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차르' 커트 캠벨과 단독 회동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국제통상특보단장인 김현종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미국 행정부 및 정계 고위 인사들과 연쇄 접촉한 것으로 6일 확인됐다. 김 단장은 ‘특보단장’ 자격으로 이 후보의 외교ㆍ안보 정책과 가치관을 집중 설명했는데, 특히 ‘원자력추진잠수함(핵잠)’과 같은 민감한 현안을 놓고도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 차르' 만난 김현종 "李, 한미동맹 중시"
여권에 따르면 김 단장은 2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과 단독 회동했다. 인도·태평양조정관은 한반도 이슈를 포함, 미 행정부의 대(對)아시아 정책을 총괄하는 자리라 ‘아시아 차르’로 불릴 만큼 영향력이 막강하다. 두 사람은 1시간 가까이 대화했으며, 별도 통역은 배석하지 않았다. 의례적 만남이 아닌 밀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대선캠프 관계자가 백악관 핵심 인사를 단독으로 면담한 건 이례적이다. 바꿔 말하면 조 바이든 행정부도 한국 대선 결과와 차기 정부에 적지 않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던 김 단장의 이력도 회동 성사 배경으로 꼽힌다.
김 단장은 "한미동맹 관계를 보다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교환하고 이재명 후보가 한미동맹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고 6일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다. 또 캠벨 조정관에게 이 후보의 ‘실용외교’ 개념을 상세히 설명했다는 전언이다. 이 후보는 그간 “이념과 선택의 논리를 뛰어넘는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 노선을 견지하겠다”고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후보의 대북전략에 대해서도 의견을 주고받았을 것으로 점쳐진다.
金, 美 의원들과는 '핵잠' 논의
김 단장은 현지에서 공화당 소속 롭 포트만ㆍ조니 언스트 상원의원과도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두 의원 모두 김 단장이 통상교섭본부장으로 일하면서 교감을 나눴던 인사들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핵잠 얘기를 꺼냈다고 한다. 김 단장은 "문재인 정부의 숙원 사업이자 차기 정부의 중요 과제인 핵잠과 정찰용 인공위성의 필요성도 공감했다"며 "핵잠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장착한 적 잠수함을 유사시 무력화시킬 수 있는 중요한 무기"라고 말했다.
현 정부 초기 해군은 비밀리에 핵잠 개발에 필요한 비공개 태스크포스(TF)를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에는 군 당국의 의뢰로 민간기관들이 핵잠 도입 타당성을 수차례 연구하기도 했다. 김 단장은 올해 5월 ‘한미 미사일지침 종료’ 합의를 성사시킨 주역으로, 미사일지침 문제와 더불어 핵연료를 공급받으려 미국을 꾸준히 설득했으나 지난해 10월 방미 당시 불가 통보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단장은 자신의 방미 사실을 공개하며 "우리는 다시 '퀀텀 점핑'을 할 수 있고 또 해야 한다. 지금, 혁신으로 한국을 퀀텀 점핑시킬 지도자는 이재명뿐"이라고도 덧붙였다.
이 후보 측은 김 단장의 광폭 외교행보를 환영하고 있다. 앞서 한국이 요소수 대란 사태를 겪던 지난달 10일 김 단장은 특보단장 자격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업체와 접촉해 ‘12월 초 요소 2,000톤 공급’ 약속을 받아내기도 했다. 거래 성사에는 김 단장의 인맥이 큰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김 단장이 관련 사실을 페이스북에 공개하자, 이 후보는 “애쓰셨다. 요소수 부족 상황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물량 확보 외에도 수입선 다변화의 길을 만드는 의미가 크다”고 격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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