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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 '전동휠체어 급여' 재판부가 남긴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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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 '전동휠체어 급여' 재판부가 남긴 말

입력
2021.12.03 19:0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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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 정한 '전동휠체어 구입 지원비'
스스로 조종 가능 장애인에만 지급
장애 심하면 도리어 거절돼 불합리
法 "보조인 조종용이라도 지급해야"

지난 10월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보조기기 급여 거부 처분 취소소송' 공개변론에서 원고 측 법률대리인이 전동휠체어를 사용 중인 장애인들과 함께 장비 시연을 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는 중증장애인 정모씨가 강서구청장에게 전동휠체어 비용 지급을 청구했다가 거부당해 소송을 제기한 이 사건 관련 심리를 진행했다. 연합뉴스

지난 10월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보조기기 급여 거부 처분 취소소송' 공개변론에서 원고 측 법률대리인이 전동휠체어를 사용 중인 장애인들과 함께 장비 시연을 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는 중증장애인 정모씨가 강서구청장에게 전동휠체어 비용 지급을 청구했다가 거부당해 소송을 제기한 이 사건 관련 심리를 진행했다. 연합뉴스


우리 모두는 상처받고 다칠 수 있는(그리고 누구나 갑작스레 장애를 가지게 될 수 있는) 취약한 존재인 동시에, 그 약함을 서로 응시하고 나눌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인간의 존엄은 서로 돕고 의존함을 통해 더 잘 지켜낼 수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가 킴 닐슨의 ‘장애의 역사’에서 인용한 판결문 문구

경증장애인에겐 전동휠체어 구입 비용을 지원하면서도, 거동이 불편한 중증장애인에겐 ‘혼자서 안전하게 운전하기 어렵다’며 지원을 거부한 지방자치단체의 처분은 부당하다는 1심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전동휠체어 조종간을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장애인이라고 해서 인간의 원초적 욕구인 ‘이동’ 욕구가 더 적을 리 없다”며 장애인 당사자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 강우찬·배석 위수현 김송)는 3일 중증장애인 정모씨가 서울 강서구청장을 상대로 “보조기기(전동휠체어) 급여 거부 처분을 취소하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강서구청이 지원을 거부하면서 그 근거로 밝힌 의료급여법 시행규칙 등이 헌법과 법률에 위배되기 때문에 해당 처분이 취소돼야 한다고 밝혔다.

뇌병변과 지체장애를 가진 정씨는 올해 2월 장애인에게 보조기기 구입비를 지원해주는 현행법에 따라 구청에 전동휠체어 비용 지원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했다. 관련 규정에 따라 지원 대상자는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전동휠체어를 안전하게 작동할 수 있는 경우’여야 한다는 게 구청의 설명이었다. 정씨는 이런 규정이 위법하다며 행정소송을 냈다.

재판부 역시 정씨의 입장에 동조했다. 구청이 내세운 규정엔 ‘보행이 불가능하고, 팔기능이 약화되거나 상실돼 수동휠체어를 혼자서 조작할 수 없는 사람’이 전동휠체어 급여 대상자로 인정된다. 하지만 이보다 장애 정도가 심해 전동휠체어의 조종간을 조작할 수 없는 수준이라면, ‘자기조종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전동휠체어를 받지 못하게 된다. 장애 정도가 심한 사람이 도리어 지원을 못 받는 역설적인 상황인 셈이다.

재판부는 “중한 장애를 가진 이들이 오히려 더 열악한 처우를 받게 되는 것인데, 평생을 누워만 지내야 하는 장애인일수록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고 싶은 욕구가 강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같은 중증장애인들을 위해 “‘보조인 조종용 전동휠체어’ 지급 가능성이라도 열어주는 것이 합리적 처우”라고 밝혔다. 현재는 '보조인 조종용 전동휠체어'에 대한 지급 규정이 따로 없다.

재판부는 선고에 앞서 "장애인이건 비장애인이건 모두가 존엄한 주체인 동등한 인간으로서 우리의 공동체와 헌법질서를 세웠고, 그에 따라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은 허용될 수 없다"며 “우리의 사회 계약은 ‘장애를 가지게 될지도 모르는 그 누군가가 바로 나의 사랑하는 자녀, 가족, 이웃이 될 수 있다’는 상호의존적 공동체라는 생각에 가치 기반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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