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기준 완화
중개 현장 아직은 '정중동... '"갈아타기 문의만"
1주택자의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이 완화된 첫날인 8일. 부동산중개 현장에서는 매물 증가 등 당장 눈에 띄는 변화는 없다면서도 향후 매물 잠김 현상이 풀릴 것이라며 기대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시장은 아직 정중동(靜中動) 상태지만 하루 사이에 수천만 원의 절세 혜택을 보게 된 기존 계약자들은 반색하고 있다.
서울 부동산 중개업계 "매물 늘어날 '조짐'만"
이날부터 실거래가 12억 원 이하 주택을 팔고 잔금을 치르는 1세대 1주택자는 양도세를 한 푼도 내지 않게 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따르면 세법 개정으로 비과세 대상에 포함되는 실거래가 9억~12억 원 주택은 전국 42만 가구다. 이 중 24만7,475가구가 서울에 몰려 있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이 일대는 12억 원 이상의 고가 아파트가 많아서 세율이 조정돼도 큰 폭의 절세 효과는 없다"며 "아직까지 관련 문의 전화는 없었다"고 말했다. 송파구 문정동의 한 공인중개사도 "이사 계획이 없었던 1주택자가 양도세가 줄었다고 갑자기 집을 내놓지는 않는다"면서 "매물 변동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용 84㎡ 기준 아파트 실거래가가 9억~12억 원 사이에 형성돼 있는 관악구 신림동도 마찬가지였다. 류상규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악구 지회장은 "주변 중개사들 말을 들어보면 당장 매물이 늘어나는 효과는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고 했다.
"1년 연봉 벌었다" 기존 계약자들, 절세 효과에 반색
다만 그간 주춤했던 1주택자의 '갈아타기' 수요는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동작구 상도동의 중개업소 관계자는 "오전에만 양도세가 얼마나 줄어들지 물어보는 전화가 여러 통 왔다"며 "한 고객은 2016년 4억 원에 매입한 아파트가 올해 16억 원이 됐는데, 계산해보니 양도세가 4,000만 원 가까이 줄어 놀라더라"고 전했다. 성북구 길음동의 공인중개사는 "큰 변화 없이 잠잠한 분위기"라면서도 "문의가 늘어나는 걸 보면 장기적으로는 갈아타기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잔금 지불만 남겨뒀던 기존 매도자들은 적게는 수백만, 많게는 수천만 원까지 양도세를 덜 내게 돼 미소 짓고 있다. 동작구 명문공인중개사사무소의 정유식 공인중개사는 "1주택자 양도세 완화는 매물 증가보다 기존 계약자의 절세 혜택 효과가 크다고 보면 된다"며 "당장 지난 8월 계약 후 오늘 잔금을 치른 고객의 경우 약 3,000만 원의 세금을 아끼게 돼 '1년 연봉을 벌었다'며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라고 전했다. 관악구 봉천동의 중개업소 관계자는 "먼저 집을 판 사람들은 한탄하는 등 며칠 사이에 계약자 간 희비가 엇갈렸다"고 했다.
전문가들 "갈아타기로 거래에 숨통... 가격 하락은 글쎄"
세법 개정 후 구체적 시행일이 정해지지 않아 현장에서는 혼란이 잇따르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가 시행일을 앞당긴 후 점차 안정을 찾아가는 분위기다. 강동구 거성공인중개사무소의 김인섭 공인중개사는 "지난달 갑자기 양도세를 완화한다는 보도가 나와 인근 중개업소들은 잔금 관련 매수자와 매도자 간 갈등을 중재하느라 진땀을 흘렸다"며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제도 변화가 있을 때는 정부가 미리 현장 상황을 고려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매물 잠김 현상이 어느 정도 해소될 뿐 급격한 집값 하락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1주택자의 갈아타기 매물이 늘어나 거래에는 숨통이 트일 것"이라면서도 "절세 매물 증가로 인한 집값 하락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비과세 요건이 9억 원에서 12억 원이 됐다고 당장 '집을 팔아야겠다'는 수요가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단기적 매물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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