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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 거부 운동은 폭력적인 군사주의와 맞서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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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 거부 운동은 폭력적인 군사주의와 맞서는 것"

입력
2021.12.09 04:3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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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개봉 다큐 영화 '
총을 들지 않는 사람들: 금기에 도전' 출연한 임재성 변호사

3일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해마루 사무실에서 만난 임재성 변호사는 "우리나라는 전쟁의 위협이 상존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평화운동이 더 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왕태석 선임기자

3일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해마루 사무실에서 만난 임재성 변호사는 "우리나라는 전쟁의 위협이 상존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평화운동이 더 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왕태석 선임기자

KBS 시사 프로그램 ‘시사직격’ 진행자로 유명한 임재성(41) 변호사는 법률가이고 방송인이기 이전에 평화운동가다. 대학 시절부터 평화운동에 뛰어들어 양심적 병역 거부로 1년 6개월간 수감되기도 했다. 이후 변호사(법무법인 해마루)가 돼 일제 전범기업의 강제동원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 제주 4·3사건 군사재판 피해자를 위한 재심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나섰다. 양심적 병역 거부자를 위한 변호도 꾸준히 하고 있다.

9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총을 들지 않는 사람들: 금기에 도전’(김환태 감독)은 평화운동 시민단체 ‘전쟁없는세상’에서 활동했던 임 변호사와 이용석·최정민 활동가를 중심으로 양심적 병역 거부 운동의 18년 역사를 다룬다. 영화는 2001년 한국 사회에서 처음으로 종교적 이유가 아닌 평화주의 신념에 따라 양심적 병역 거부를 공개 선언한 오태양씨에서 출발해 2018년 헌법재판소가 대체복무제를 두지 않은 병역법이 위헌이라고 결정하는 것으로 끝난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3일 서울 서초구 해마루 사무실에서 만난 임 변호사는 “영화를 보니 지금보다 그때 훨씬 직설적이고 선명하게 (양심적 병역 거부 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했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변호사로서 법률과 제도를 앞세워 이야기하다 보니 학생 시절만큼 자신의 신념과 양심에 대해 말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각이다. “평화운동이 이상주의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죠. 하지만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은 이것이 얼마나 사회적으로 거부당하고 배척당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지극히 현실적이죠. 소수자로서 늘 남에게 자신을 설명해야 하고 평생 그러한 정체성으로 살아가야 해요. 이 사회의 벽이 얼마나 높이 존재하는지 알면서 살아가기에 그때만큼 직설적으로 말하진 못하는 것 같아요.”

다큐 영화 '총을 들지 않는 사람들: 금기에 도전' 중 한 장면으로 대체복무제가 도입되기 전인 2017년 전쟁없는세상,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대체복무제 도입에 대한 의견서 제출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른쪽 네 번째가 임재성 변호사. 스튜디오보난자 제공

다큐 영화 '총을 들지 않는 사람들: 금기에 도전' 중 한 장면으로 대체복무제가 도입되기 전인 2017년 전쟁없는세상,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대체복무제 도입에 대한 의견서 제출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른쪽 네 번째가 임재성 변호사. 스튜디오보난자 제공

임 변호사는 대학생이던 2001년 한국군 이라크 파병을 계기로 평화운동에 눈을 떴다. “국가 폭력에 대한 거부감이 컸습니다. 한국군의 베트남전 민간학살 같은 사건을 유심히 보면서 군인으로서 살인훈련을 하지 않겠다는 마음도 있었죠. 그러다 오태양씨, 유호근씨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어요. 다 맞는 말일 뿐 아니라 제 이야기였습니다. 그러니 양심적 병역 거부라는 선택을 피할 수 없었죠.”

총을 들지 않는 방법으로 병역의 의무를 다할 수 있게 해달라는 양심적 병역 거부는 의무를 회피하는 병역 기피와 전혀 다른 개념이지만 종종 같은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헌재의 위헌 결정에도 여전히 일부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이 처벌받는 건 이러한 사회적 편견이 막강해서다. 그 바탕에는 분단 체제를 거름 삼아 과거 독재 정권이 사회 깊숙이 심어 놓은 군사주의가 있다. 평화운동가들이 양심적 병역 거부 운동을 하는 것도 단순히 대체복무제 때문이 아니라 폭력적인 군사주의와 맞서 싸우기 위해서다.

임 변호사는 “국방이 도덕과 신화의 영역이 아닌 정책의 영역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방의 의무를 신성시하며 이에 문제 제기하는 사람들을 악으로 몰아갈 게 아니라 우리가 맞서야 하는 실체에 대해 명확히 평가하고 이에 맞는 국방 정책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내가 군에서 당했던 고통을 남들도 겪어야 한다’는 예비역의 박탈감은 신체에 새겨진 경험입니다. 한국 사회의 고통이기도 하고요. 이 고통 자체를 낮춰야 해요. 군 복무 여건을 개선하는 것이 먼저죠. 세계는 저비용 다병주의에서 고비용 정예주의로 바뀌었지만 우리 군은 바뀌지 않고 있어요.“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면서 모병제 논의도 오가지만 임 변호사는 이에 회의적이다. 모병제가 군 출신에 대한 차별을 야기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군 복무 환경이 좋지 않다면 모병제를 해도 대부분 군대에 가지 않으려 할 겁니다. 빈곤층과 저학력층이 대부분일 텐데 그러면 차별과 낙인이 커질 수 있어요. 모병제보다는 징병제를 유지하면서 군 복무 기간의 박탈감을 최소화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게 먼저죠.”

헌재의 위헌 결정에 따라 대체복무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현역의 2배 기간 동안 복무해야 하고 복무 분야도 교도소로 제한돼 있어 사실상 또 다른 징벌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현역 복무 기간의 1.5배를 넘지 않는 게 좋다는 유엔 자유권위원회 등 국제기구의 가이드라인과도 맞지 않다. 임 변호사가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을 도우며 대체복무제 개선을 위해 부단히 뛰는 이유다. 그는 “대체복무 기간은 현역의 1.5배가 넘지 않는 게 좋고 복무 분야도 교정기관 외에 소방기관 등 다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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