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경력 세무공무원 면제받는 세법학 과목
난이도 높게 출제돼 일반 응시자 82% 과락
시험면제 공무원 합격 최근 5년 20명→151명
"불공정 시험" 국회 앞 시위에 집단소송 추진
이달 초 합격자가 발표된 올해 세무사 시험을 둘러싸고 불공정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세무공무원 출신 응시자에게 면제되는 시험 과목이 지나치게 어렵게 출제돼 이들 전현직 공무원의 합격 비율이 대폭 오른 탓이다. 불합격 수험생들은 시험을 주관한 한국산업인력공단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추진하는 한편 서울 도심 시위를 통해 여론전에도 나섰다.
세무사 시험 수험생과 현직 세무사 등으로 구성된 세무사시험제도개선연대(개선연대)는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부근에서 올해 세무사 전형을 비판하는 트럭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트럭에 설치한 전광판에 '세무공무원 비정상적 합격률' '제공하지 않는 채점 기준' 등의 비판과 '세무사 2차 시험 채점 기준표 공개' 등의 요구를 담은 문구를 게시하고 국회 주변을 서행하는 방식으로 시위했다.
아울러 수험생 250여 명은 공단을 상대로 정확한 채점기준표 공개와 불합격 취소를 요구하며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2차 시험 세법학 과목 과락자들이 주축으로, 소송 참여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20년 세무공무원 면제 과목, 82% 과락
이번 논란의 진원은 세법학 과목이다. 올해는 9월 4일 치러진 세무사 2차 시험은 1차 시험 합격자를 대상으로 회계학 1, 2부와 세법학 1, 2부 등 4개 과목으로 치러진다. 국세청, 세무서 등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세무공무원이 세무사 시험에 응시할 경우에 공무원 경력 10년 이상이면 1차 시험을, 20년 이상이면 1차 시험과 2차 시험 중 세법학 1, 2부 과목을 면제받는다.
문제는 올해 세법학 과목 시험의 난이도가 높아 세법학 1부의 과락률이 82%(평균 점수 31.8점)에 달했다는 점이다. 최근 5년간 이 과목 평균 과락률(38%)의 2배를 넘는 수치다. 세무사 시험은 과목당 100점 만점에 40점 이하면 과락이고, 한 과목이라도 과락이면 불합격 처리된다. 세법학 1부 과락으로 불합격된 인원은 3,200여 명이다. 올해 2차 시험에 4,597명이 응시해 706명만 합격하고 3,891명이 탈락한 점을 감안하면, 불합격자 대다수가 세법학 과락으로 발생한 셈이다.
반면 2차 시험에서 세법학 과목을 면제받은 경력 20년 이상 세무공무원 출신 응시자는 151명이 합격했다. 합격자 5명 중 1명꼴(21.4%)이다. 이들 공무원의 최근 5년 평균 합격자 수가 20명 수준(2016년 27명, 2017년 15명, 2018년 8명, 2019년 35명, 2020년 17명)이었던 점에 비춰보면 예년보다 7배 이상 많은 합격자를 배출한 셈이다. 10년 이상 경력자까지 포함하면 올해 세무사 시험에 합격한 전현직 세무공무원은 총 237명, 전체 합격자의 33.6%다.
"채점 기준 공개하고 제도 보완을"
이런 이례적 결과를 두고 탈락 수험생들은 올해 시험이 세무공무원 출신 응시자에게 유리하게 출제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채점 기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세법학 과목은 주관식 서술형 시험이라 답안에 따라 부분 점수를 받을 수 있는데도 0점을 받았다고 밝힌 수험생들이 지나치게 많다는 것이다. 개선연대 관계자는 "주관식 문제 채점 가이드라인이 공개되지 않아 답답한 상황"이라면서 "공단이 정확한 채점 기준을 공개하고 시험 전반의 문제에 대해서도 해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직 세무사들도 문제 제기에 가담했다. 김형태 세무사는 "과목별 점수가 일정한 정규분포를 그려야 하는데 이번처럼 비정상적으로 나온 것은 문제가 있다"며 "세무사 시험에 대한 전반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세무사 시험 합격자를 발표하면서 수석 합격자를 밝히는 관례가 올해는 지켜지지 않은 점을 두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이번 시험에 대한 특별감사를 요구했다. 하 의원은 "통계만 봐도 비정상적이고 공정성을 의심할 만한 결과"라며 "2차 시험 전 과정에 대한 특별감사와 경력직 시험 면제 제도 보완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산업인력공단 관계자는 "공단을 직접 방문하면 시험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며 "부정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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