게 해주셨으면 합니다. 제가 다 짊어지고 갈 테니 죄없는 가족들은 그만 힘들게 해주세요. 그렇게 하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힘든 시간들이었습니다.”

조 교수는 3일 송영길 대표에게 사의를 전달했다. 민주당은 뒤늦게 유튜버와 일부 언론에 유감을 표하는 논평을 내고 고발 조치에 나섰다. 이 후보는 “조 위원장과 가족에게는 더 이상 아픔이나 상처가 되는 일이 없도록 배려해 달라”고 당부했지만 조 교수는 누그러지지 않았다. 이 후보는 사의를 결국 수용하면서 "참으로 안타깝고 마음이 무겁다. 모든 책임은 후보인 제가 지겠다"고 했다. 가까스로 재정비한 이 후보의 선대위는 다시 한 번 타격을 입었고, 이 후보와 민주당엔 '30대 여성을 이용하려 했다'는 이미지가 드리워졌다.

이성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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