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 시절 중대재해법 등 강조해 중도 확보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맡게 될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선대위 공식 출범식을 하루 앞둔 5일 당사를 찾아 실무를 점검하면서 본격 '컴백'을 알렸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 2016년 총선에선 더불어민주당의 승리를 이끌며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 당선의 주춧돌을 놓은 그가, 이번 대선무대에도 구원등판한 것이다.
그에게 놓인 과제는 녹록지 않다. 지난달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선출 후 누려온 컨벤션 효과(정치 이벤트 후 지지율 상승)는 선대위 구성을 둘러싼 내홍으로 반짝 효과로 끝났다. 윤 후보의 약점으로 꼽히는 정책 역량을 채워주고 기성 정치인 위주로 짜인 선대위에 활력과 참신함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가 '킹메이커'로서의 능력을 증명하는 관건이 될 전망이다.
국민의힘에 '중도층 지지' 회복시킨 전력
국민의힘에선 김 전 위원장 복귀로 대선 승리 가능성이 커졌다는 기대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김 전 위원장이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대하는 데 적임자라고 판단하고 있어서다.
그의 성적표는 다시 한번 '김종인 매직'에 기대를 걸게 하는 요인이다. 그는 지난해 4월 총선에서 대패한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을 10개월간 이끌며 당 체질을 개선했다. 요원할 것 같았던 중도층에서 당 지지율이 회복되는 결과로 성과가 이어졌다.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기준으로, 김종인 비대위 체제가 시작되기 전(2020년 5월 4주 차) 13%였던 중도층의 국민의힘 지지율은 그가 당을 떠날 당시(2021년 4월 1주 차) 23%로 10%포인트 뛰었다.
특히 그가 정무적·정책적으로 좌클릭을 할 때마다 중도층 여론은 호응했다. 13%였던 중도층 지지율은 진보적 가치나 외연 확장 의미를 담은 당명·정강정책 개정 이후(2020년 9월 4주 차) 18%로 상승했다. 공정경제 3법과 노동법 개정의 화두를 던지고 정의당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연대 가능성을 시사한 직후(2020년 12월 3주 차)에는 20%로 높아졌다. 당 관계자는 "총선 이후 패배주의가 만연했던 당을 재·보궐 선거 승리에 이어 정권 교체가 가능한 당으로 만든 장본인"이라고 평가했다.
金 측근 임태희 총괄본부장… 금태섭 합류 가능성
선대위에 새바람을 불어 넣는 것도 그의 몫이다. 임승호 대변인은 전·현직 의원들이 대거 포진한 기존 선대위 구성에 대해 “활력이 넘쳐나던 신선한 엔진이 꺼져가는 느낌"이라고 직격한 바 있다.
벌써부터 선대위 인선에 변화가 일고 있다. 이날 임태희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총괄상황본부장으로, 노재승 커피편집숍 블랙워터포트 대표,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을 각각 공동선대위원장으로 내정했다. 임 전 비서실장은 김 전 위원장 측근이라는 점에서 이번 인선을 계기로 김근식 경남대 교수와 윤희석 전 대변인 등 김 전 위원장 측 인사들의 합류가 잇따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 밖에서는 김 전 위원장과 가까운 금태섭 전 의원의 합류가 임박했다. 김 전 위원장은 금 전 의원과 오찬을 하며 합류를 타진했다. '조국 흑서' 공동저자인 권경애 변호사의 합류도 점쳐지고 있다.
김종인 "경제에 상식 없어"... 김병준과 갈등 잔존
다만 선대위 인선을 둘러싼 갈등 요소는 여전히 남아 있다. 선대위 합류에 앞서 김 전 위원장이 반대했던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과의 갈등이 봉합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자유주의를 강조하는 김 위원장과 상충하지 않겠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일반적으로 경제에 대해 큰 상식이 없는 사람들이 쉽게 얘기할 수 있는 게 시장주의를 내세워 자유주의자처럼 행태하는 것"이라고 김 위원장과 각을 세웠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봉합은 됐지만 갈등의 씨앗은 여전히 남아 있다"며 "윤 후보가 이러한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가는지가 선거 과정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윤 후보의 역할'에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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