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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세연의 피 묻은 돈

입력
2021.12.09 18:00
수정
2021.12.11 00:45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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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연 가족 난도질, 검증 아닌 폭력
관음·배설로 돈 버는 혐오 방송일 뿐
슈퍼챗 지지자도 부끄러움 느껴야

강용석 변호사가 지난달 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강용석 김세의 김용호씨 등 가로세로연구소 출연진에게는 다수의 소송이 제기돼 있다. 뉴시스

강용석 변호사가 지난달 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강용석 김세의 김용호씨 등 가로세로연구소 출연진에게는 다수의 소송이 제기돼 있다. 뉴시스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의 수익 모델은 ‘N번방’이라 해도 되겠다. 정치인·연예인 등 조금이라도 이름난 이들의 명성을 약점 삼아 불륜, 성폭행, 폭행 등 선정적 의혹을 폭로하면 관음욕구를 가진 이들이 몰려와 돈 벌이가 된다. 다수의 시청자는 광고 수입을 올려주고, 적극 동조자들은 슈퍼챗으로 폭로를 부추긴다. 엿보기와 욕설의 대상으로 소모된 이들의 고통은 안중에 없다. ‘그럴 만했겠지’ ‘그래도 싸다’는 한 조각 확신 위에 조롱과 비난을 뱉어낼 뿐이다.

강용석 변호사가 조동연 서경대 교수의 혼외자를 폭로한 것이, 시작은 선대위원장 검증이었다 치자. 하지만 아이의 실명과 생년월일을 공개하고(나중에 삭제) 가세연에 얼굴사진을 노출한 것은 검증 아닌 폭력이다. 가정사를 파헤쳐 호사가들을 자극하고 잘못 없는 아이까지 대중의 먹잇감으로 내던졌다. 조 교수가 사퇴를 밝혔는데도 김세의 가세연 대표는 “다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다면 곧바로 조동연 시리즈를 가동하겠다”고 협박하다시피 했다. 드러내고 싶지 않았을 성폭행 사실을 공개한 뒤엔 “강간범을 밝히는 데 일생을 바치겠다”(강용석)고 비아냥거렸고 피해자가 원치 않는 고발장을 제출하기까지 했다. 선대위원장이든 사퇴했든 애초에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을 것이다. 타깃이 된 이상 끝까지 물고 늘어질 뿐이다.

산 사람을 죽도록 괴롭히고 죽은 사람을 조롱하는 패륜이 여러 번이었는데도 가세연이 존속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관음과 혐오를 소비하는 거대한 시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슈퍼챗과 별풍선을 쏘며 막장 콘텐츠를 독려하는 소비자가 있기 때문이다. 가세연이 여기서 뽑아내는 수익은 그간 선고받은 명예훼손 손해배상액 500만~1,000만 원을 쉽게 능가한다. 지난해 한국에서 가장 많은(전세계 5번째) 7억8,000여 만 원의 슈퍼챗을 기록한 유튜브 채널이다. 조 교수 가족을 난도질한 지난주 슈퍼챗은 1,600여 만 원으로 뛰었고, 경찰 체포에 대치했던 9월 둘째 주에는 5,000만 원 넘게 벌었다. 동영상 조회수에 따른 광고 수익은 별개다. 누군가의 일상을 뒤집어놓고, 명예와 사생활을 범하고, 유가족의 상처를 헤집고, 정신적 고통과 우울에 빠뜨리고, 부당한 비난과 법적 대응에 소진케 한 대가로 벌어들인, 피 묻은 돈이다.

가세연은 언론인 양, 보수의 보루인 양, 정권의 탄압을 받는 양 포장하지만 허튼 소리다. 가장 내밀한 부부 관계를 파헤치고 성폭행 피해마저 ‘증명하라’고 요구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가세연이 조 교수에게 ‘거짓해명’ ‘악마’ 낙인을 찍자 확증편향에 빠진 대중은 의심과 비난의 말을 쏟아냈다. 이 지옥이 현실이라니 믿을 수가 없다. 발가벗겨진 조 교수 가족의 상처는 가늠조차 안 된다. 가세연은 한 사람의 인격을 무참히 짓밟으며 관음과 배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혐오 방송일 뿐이다.

선정성으로 영위하는 개인 미디어는 물론 성향과 진영을 막론하고 많다. 이번 사안에선 대응이 부실했던 더불어민주당, 퍼나르기에 급급한 주류 언론 역시 문제였다. 그렇더라도, 이런 이유로 가세연의 책임을 물타기하고 싶지 않다. 가세연의 해악은 누구와도 비교하기 어렵다. 사람을 궁지에 몰아 이익을 취하고 혐오의 주장을 세상에 확성시키는 것은 사회악이다. 가세연을 당장 문 닫게 하기는 어렵지만 강 변호사 등이 언제까지나 합당한 책임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같은 편이라며 가세연에 출연해 온 보수 정치인들, 대의 명분이라도 있다는 듯 슈퍼챗을 쏜 열성 지지자들은 알아두길 바란다. 가세연이 누군가의 인권을 짓밟고 고통을 안겨준 일에 자신도 동참했다는 것을, 함께 죄책감을 느껴야 한다는 것을.

김희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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