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간 택일 요구 안 해… 동맹 협력 중요" 강조
대만 문제 관련 "자기 방어 능력 지원할 것" 공언
중국도 국제포럼서 "미국, 분열 대립 조장" 맞불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중국의 군사력 증강을 우려하면서도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고려하진 않는다고 밝혔다. 동맹과의 공조에 기반한 외교적 수단으로 중국의 팽창을 억제하겠다는 조 바이든 행정부 기조를 재확인한 것이다. 다만 중국이 대만 인근에서 벌이는 군사 행동과 관련해선 “양측의 충돌을 막기 위해 모든 일을 할 것”이라며 미묘한 여지를 남겼다.
오스틴 장관은 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시미밸리에서 열린 ‘레이건국가방어포럼’ 기조연설에서 “미국은 태평양 지역 강대국”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아시아판 나토나 반중(反中)연합을 추구하지 않으며 각 나라에 ‘미국과 중국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요구하지도 않는다”며 “우리는 자유롭고 안정적이며 개방된 국제 시스템 발전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에서 열린 한미안보협의회(SCM)를 마친 오스틴 장관은 워싱턴 복귀 도중 이날 포럼에 참석했다. 그는 “파트너들과의 대화에서 ‘미국이 역내 안정화 역할을 계속해 달라’는 말을 반복해서 듣는다. 미국은 그렇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태평양 지역 내 유럽동맹 역할 확대는 물론, △쿼드(미국 일본 호주 인도) △오커스(미국 영국 호주) △파이브아이즈(영미권 정보 동맹) 등 여러 안보협의체 강화를 언급했다. 동맹을 규합해 힘의 우위를 확보, 중국과의 직접 충돌 가능성을 피하고, 외교적으로 중국을 통제하는 ‘현상 유지’ 전략을 재차 확인한 셈이다.
그러나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대해선 “가공할 도전”이라며 대립각을 세웠다. 특히 공중급유기까지 동원한 중국의 대만 인근 무력 시위와 관련해선 “리허설처럼 보인다”고 짚었다. 실제 군사 작전 감행을 위한 ‘연습’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오스틴 장관은 “미국은 ‘하나의 중국’ 정책과 대만관계법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면서도 “대만의 자기 방어 능력 유지·개발을 지원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중국도 가만히 있진 않았다. 5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전날 ‘민주: 전 인류의 공동 가치’라는 국제포럼을 열고 미국식 국제 질서를 비판했다. 황쿤밍 중국 공산당 중앙 선전부장은 기조연설에서 “민주에는 전 세계 보편적 모델이 없다. 각국은 서로 존중하고 구동존이(求同存異·일치를 추구하되 차이점은 그대로 두는 것)해야 한다”고 말했다. 분열과 대립, 혼란을 조장하는 건 미국이라고 꼬집은 것이다. 이날 포럼은 미국이 주최하는 민주주의정상회의(9, 10일)를 겨냥한 ‘맞불성 행사’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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