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이달 말 내년 경제정책방향 발표
예상 못한 오미크론 확산...성장률 하향 조정 가능성
확장 재정 펴자니 인플레 압력에 딜레마
내년 경제정책방향을 마련 중인 정부가 변이 바이러스(오미크론) 등장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당초 정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경기 회복 방안에 중점을 뒀으나, 오미크론이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코로나 3년차’에 대비해야 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충격 최소화를 위해 확장 재정을 지속하자니 경고등 켜진 물가 리스크에 기름을 부을 가능성이 높아 좀처럼 묘수를 찾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오미크론 변수에 내년 경제성장률 낮추나
5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달 말 ‘2022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할 계획이다. 정부는 코로나19 피해는 계속 지원하되, 위기 대응 과정에서 시행한 금융·재정·세제 조치는 정상화하는 방안을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미 국내외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트린 오미크론 돌발 등장에 고민이 커지고 있다. 오미크론이 국내에서 빠르게 확산하며 실물경제에 타격을 입힐 경우 내년 경제정책방향 역시 올해처럼 코로나 위기관리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변이 바이러스 출현을 예상치 못했던 정부는 지난 6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를 통해 내년 경제성장률을 3% 초반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오미크론 파급력에 따라 하향 조정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장 올해 3분기 경제성장률도 0.3% 성장하는 데 그쳤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과 공급망 병목 현상 등이 겹치면서 2분기(0.8%)의 절반에도 못 미친 것이다. 4분기 경제 상황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는 데다, 새 변이 바이러스까지 등장하자 4분기는 물론 내년까지 경제가 빠르게 얼어붙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오미크론으로 경기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라며 “오미크론의 확산 속도와 치명률, 관련한 방역조치는 내년 경제성장률과 물가의 중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 급등 우려에 확장 재정 카드도 '고심'
심상치 않은 물가상승률 역시 정부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다. 정부가 내년 포스트 코로나 기조를 포기한다 해도 갈수록 높아지는 인플레 압력 때문에 올해처럼 마음 놓고 확장 재정 기조를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3.7%)은 2011년 12월(4.2%)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치솟았다. 정부는 최근 물가 상승 추이를 감안, 내년 물가상승률을 기존 전망치(1.4%)보다 큰 폭으로 높이는 것을 검토 중이다.
미국 재무부가 최근 물가 상승세가 일시적이란 입장을 철회했을 정도로 인플레이션이 고착화하고 있는 점도 정부 고민을 깊게 만들고 있다. 오미크론 파급력이 확인될 경우 정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 정책 해법을 쉽게 찾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물가 관리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확장 재정을 지속할 경우 물가 상승압력이 커지면서 경기 진작 효과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소비심리가 악화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지난해 상반기와 같은 경제 충격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며 "피해계층에 집중 지원해 재정의 경기 안정화 역할을 강화하고, 민간경제 심리가 위축되지 않는 선에서 통화정책 등도 정상화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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