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0 애니 점프 캐넌
빛 스펙트럼 분석을 통해 태양이 지구와 달리 수소와 헬륨으로 이뤄진 기체 항성이란 사실을 규명한 여성 천체물리학자 세실리아 페인(1900~1979)의 연구 바탕에는 역시 선구적 여성 천문학자 애니 점프 캐넌(Annie Jump Cannon, 1863.12.11~1941.4.13)의 헌신적인 업적이 있었다. 그는 '하버드 항성 분류법(Harvard Spectral System)'이라 불리는 별 스펙트럼 분류 체계를 사실상 완성한 여성 과학자였다.
캐넌의 분류법은 '분광형', 즉 스펙트럼에 따른 별의 표면 온도에 따라 모든 별을 7개 카테고리로 분류한 것. 래드클리프대 석사 학력의 그는 하버드천문대의 '컴퓨터', 즉 남성 천문학자들이 관측해 촬영한 항성 사진으로 별들의 스펙트럼을 분석해 분류·목록화하는 여성 인력 중 한 명으로 참여해 약 45년간 35만여 개의 별을 분류했고, 300여 개의 변광성과 새로운 항성 5개, 쌍성 한 개를 발견했다. 이는 세실리아 페인을 비롯한 20세기 수많은 천체물리학자들의 연구에 기여했다.
델라웨어의 사업가 겸 상원의원의 딸로 태어난 그는 어머니의 격려 덕에 어려서부터 별자리 관측에 마음을 쏟았고, 여성 과학자 사라 프랜시스 휘팅이 갓 설립한 웰슬리대 물리학부에서 천문학과 당시 첨단 분야였던 분광학을 익혔다. 여성이 천문학자가 될 수 있는 기회가 희박한 시절이었고, 더구나 캐넌은 10대 때 앓은 질병으로 청력을 잃은 상태였다. 고향으로 돌아와 약 10년 세월을 보내며 어머니와 사별한 뒤 그는 생계를 위해 다시 옛 스승 휘팅을 찾아갔다. 휘팅의 도움으로 그는 학부생을 가르치며 석사과정을 이수했고, 하버드 천문대에 일자리를 얻었다.
그는 여성 최초로 옥스퍼드대 명예 박사학위(1925)와 헨리 드레이퍼 메달(1931)을 받았고, 역시 여성 최초로 미국천문학회 회원이 됐다. 여성참정권운동에도 열정적으로 가담해 1929년 여성유권자연맹이 선정한 '생존한 가장 위대한 미국 여성' 중 한 명으로 뽑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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