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드라마 '메어 오브 이스트 타운' 시즌1
편집자주
※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금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웨이브 바로 보기 | 7부작 ㅣ18세 이상
중년 여자 형사 메어(케이트 윈즐릿)의 삶은 엉망이다. 정신장애에 시달리던 아들이 얼마 전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아들은 어린 손자를 남기고 갔다. 몇 년 전 이혼한 남편이 뒷집에 사니 뒤통수가 따갑다. 함께 사는 친정어머니와는 날 선 대화를 주고받는다. 고교 졸업반인 딸은 럭비공처럼 자유분방하다. 뭐 하나 제대로 통제할 수 없는 삶이다. 개인 일만으로도 버거운데, 동네 치안이 심상치 않다. 고교 동창생의 딸이 실종됐는데, 1년 넘도록 단서조차 못 찾아 골치가 아프다. 웨이브 드라마 ‘메어 오브 이스트 타운’의 주인공 메어의 삶은 고달프고 고달프다.
①10대 미혼모가 숨진 채 발견되다
삶이 버거운데 큰 사건이 또 발생한다. 마을 10대 미혼모인 에린이 숲 냇가에서 숨진 채 발견된다. 에린의 마지막 행적을 두고 용의자들이 여럿 떠오른다. 에린의 옛 남자친구가 주요 용의자로 꼽히나 알리바이가 확실하다. 최근 마을 성당으로 전근 온 부제가 의심스럽기도 하나 딱히 살인자라 낙인찍을 수 없다. 마을은 들썩인다. 1년 전 여자 실종사건에 이어 살인사건까지 일어났으니까.
메어는 에린이 아이 귀 수술을 위해 급전이 필요했던 점을 주목한다. 에린이 온라인 성매매 사이트에 접속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친구의 딸이 성매매 사이트를 접속했다가 실종된 점에 착안해 범인을 추적한다.
②자신만의 삶으로도 피곤한 형사
수사만으로도 정신이 없는 메어에게 정신적인 짐이 추가된다. 남편이 곧 재혼할 거라는 소식을 친구를 통해 듣는다. 아들의 옛 여자친구는 손자의 양육권을 요구한다. 25년 전 마을 고교 농구팀을 이끌며 펜실베이니아주 대회 우승을 차지했던 영광과는 거리가 먼 삶이다. 선술집에서 만난, 매너 좋은 작가 리처드(가이 피어스)와의 인연이 그나마 삶의 위안이라고 할까.
메어가 사는 이스트 타운의 주민은 모두가 서로를 잘 아는 곳이다. 메어 동갑내기 대부분은 고교 동창이다. 뭐든 서로 속속들이 알고 있는 곳, 하지만 살인사건에 대한 단서는 좀처럼 찾을 수 없다.
③인생은 견디고 돌파해내는 것
메어에게 아들이 남긴 그림자는 넓고 짙다. 아들에 대한 그리움에다 자신이 그를 죽음으로 내몬 건 아닌가라는 죄책감이 포개진다. 메어는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현실의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사건을 하나하나 풀어간다. 작은 반전들이 이어지다 막바지 큰 반전이 기다린다. 메어는 수사 과정에서 힘겨운 일을 겪기도 하지만 종국에 마음의 상처를 치료한다. 지인이 뜻밖의 언행을 하기도 하나, 메어는 이를 견뎌내고 끌어안는다. 드라마는 견디고 돌파하고 주변과 화해하는 것이 인생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몰아보기 지수:★★★★★(★ 5개 만점, ☆ 반개)
기막힌 추리력도, 남다른 물리력도 없다. 다만 성실함과 끈기만 있을 뿐. ‘메어 오브 이스트 타운’의 메어는 현실감이 넘쳐나는 형사다. 물 마시듯 맥주를 들이키고, 전자담배를 수시로 입에 물면서 자신 앞에 놓인 장애물들을 넘는다. 멋있게 보일 의지가 전혀 없는 듯한 케이트 윈즐릿의 호연이 메어라는 인물을 온전히 빚어낸다. 메어의 삶은 무겁고 어둡지만 드라마는 다채로운 감정을 뿜어낸다. 때론 슬프고 때론 달콤하며 때론 웃기면서 어느 순간엔 소름 끼친다. 단언컨대 올해 한국에 소개된 미국 드라마 중 최고의 작품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